입력 2019.08.09 03:05

"한국 가도 괜찮나" 문의만… 여행업계 급감 조짐에 비상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여행사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일본인 관광객이 주 고객인데, 7월 이후 한·일 관계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이번 달 여행 예약 건수가 반 토막 났기 때문이다. "한국에 여행 가도 괜찮겠느냐"는 고객들 전화도 빗발친다. 여행사 박모(38) 과장은 "특히 일본에서 오는 수학여행 등 단체 관광은 거의 전멸 상태"라고 했다.

◇일본 관광객 급감 전망에 전전긍긍

일본 정부의 2차 경제 보복 조치로 국내에 반일(反日)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8월 이후부터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관광객이 많이 찾는 A여행사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일본인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 문의가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었다. 일본 외무성이 한국 여행 주의보를 내린 지난 4일 이후론 문의가 아예 사라졌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지금 기준으로 봤을 때 9월부터 11월까지 한국 여행 예약 건수가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매체에서 연일 과격한 반일 시위 등을 보도하면서 안전에 예민한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여행 위험 지역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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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서울 중구 C호텔 관계자는 "7월 말부터 일본 관광객들의 예약 취소가 1~2건 있더니 최근에는 급격하게 늘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호텔도 내년 2월까지 예약이 완료된 객실 가운데 1500여 객실이 취소됐다. 대부분 일본인 고객이다.

최근 몇 년간 방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꾸준히 상승세였다.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165만3686명으로 지난해 동기(130만6176명) 대비 26.6% 늘었다. 국내 관광 시장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같은 기간 16.4%에서 올해는 19.6%로 3.2%포인트 늘었다. 그만큼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국내 관광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들은 최소 3~6개월 전에 여행 예약을 하고, 급하게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드물어 7~8월엔 일본 여행객 수가 눈에 띄게 줄진 않았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

◇관광 당국과 지자체, 관광 시장 다변화로 일본 의존도 낮추기에 주력

방한 일본 관광객 감소 조짐

한국관광공사는 미주·유럽 한류 팬들을 겨냥한 관광 상품 등을 내놓으면서 일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공사는 이번 달 초부터 프랑스 한류 팬을 대상으로 한류 관광과 한국 전통문화 체험 등이 포함된 관광 상품을 선보였다. 20일 동안 진행되는 긴 일정이지만 8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 5년간 미주와 유럽 지역에서 온 관광객 연평균 증가율이 5%가 넘는다"며 "기타 지역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해 일본 의존도를 낮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도 서울 관광 시장의 침체를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 유럽·미주 등 관광객 시장 다변화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9월부터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왕훙(중국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늘릴 계획이다. 11월에는 중국 광저우에 서울 관광 홍보 체험관을 설치해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일본인 여행객 감소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까지는 아니라는 낙관론도 일부에서 나온다. 일본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방한 일본 관광객 중 한류 열풍에 열광하는 20·30대 여성 자유 여행객이 압도적인데, 이들은 외교·정치 영향을 덜 받는 편"이라며 "최근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류 관광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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