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잔치는 끝났다… "3분기가 더 걱정"

조선일보
  • 김강한 기자
    입력 2019.08.08 03:08

    - 일본 악재 반영도 안됐는데…
    제주항공 2분기 274억 최악 적자… 무리한 비행기 도입·저가경쟁 탓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업계와 증권가는 "지난 4~5년간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던 국내 6개 LCC 업체들이 올해 2분기 모두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6일 LCC 업계 1위이자 국내 항공업계 3위인 제주항공이 올 2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냈다고 발표하면서 업계 전체가 실적 부진 공포에 휩싸인 모습이다.

    국내 저비용 항공 업계 1위인 제주항공 비행기가 김포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 항공 업계 1위인 제주항공 비행기가 김포국제공항에서 이륙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제주항공
    이 같은 실적 쇼크는 최근 불거진 한·일 경제 갈등으로 인한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의 영향이 반영도 안 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LCC 업체 임원은 "저가 할인 경쟁 속에서도 지난 1분기까지는 흑자가 났는데 2분기 들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서니 매우 당혹스럽다"면서 "일본 여행 불매 운동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 2분기 LCC 업체 모두 적자 전망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에 매출 3130억원, 영업손실 27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지만 116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 회사가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4년 2분기 이후 20분기 만이다. 제주항공뿐 아니다. 증권업계에선 진에어가 2분기에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티웨이항공도 영업손실 89억원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부산·이스타항공·에어서울도 줄줄이 적자가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실적 추이
    LCC 업계의 실적 부진 원인은 수요·공급 불일치 때문이다. 그동안 호황을 누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새 비행기를 도입해 공급을 늘렸지만, 여행객 수요는 그만큼 증가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CC 6개 업체의 공급 좌석 수는 1688만여 석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6%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탑승률은 83.6%로 3.1%포인트 줄었다. 비행기는 빈 좌석이 늘어날수록 수익성이 나빠진다.

    LCC 업체끼리 한정된 승객 수요를 뺏기 위해 '반값 세일', '0원 특가', '500원 항공권' 등 할인 경쟁을 벌인 것도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 LCC 업체 마케팅 관계자는 "만약 10만원이 정가인 티켓을 경쟁 업체가 5만원에 내놓는다면 손해를 보더라도 이보다 더 싼 가격에 티켓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2분기 적자는 언젠가는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불매 운동으로 3분기 실적도 안심할 수 없어

    더 큰 문제는 3분기 이후 실적도 개선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지난 1~2년간 LCC 업계의 성장에 디딤돌 역할을 했던 일본 여행객 감소가 치명적이다. 일본 노선의 8~9월 예약률은 전년 대비 최대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성수기인 7~9월(3분기)에 일본 여행 불매 운동이라는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업체별로 차이는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일본 노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점도 문제다. 환율이 올라가면 항공사는 이중 타격을 입는 구조다. 우선 비용 측면에서 항공업체들은 항공유 결제나 비행기 리스료 지불을 달러로 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지출이 커진다. 지난해 8월 6일 기준 환율은 1달러에 1126원이었지만 지난 6일에는 1216원으로 올랐다. 여행객 감소도 피할 수 없다. 환율이 상승하면 여행 비용 부담 때문에 해외로 나가는 국내 여행객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LCC 업계는 노선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는 일본 노선을 정리하는 대신 중국·동남아 쪽으로 노선을 다변화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좌석이나 공항 라운지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 수익성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프리미아 등 신규 LCC 항공사 3곳이 신규 면허를 받고 취항 준비를 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할인 경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호재는 없고 악재만 겹치는 상황에서 이르면 하반기에 LCC 1곳이 추가로 운항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만간 인수·합병(M&A)을 포함한 LCC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이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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