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금·달러 사야하나" 문의 폭주… 골드바 동나고, 달러예금 한달새 2조 늘어

조선일보
  • 정경화 기자
    입력 2019.08.06 03:11

    [금융시장 쇼크]
    갈곳 잃은 돈, 안전자산으로 몰려… 금값 올 25%↑ 채권형펀드 10조↑

    국제 금시세 외
    "지금이라도 달러를 더 사놓을까요? 달러가 더 오르는 것 아닌가요?"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200원대로 치솟은 5일 직장인 이모(31)씨는 점심 시간에 은행을 찾아 보유하던 달러 통장에 5000달러 더 넣었다. 이씨는 "작년 말에 달러당 1115원에 들어둔 달러 예금 수익률이 쏠쏠하다"며 "국내엔 투자할 곳이 없고, 글로벌 시장도 불안하니 미국 달러가 최고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 창구에는 환율 움직임과 매수 여부에 대한 고객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 미니 골드바를 사려던 손님들은 '물건이 없다'는 은행 직원 말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갈 곳을 잃은 투자자들이 달러, 금, 채권 등 안전 자산으로 향하고 있다.

    5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달러 예금 잔액은 390억6677만달러(약 47조4192억원)로 한 달 전보다 15억4704만달러 증가했다. 원화 환율은 올 4~5월 급등세를 보이다 안정됐으나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가 불거진 7월 1일을 기점으로 다시 오르고 있다. 환율이 이미 상당히 올라 있는 상황에서도 투자자들은 달러에 몰려 한 달 새 달러 예금 잔액이 2조원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달러 예금은 환율이 크게 올랐던 5월 이후 증가세를 지속하며 3개월 동안 56억달러 이상 늘었다.

    금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g당 금 가격은 연초 이후 25% 급등한 5만7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값도 올해 들어 11% 이상 올랐지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국내 금값 상승률이 더욱 가팔랐다. 김상국 한국거래소 금시장팀장은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개인 투자자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하루 평균 금 거래량은 26.7㎏으로 전년보다 36%나 늘어났다. 나날이 급증하는 금 수요에 골드바가 품귀 현상을 빚자 실버바(은) 투자까지 주목받고 있다.

    주식 투자에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채권시장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 이후 국고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연초 이후 10조원 이상이 순유입됐고,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된 지난 2일 하루 동안에만 3350억원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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