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화장품도 안 사...女心 놓쳐 버린 SK-Ⅱ

조선비즈
  • 김은영 기자
    입력 2019.07.31 06:00

    백화점 일본 화장품 매출 20% 안팎으로 급감
    우르오스·갸스비 등도 매출 하락…국산 화장품 반사이익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SK-Ⅱ 매장./김은영 기자
    3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 SK-Ⅱ, 슈에무라, 나스 등 일본 화장품 판매대는 썰렁했다. 다른 매장에는 3~5명씩 손님이 들었지만, 이들 매장은 손님보다 점원이 더 많았다. 헬스앤뷰티(H&B)스토어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아넷사, 키스미, 센카 등 일본 화장품이 진열된 매대엔 할인을 알리는 가격표가 붙었지만, 이에 관심을 두는 손님은 없었다.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본 화장품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이달 SK-Ⅱ, 시세이도, 슈에무라의 매출은 두 자릿수 감소했다.

    A 백화점에서는 이달 1∼25일 일본 화장품 SK-Ⅱ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고, 시세이도는 21%, 슈에무라는 15% 떨어졌다. 같은 기간 B 백화점에서도 SK-Ⅱ는 19.4%, 시세이도는 10.5%, 슈에무라는 9.5% 매출 감소했다. C 백화점에서도 일본 화장품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20%가량 떨어졌다.

    2000년 국내에 진출한 SK-Ⅱ는 사케의 발효공법으로 만든 피테라 에센스로 발효 화장품 열풍을 이끌었다. 미국 P&G그룹 소속이지만, 일본에서 만들기 때문에 일본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배우 김희애가 광고에 출연해 ‘놓치지 않을 거예요’라는 유행어를 만들기도 했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7월은 수분 제품과 자외선 차단제, 워터프루프(방수) 제품 등이 잘 팔리는 화장품 판매 성수기다. 전체 화장품 매출이 한 자릿수 신장했지만, 일본 제품의 매출은 두 자릿수 떨어졌다"며 "불매운동의 여파가 화장품까지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헬스앤드뷰티(H&B)스토어의 일본 제품 코너./김은영 기자
    H&B스토어도 일본 제품의 매출이 소폭 하락했다. 올리브영의 경우 이달 일본 제품의 판매율은 한 자릿수 감소했다.

    특히 일본 제품 불매 사이트 ‘노노재팬’에 오른 제품의 매출 하락 폭이 컸다. 반면 대체재로 거론된 국산 제품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H&B스토어 랄라블라가 15일부터 21일까지 매출을 집계한 결과, 일본 남성 화장품 우르오스의 매출은 전월보다 25.6% 감소했다. 반면 국산 남성 화장품 브로앤팁스의 매출은 26.1% 신장했다.

    우르오스는 일본오츠카제약이 출시한 남성 화장품으로, 2012년 국내 시장에 진출해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TV 광고 등으로 인지도를 얻었다. 지난해 국내 매출액은 전년보다 8.8% 증가한 1617억원, 영업이익은 55% 신장한 31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헤어 브랜드 갸스비의 매출도 7% 감소했다. 대신 아모레퍼시픽의 헤어 브랜드 미쟝센의 매출은 3.5% 신장했다. 일본 라이온사의 손 세정제 ‘아이깨끗해’의 매출도 12% 떨어졌지만, LG생활건강의 ‘메소드핸드워시’는 8.2% 늘었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화장품과 국산 화장품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 H&B스토어에 나란히 진열된 국산 화장품 남성 브로앤팁스(왼쪽)와 일본 남성 화장품 우르오스./김은영 기자
    면세점의 경우 불매운동의 여파가 적었다. 롯데면세점에서 SK-Ⅱ 피테라 에센스는 기초 화장품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색조 화장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던 나스는 5, 6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H&B스토어에서 만난 박신애(32) 씨는 "무심코 사용했던 세안제와 마스카라가 일본 제품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화장품 커뮤니티 등에서 조언을 얻어 대체품을 사러 왔다"라고 했다.

    판매대에 일본 화장품이 진열됐다는 사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고객도 있었다. 이모(28) 씨는 "기름종이나 발 관리 제품의 경우 포장지에 일본어가 표기된 제품이 버젓이 진열되어 있어 보기가 불편하다. 최소한 포장지는 바꿔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반응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화장품 부문에서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 불매운동이 지속되더라도 일본 화장품 대신 대체품으로 소비가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화장품 유통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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