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원전 업체 두산중공업이, 미국에서 소형 모듈 원전(SMR) 프로젝트의 주(主) 기기 등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기자재 수주에 성공, 위기 극복의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미국 원전 설계 회사인 누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원자로 모듈과 기타 기기 공급을 위한 사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두산중공업이 공급할 원자로 모듈은 핵분열을 통해 증기를 발생시키는 핵심 설비다. 누스케일파워는 두산중공업과 미국 BWXT 등 2곳을 원자로 모듈 제작사로 선정했다.
누스케일파워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소형 모듈 원전을 개발 중인 업체로, 발전회사 'UAMPS'가 202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아이다호주(州)에 건설하는 첫 소형 원전 프로젝트에 소형 모듈 원전을 공급할 예정이다.
소형 모듈 원전은 대형 원전의 약 150분의 1 크기로, 원자로 등 주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모두 담은 일체형이다. 대형 원전과 같은 격납고가 필요 없고, 원자로 모듈을 거대한 수조(水槽)에 잠기게 해 유사시 방사선 누출 등의 위험을 줄이는 등 안전성을 대폭 향상시킨 혁신형 원전이다. UAMPS가 건설하는 원전은 모듈 12기가 들어가는 720㎿급이다.
두산중공업은 누스케일파워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IBK투자증권 등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누스케일파워 지분 투자 계약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 등은 올해 안에 4000만달러(약 470억원) 정도를 누스케일파워 지분에 투자할 계획이다. 누스케일파워는 향후 미국과 세계 원전 시장으로 프로젝트를 확대할 계획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누스케일파워가 추가로 부품 제작을 발주할 경우 수주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신한울 원전 3·4호기 주 기기 제작에 이미 4927억원을 투입했고, 보관 비용은 날마다 늘어 건설이 백지화될 경우 매몰 비용이 최소 7000억원일 것으로 보인다.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로 두산중공업의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82%로 급락했다. 내년엔 더 가파르게 추락할 전망이다. 전체 직원 6000여명 가운데 과장급 이상 2400여명에 대해 순환 휴직을 실시하고 있고, 250여명은 관계사로 전출시켰다.
이 같은 자구(自救) 노력에도 두산중공업의 경영 여건은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탈원전 정책 시행 전인 2017년 1분기에 자회사를 제외한 두산중공업 별도 영업이익은 825억원이었지만, 올 1분기에는 473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국내에서 홀대받는 두산중공업의 원전 기술은 해외에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