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이어 정비사까지 빼가는 LCC...항공업계 ‘정비사’ 확보 전쟁

조선비즈
  • 이창환 기자
    입력 2019.07.23 06:00

    서울 김포공항에 한 저비용항공사(LCC) 비행기가 서 있다. /이태경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6곳에서 9곳으로 늘어나면서 항공업계의 ‘인력 빼가기’가 조종사에 이어 정비사로 손을 뻗고 있다. 숙련된 항공 정비사는 채용하고 양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항공 안전과도 직결돼 정비사 확보는 LCC뿐만 아니라 대형 항공사에도 큰 골칫거리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등 대형 항공사에서 LCC로 이직한 항공 정비사는 2017년 30명에서 지난해 75명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이직한 항공 정비사는 39명으로 2017년 이직자 수를 가뿐히 넘었다. 최근 2년 6개월 동안 회사를 옮긴 항공 정비사는 144명에 달한다.

    실제 제주항공은 올해 초 정비사 기준을 채우기 위해 정비사 100명을 급히 채용한다고 밝혔다. 신규 채용은 대부분이 경력이다.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정비사가 필요하다 보니 LCC는 기존 항공사로부터 경력 정비사를 스카우트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다른 LCC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1대당 12명의 정비 인력을 갖추도록 항공사에 권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기준을 보완해 항공사별 보유기종과 가동률 등을 고려해 세부 인력산출기준을 마련한다고 지난 4월 밝혔다. 숙련 정비사와 저경력 정비사에 대한 평가를 달리할 예정이어서 숙련 정비사 수요는 현재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LCC 정비사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항공기 1대당 제주항공이 9.4명, 진에어 6.8명, 에어부산 7.8명, 티웨이항공 9.5명, 이스타항공 8.3명, 에어서울 2.6명, 에어인천 8.7명이다. 국토교통부 권고 기준인 1대당 12명을 충족하는 저비용항공사는 단 한 곳도 없다. 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정비사 수가 1대당 16.7명으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항공직업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이 항공 정비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아세아 항공직업전문학교 제공
    신규 LCC 세 곳이 합세하며 ‘숙련 정비사 쟁탈전’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플라이강원은 오는 10월 국내선을 띄울 예정이고 에어로케이는 내년 상반기, 에어프레미아는 내년 하반기 운항을 시작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항공종사자 인력수급 전망 기초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국내에서 필요한 항공정비 인력은 매년 540여명 수준이다. 하지만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중급, 고급 정비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항공 정비 인력 부족은 전 세계 항공업계의 공통된 현상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매년 약 7만여명의 항공 정비사를 양성해야 하지만 실제 양성되는 인력은 5만여명에 불과해 매년 2만여명의 항공 정비 인력이 부족하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ICAO는 항공 인력 양성과 수급 체계를 각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장 부족한 숙련 정비사를 채우기 위해서는 조종사와 마찬가지로 한시적으로라도 외국인 정비사를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 차원의 항공 정비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무분별한 정비사 빼가기로 항공산업의 안전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조종사와 항공 정비사 같은 안전 필수 요원은 경쟁사로의 재취업에 일정 기간 제한을 두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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