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칩스’ 이장규 사장 “국내 카오디오 칩 장악 비결은 선택과 집중”

조선비즈
  • 박용선 기자
    입력 2019.07.21 09:00

    이장규 텔레칩스 사장은 “연구개발(R&D)은 텔레칩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이라며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DB
    지난 10일 만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1세대 경영인 이장규 텔레칩스(054450)사장은 회사 성장 비결을 묻자 "2008년 휴대전화용 반도체(칩) 사업을 접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휴대전화 사업은 접었지만, 대신 자동차용 칩 개발에 주력하며 현재의 텔레칩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텔레칩스는 자동차용 오디오·디스플레이 칩을 개발하는 회사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자동차(000270)는 물론 BMW, 폴크스바겐, 도요타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카오디오 칩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가 제조하는 자동차 내부에 탑재되는 오디오 칩 중 85%가량이 텔레칩스 제품이다. 지난해 매출은 1260억원을 기록했다.

    ◇"위기는 곧 기회"…휴대전화 사업 접고 카오디오 칩 강화

    이 사장은 삼성반도체 연구원 출신으로 1999년 텔레칩스를 창업했다. MP3가 워크맨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고 MP3용 칩을 개발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텔레칩스는 승승장구했다. 이후 휴대전화, 자동차용 칩 등 2개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성과는 휴대전화 칩에서 먼저 나왔다. 휴대전화의 음악 기능이 강화되면서 텔레칩스의 칩 수요가 증가했다. 삼성·LG 등 국내 전자 대기업이 텔레칩스의 주 거래처였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회사가 위기에 빠졌다. 휴대전화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텔레칩스 주력 사업인 MP3는 물론 피처폰 시장이 한순간 사라진 것이다. 이 사장은 "최대 위기이자 기회였다"며 "휴대전화 칩을 접고, 그동안 쌓은 오디오 칩 응용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용 칩 사업을 강화해 나갔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과거 휴대전화용 칩 사업과는 달리 일본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일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후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텔레칩스는 자동차 오디오에 USB를 연결하면 합법적으로 내려받은 음악만 재생할 수 있는 칩을 개발했다. 일본 전자업체 JVC가 이 칩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공급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이후 현대차에도 같은 칩을 공급했다. 2009년 자동차용 오디오 칩을 개발했을 때도 일본 시장에 먼저 선보인 후 국내 시장에 들어갔다. 텔레칩스는 2013년부터 현대차에 오디오 칩 등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텔레칩스의 매출 중 10%는 일본 시장에서 발생한다.

    이 사장은 텔레칩스가 변신할 수 있었던 비결로 연구개발(R&D)을 꼽았다. 이 사장은 MP3, 휴대전화용 칩은 물론 현재 주력 사업인 자동차용 오디오 칩 개발을 주도했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이자 엔지니어로 통한다. 텔레칩스 직원 290여명 중 연구 인력이 75%에 달하는 것도 R&D를 강조하는 이 사장의 경영 철학 덕분이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24%(303억원)를 R&D에 투자했다. 최근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8시간을 일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일하는 ‘자율 출근제’도 시작했다.

    이 사장은 "R&D는 텔레칩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이라며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칩스는 자동차 내부에 탑재되는 오디오·디스플레이·카메라 등 전자기기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텔레칩스 제공
    ◇내년 새로운 성장 계획…차량용 전자기기 통합·관리 칩 개발

    텔레칩스는 내년 또 다른 성장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 내부에 탑재되는 오디오·디스플레이·카메라 등에 각각 칩이 들어가는데, 이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컨트롤하는 칩과 시스템을 개발했고 올해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사장은 "자율자동차 시대에는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 차량 내 전자기기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각 기기에 칩이 들어가는 것보다 하나의 칩이 통합해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회사 매출의 35%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이 사장은 해외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유럽·중국·일본·싱가포르 등에 지사를 설립했다.

    "해외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칩은 자동차를 제조할 때 기본 장착되는 것보다 현지 시장에서 딜러 옵션으로 들어가는 게 더 많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기본 장착 물량을 더 늘려야 해요. 중국 물량이 회사 전체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하는데 올해 중국 비중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