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아기에 20년째 내민 손

조선일보
  • 석남준 기자
    입력 2019.07.19 03:10

    매일유업, 일반분유 못먹는 아이 위해 '특수분유' 생산

    18일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 1박 2일 일정으로 ‘PKU 가족캠프’란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PKU는 선천성 대사 이상 중 하나인 페닐케톤뇨증을 말하는 것으로, 이날 PKU 환우와 그 가족 150명이 모였다. PKU 환우회 정혜진 회장은 “20년 전만 해도 우리는 ‘해외에서 분유 사오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곤 했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뒤에는 PKU 환우들을 위한 한 유제품 업체의 '20년 사랑'이 있다. 올해 19회째를 맞는 이 행사를 1회 때부터 빠짐없이 후원하고 있고,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분유를 생산하는 매일유업이다.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분유를 생산하려면 1년에 2차례 각각 9~10일 동안 일반 분유 생산 공정을 중단해야 한다. 올해 매일유업은 창립 50주년과 함께 특수 분유 생산 20주년을 맞았다.

    ◇국내 유일 선천성 대사 이상 분유 생산

    신생아 5만 명 중 1명꼴로 태어나는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들은 아미노산을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만들어지지 않아 모유와 일반 분유는 물론 고기, 생선, 심지어 쌀밥에 포함된 단백질조차도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 식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운동 발달 장애, 성장 장애, 뇌세포 손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20년 전만 해도 당시 가격으로 한 통에 6만원이 넘는 해외 제품을 사서 먹여야 했다.

    1999년 매일유업이 특수 분유 생산에 나선 것은 고(故) 김복용 선대 회장의 지시 때문이다. 김 선대 회장은 한 대학병원에서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들을 만난 뒤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받아서는 안 된다"며 이들을 위한 분유 개발을 지시했다. 당시 김 선대 회장은 "기업은 이윤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공익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며 "비용이 얼마가 들든 특수 분유 사업은 중단하지 말라"고 했다.

    매일유업 분유 사진

    이후 매일유업 평택공장은 1년에 두 차례 전 공정을 중단하고 24시간 동안 기계 내부 세정 작업을 벌인다.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소량 생산이기에 포장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한다.

    매일유업은 국내에 400여 명인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들을 위해 특정 아미노산은 제거하고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 성분을 보충한 특수 유아식 8종 12개 제품을 1999년부터 공급하고 있다. 2017년에는 4세 이상의 환아를 위한 2단계 제품 2종을 추가로 개발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일반 분유를 제조하는 과정에 50여 가지의 원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특수 분유는 여기에 더해 20가지의 원료를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 19세 미만의 환자는 정부 사업을 위탁받은 인구보건복지협회를 통해 무료로 특수 분유를 지원받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협회가 제품 값을 결제하는데, 수입 제품에 비해 50% 이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간 손해 봐도 만들었다

    기회비용을 따지면 매일유업 입장에선 특수 분유를 만들면 만들수록 손해다. 1년에 두 차례 특수 분유를 만들기 위해 공정을 멈추지 않는다면 일반 분유를 4만 캔 더 생산할 수 있다. PKU 환우회 정 회장은 "얼마나 소중한 분유인지를 잘 알고 있기에 분유 가루를 티끌만큼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 환아의 어머니는 "생애 가장 힘든 순간에 매일유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여린 생명을 꼭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으로 키우겠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2013년부터는 매년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와 가족들을 초청해 특별한 식사를 제공하는 '하트밀(Heart Meal) 캠페인'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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