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3년 만에 전격 금리인하…성장률 전망치 대폭 하향(종합)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19.07.18 09:59 | 수정 2019.07.18 14:26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5→2.2% 하향…하반기 경기회복 기대 접어
    美금리인하 예고에 변수 제거…日경제보복, 수출여건 더 악화될 듯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년 만에 전격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이제 연 1.50%로 역대 최저금리(1.25%)보다 불과 0.25%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통화정책의 여력이 부족해 금리인하 시기를 8월로 늦출 것이란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올해 경기하강이 예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낮췄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경제전망 이후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제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2%, 소비자물가상승은 0.7%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한은이 전망치를 한꺼번에 0.3%P 하향한 것은 메르스 파동, 조선업 구조조정이 겹쳤던 2015년 7월 이후 4년만이다.

    한은의 결단은 그만큼 경기부양의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불황이 올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작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성장률 전망치 하향에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일부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조선업 구조조정 후 첫 금리인하…"금리동결할 명분 사라져"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건 2016년 6월이 마지막이다. 당시 한은은 조선업 구조조정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파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1.50%에서 1.25%로 내렸다. 2015년 3월과 6월에는 경기부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이 금리인하의 배경이 됐다. 경기안정과 금융안정을 책무로 둔 한은은 경기하방 흐름이 뚜렷할 때 비로소 금리를 인하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이번 금리인하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의 업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통관기준)은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2.6%로 집계되면서 8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주열 총재가 경기하방요인으로 언급했던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가격 회복 지연으로 하반기에도 개선 확률이 크지 않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반도체 수출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요소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의 수출규제를 시행한 데 이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인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시사했다. 해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10% 줄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주열 총재는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에 대해 "한국과 일본 간 교역 규모나 산업 기업간 연계성 등을 감안해보면 한국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고, 확대될 경우 수출과 우리경제 미치는 영향 적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도 2%대 초반 성장률 내나…추가 인하설도 '모락'

    특히 이번 금리인하는 미국에 앞선 선제적 인하라는 데서 더욱 의미가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를 예고하기는 했지만 한은은 이를 확인한 뒤 8월에나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은이 미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조정한 적이 상당히 드물지만 이번에는 불확실성이 낮아지면서 더 이상 금리인하를 미룰 명문이 사라졌다"며 "일본과의 협상도 마냥 낙관할 수만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논하고 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된 후에도 경기 개선이 뚜렷하지 않거나 대외적 경제여건이 더 악화될 경우 역대 최저금리인 1.25%까지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기는 내년으로 보는 견해가 앞선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내년 1.00%까지 금리를 내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을 따라가면서 내년에 한 번 정도 추가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2회 인하로 금리저점인 1.25%를 밑도는 1.00%까지 내릴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1.5%로 낮췄기 때문에 정책여력이 축소됐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어느정도는 정책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사실상 기준금리 실효하한이라고 하는 것은 자본유출 위험 등 다양한 측면에서 특정하는 하나의 이론적인 개념인만큼, 이를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낙관적인 경기인식 논란 불거질 듯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금리인하와 성장률 하향 등에 대해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부진과 투자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한일간 무역마찰이 수출의 대외적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률 하강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경기낙관론'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2.4~2.5%로 전망했다. 한은의 전망치보다 최소 0.2%p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당장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경기낙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예상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조정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2.4% 정도의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각종 정책 수단을 총동원했을 때의 결과를 상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한은이 성장률이 추가 하향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은은 오는 10월 경제전망을 한 차례 더 넘겨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간 무역마찰이 지속돼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올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2%를 밑돌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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