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에 中 어부지리?…삼성에 불화수소 납품설 도는 빈화그룹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19.07.17 11:44 | 수정 2019.07.18 08:25

    "50여년된 상장사 中 빈화그룹, 韓 반도체업체로부터 대량주문 받아"
    업계 "삼성전자로 납품 추정…아예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중국 산둥성에 있는 화학회사 빈화그룹(化集団)이 삼성전자가 사용하게 될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재료를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순도 불화수소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핵심 소재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한 것이다. 빈화그룹의 삼성전자 납품이 확인되면 한⋅일 통상 분쟁에서 중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 처음으로 가시화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업체들은 일본 스텔라케미파, 모라타화학공업 등으로부터 고순도 불화수소를 들여오거나, 협력사가 일반 불화수소를 사서 고순도로 가공한 제품을 조달받는 방식으로 해당 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로 일본산 고순도 제품을 곧바로 들여오는 길이 막힌 만큼 국내 업체가 중국·대만산 일반 불화수소를 받아 가공한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최근 강인병 LG디스플레이 부사장도 기자들과 만나 "불화수소의 경우 일본뿐 아니라 중국·대만을 통해서도 공급받고 있으며, 대체재를 찾기 위해 현재 테스트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산둥성에 있는 화학기업 빈화그룹의 공장 전경. /빈화그룹 홈페이지
    중국 관영 상하이증권보는 16일 오전 10시 38분(현지 시각) 중국전자화공신재료산업연맹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인용해 빈화그룹이 한국 반도체업체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빈화그룹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상하이종합지수는 0.16% 하락했지만 빈화그룹은 전날보다 9.94% 급등한 7.41위안에 거래를 마쳤다.17일에도 1.75% 상승했다.

    상하이증권보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용 소재 수출 제한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이 충격을 받으면서 기술개발과 동시에 조달원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빈화그룹이 여러 차례 샘플 테스트와 소량 검사 후 최종적으로 한국 기업과 정식으로 협력 관계를 맺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해당 기업이 어디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에 최종적으로 납품되는 국내 불화수소 가공업체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여러 대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국가·업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17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이 반도체공장에서 새로운 재료를 시험할 때 사용하는 라인에 일본 기업 이외의 업체가 만든 불화수소를 투입해 시험을 시작했다"며 "중국이나 대만, 한국 기업 제품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968년 설립해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장 가동을 시작한 빈화그룹은 수산화나트륨, 프로필렌옥사이드(폴리우레탄의 핵심 원료·사진) 등의 화학물질 생산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수용 외에도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 핵심 화학물질을 수출하고 있다. 2010년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17년 기준 매출액 64억 6500만위안(약 1조1080억원), 순이익은 11억 500만위안(1894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산 불화수소는 이미 한국업체들의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올해 1~5월 국가별 불화수소 수입 비중을 보면, 중국이 46.3%로 가장 컸다. 일본(43.9%), 대만(9.7%) 등은 그 뒤를 이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불화수소 재료를 만드는 데 특화돼 있고, 이를 고순도로 가공하는 기술은 없다"면서 "일본산 고순도 제품 수입이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중국 업체들로부터 소재를 공수해 국내 협력업체의 가공을 거쳐 소재를 쓰는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빈화그룹은 현재 한국 기업이 잇따라 대량 주문을 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공급 계약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믿을 만한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언론들은 앞서 한⋅일 통상분쟁으로 중국 불화수소 생산 업체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며 해당 상장사를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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