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수소차도 겨냥…느긋한 현대차 “반사이익 더 크다”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입력 2019.07.17 06:00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품목에 수소전기차에 쓰이는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수소전기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005380)는 일본 외에도 탄소섬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여러 길이 열려있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일본 NHK는 지난 8일 "다음 달 중순쯤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품목에 탄소섬유와 공작기계 등이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투입된 수소전기차 넥쏘. /현대차 제공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탄소섬유 수출 규제가 자국의 수소전기차 사업을 띄우기 위한 ‘견제구’의 목적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일본 역시 수소전기차를 미래 핵심사업 중 하나로 꼽고 글로벌 수소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오사카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앞서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를 갖고 수소경제와 수소연료, 수소전기차 개발 등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내년에 열리는 도쿄 하계 올림픽을 ‘수소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을 파트너가 아닌 철저한 경쟁상대로 인식해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도 이미 수소전기차 개발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한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 유럽연합(EU)과 수소에너지 공동 연구를 위한 ‘3자 협력’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일본 정부가 탄소섬유 규제를 공식 발표할 경우 당장 국내 수소전기차 양산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소전기차에는 폭발 위험이 큰 수소 기체를 담는 연료저장탱크가 가장 중요한 구성품목으로 탑재되는데 여기에 쓰이는 소재가 탄소섬유다.

    현대자동차(005380)가 판매 중인 수소전기차 넥쏘는 국내 중견기업인 일진복합소재가 제작한 수소연료저장탱크가 탑재된다. 일진복합소재는 연료저장탱크 소재 전량을 일본 도레이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는 일본의 탄소섬유 수출 규제가 현실화돼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본 외에도 다른 국가들로부터 탄소섬유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수소전기차는 대량생산 차종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핵심소재 공급에 차질이 생겨도 대체 공급자를 구할 정도의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차는 최근 사우디 아람코와 손잡고 탄소섬유 분야와 연계해 수소 관련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수소에너지 보급과 탄소섬유 소재 개발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왼쪽)과 아민 H.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 제공
    일진복합소재 역시 같은 이유를 들어 탄소섬유 규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일진복합소재 관계자는 "도레이로부터 일본 정부가 탄소섬유 수출을 규제할 경우 미국, 프랑스 법인에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라며 "최근 탄소섬유 기술력이 크게 향상된 효성으로부터 납품을 받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히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품목을 늘릴수록 국내 시장에서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외면이 받아 얻게 될 ‘반사이익’이 더 크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했던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닛산은 애초 16일 중형세단인 신형 알티마를 출시하면서 미디어 시승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한·일 갈등을 고려해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소전기차는 팰리세이드, 쏘나타 등과 같은 대규모 양산 차종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이 탄소섬유 수출 규제에 나서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향후 미래 자동차 개발에서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율을 빠르게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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