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계좌 돌파한 카뱅, 고객 70%가 30대 이하

조선일보
  • 정한국 기자
    입력 2019.07.13 03:09

    2년 만에 달성… 모바일 뱅킹으로 은행권 경쟁 촉발 '메기 역할'
    카카오 하반기 1대 주주 되면 은행·카드사와 본격 맞붙을 듯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의 계좌 개설 고객 수가 지난 11일 밤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17년 7월 27일 영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기존 시중은행 고객(은행별로 3000만명가량)의 3분의 1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카카오뱅크는 금융권에서 '모바일 금융' 경쟁을 촉발시키는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오프라인 지점 하나 없이 스마트폰으로만 서비스하는 카카오뱅크의 급성장에 놀란 기존 대형 금융회사들이 최근 앞다퉈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메기를 넘어 시중 은행 같은 '고래'로 성장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고객 수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데다 시중은행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혁신적 금융상품으로 젊은 고객 확보

    카카오뱅크가 갓 등장했을 때 금융권에서는 '캐릭터 효과'라고 평가절하하는 시각이 많았다. 출범한 지 반 년도 안 돼 고객 500만명을 모았는데도 "'라이언' '어피치' 등 깜찍한 캐릭터가 새겨진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려 10~30대들이 계좌를 만든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곤 했다. 기존 시중은행보다 대출금리나 수수료를 낮추고 예·적금 금리를 높인 것에 대해서도 "적자를 보면서 오래 지속하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카카오뱅크 누적 고객 수 추이 그래프

    이런 인식을 바꾼 것은 지속적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은 획기적인 금융 상품이었다. 작년 6월 출시한 '26주 적금'은 매주 조금씩 금액을 늘려 저축하는 재미를 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시 1년 만에 270만 계좌를 끌어모았다. 모임 회비 관리를 도와주는 '모임통장 서비스'도 작년 말 출시돼 이달 초까지 285만명을 모았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대출이 가능한 '전월세보증금대출' 등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게 바탕이 돼 카카오뱅크는 올해 1분기(1~3월)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65억원)를 달성했다.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 전체 고객의 69%가 30대 이하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은 "기존 은행들이 미래 고객을 잡기 위해 수년간 정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카카오뱅크는 이 일을 2년 만에 해냈다"며 "미래는 모바일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카카오뱅크를 보면서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금융그룹 바라보는 카카오

    하반기에도 카카오뱅크의 공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2대 주주인 IT 기업 카카오가 1대 주주로 올라서면 성장 속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은산(銀産)분리 규제에 막혀 카카오뱅크 설립을 주도하고도 1대 주주가 되지 못했다. 출범 6개월 만에 고객 500만명을 돌파한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추가로 500만명을 늘리는 데 1년 반이 더 걸린 것도 이런 규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작년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 분리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카카오가 이르면 다음 달 금융 당국 승인을 거쳐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자금력이 풍부한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경우 지금보다 금리가 낮은 대출 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된다. 2017년 함께 인터넷 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설립을 주도한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출범 이후 계속 주춤하고 있다. 케이뱅크 고객 수는 올해 초 1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가 젊은 층에 친숙한 모바일 플랫폼을 앞세워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라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은행을 운영하는 '실탄'인 자산이 너무 적다. 카카오뱅크의 자산은 작년 말 기준 12조원가량이다. 선두권 저축은행(5조~7조원)은 넘어섰지만 400조~500조원에 달하는 시중은행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중금리 대출 활성화도 숙제다.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 중 하나가 대출을 갚을 여력이 있지만 금융 거래 내역 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기준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금리 4% 미만 대출이 80%가 넘어 "안전한 대출만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카카오뱅크의 핵심 고객 층인 20~30대가 시중은행의 주력 고객 층인 중·장년층에 비해 금융 활동을 할 자산이 적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저축은행 등 기존 금융사들이 핀테크 혁신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시중 은행 한 은행장은 "지점이 없어도 되고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인터넷 은행이 비용 절감 덕분에 예·적금이나 대출 상품 금리를 후하게 쳐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실제 상품 경쟁은 지금부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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