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③9년만에 매출 100배 키운 지평주조

조선비즈
  • 박순욱 기자
    입력 2019.07.12 10:30 | 수정 2019.07.12 13:27

    김기환 대표, 맛 균일화 위해 서너배 비싼 설비 갖춰
    2010년 취임 당시 2억 매출을 현재 200억원대로 키워
    "무감미료 프리미엄 막걸리도 곧 출시 예정"

    막걸리 시장의 절대 강자는 서울 장수막걸리다. 막걸리 하나로 연간 매출이 2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에서 신제품 ‘인생막걸리'를 내놓았다. 알코올 도수는 기존 장수막걸리보다 1도 낮은 5도. 이를 두고 우리술 업계에서는 "지평막걸리(알코올 도수 5도)가 워낙 인기를 끄니까 1위 업체인 장수막걸리가 같은 도수의 경쟁제품을 내놓았다"고 수군거렸다.

    최근 우리술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지평생막걸리’의 제조사 지평주조는 100년(1925년 지평양조장 설립)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막걸리 장수기업이다. 현재 막걸리를 활발하게 생산, 유통하고 있는 국내 양조장 중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지평주조 양조장은 2014년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양조장 건물이 유엔사령부로 쓰이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인 1925년 1대 사장 고 이종환씨가 설립한 지평주조는 1960년에 현재 사장인 김기환 대표(37)의 할아버지인 김교섭씨(2대 사장)가 인수했고, 3대인 김동교(김기환 대표 부친) 대표에 이어 2010년부터 김기환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는 막걸리 맛의 균질화를 위해 신혼방을 양조장 옆에 차릴 정도로 품질관리에 애를 썼다. /지평주조 제공
    김기환 대표가 지평주조 경영을 맡은 2010년만 해도 지평주조는 여느 시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동네 막걸리 양조장' 외형이었다. 직원 3명에 연간 매출이라고 해봤자 2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김 대표가 경영을 맡은 지 10년도 안된 지금, 지평주조는 막걸리 업계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로 불릴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에 166억원의 성적을 거둔 지평주조의 올해 매출 목표는 250억원. 2010년 매출이 2억인 점을 감안하면, 9년만에 100배 넘는 매출 신장률을 거두는 셈이다. 국내 막걸리업체 전체에서도 5위권에 해당하는 매출이다.

    ◇스토리텔링, 대리점 상생경영, 저도주 트렌드가 고성장 비결

    지평주조가 지평생막걸리, 한 제품으로 매년 5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는 비결은 뭘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크게 세 가지로 그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스토리텔링의 성공이다. 제품명 지평생막걸리는 지평이라는 소지역(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이름을 땄다. 그리고 지평양조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막걸리 양조장이다. 조선후기만 해도 전국에 1000개도 넘은 양조장이 있었지만, 일제 치하의 국가총동원령(국산 농산물로 술을 빚지 못하게 한 법령) 같은 규제로 거의 다 명맥이 끊어졌다. 그 와중에서도 지평양조장은 지금껏 살아남아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평주조는 정부로부터 근대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지평양조장 스토리를 적절하게 마케팅에 활용했다. 전국적으로 지역명을 브랜드명으로 쓰고 있는 전통술은 많다. 그러나, 지평막걸리만큼 ‘지역이름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

    두번째는 도매상과의 상생전략이다. 지평주조는 최근 경북, 전남, 제주지역까지 영업망을 확대, ‘전국구 막걸리’로 거듭났다. 지평주조는 기존 수도권 중심에서 2017년부터 강원, 부산, 경남, 충청, 전북 등 전국 유통망 확대를 추진해왔다. 그리고, 올 2월 지평막걸리를 취급하는 75개 대리점(도매상)을 구축, 전국 유통망을 완성했다. 이들 대리점들은 대부분 지평막걸리만 취급하는 도매상들로, 이들이 편의점을 비롯해 지평막걸리를 판매하는 소매점, 식당들에게 지평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평막걸리가 단기간 내 ‘전국구 막걸리’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거래처와의 상생전략이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술 업계에서는 "지평주조는 다른 막걸리 업체에 비해 도매상이나 식당에 유통마진을 많이 준다"고 소문나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막걸리를 팔 경우, 지평을 취급하는 것이 훨씬 수익성이 좋다는 것이다. 김기환 대표는 "동기부여를 위해 대리점 사장에게 해외연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번째는 저도주 트렌드를 선도했다는 점이다. 서울장수막걸리를 비롯해 대부분의 일반 막걸리 알코올 도수는 6도다. 6도가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기에 적합한 도수로 본 것이다. 그러나, 지평의 생각은 달랐다. 위스키, 소주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저도주' 바람이 막걸리에도 해당된다고 보고, 2015년부터 지평생쌀막걸리 알코올 도수를 기존 6도에서 5도로 낮추었다. 오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산 쌀과 밀 누룩을 쓰는 지평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5도일 때 가장 지평다운 맛이 난다고 본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부드러운 저도주를 선호하는 여성층과 젊은 고객층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국내 막걸리업계의 저도주 트렌드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에 완공된 지평주조의 춘천공장 외관. 맥주공장 수준의 최첨단 설비를 갖추었다. /지평주조 제공
    지평주조는 올 3월 알코올 도수 7도의 신제품 ‘지평일구이오'를 내놓았다. 지평주조의 설립연도인 1925년에서 이름을 딴 준프리미엄 제품으로 소비자 가격이 2650원 정도로 지평막걸리보다 약 1000원 비싸다. 알코올 도수가 지평막걸리보다 2도 높은 제품으로 ‘술 좀 마시는 애주가'들을 겨냥했다.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를 서울 송파의 서울사무소에서 인터뷰했다.

    ◇"온도 컨트롤 가능한 발효탱크 설비로 맛 균일화 이뤄"

    올해 매출 목표는?

    "250억원이다. 작년에는 목표치인 160억원을 조금 넘긴 16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매년 50% 이상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올해 목표 역시 작년 매출보다 50% 늘려잡았다."

    지평막걸리의 지속적인 성장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세가지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가 품질이고, 두 번째는 대리점과 상생, 마지막은 인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품질은 내가 처음 지평주조에 들어왔을 때(2009년에 입사했고 2010년에 대표로 선임됐다)부터 지금까지 신경 써왔던 부분이며, 지금은 맥주 회사에 준하는 정도의 최첨단 설비투자를 갖췄다고 보고 있다. 주류의 고른 품질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온도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 있어 맥주는 설비가 굉장히 발전돼 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발효탱크 등은 다른 양조장에 비해 가격이 서너 배 비싸다. 일반적으로 막걸리 회사에서는 스테인레스로 된 탱크를 사용하는데 우리 지평은 3중 구조로 되어 그 속에 냉매가 돌면서 일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쓰기 때문에 가격 차이가 많이 날 수 밖에 없다. 작년에 춘천공장을 완공했는데, 총 투자비 110억원 중 설비부분만 70억원을 들였다. 국내 최고의 막걸리 양조시설을 갖추었다고 자부한다.

    두번째는 대리점과의 상생이다. 사실 마진 구조와 같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우리는 문화적인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다. 상징적으로 대리점 점주들을 해외 연수를 보내드린다던가 하는 사례를 들 수 있는데 맥주 회사 같은 대형 주류업체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막걸리 회사에서는 이런 일이 많지 않다.

    세번째가 인재다. 사내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모토이고, 이에 따라 예전에는 직급이 있었는데 지금은 직원들이 직책만 가지고 가고 있다. 우리가 아직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지만, 연수나 워크숍 등을 통해 많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하고 있다."

    막걸리 제조 공정에서 온도 유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술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온도 관리다. 실제 막걸리는 25도 온도에서 만들어지지만, 발효 끝났을 때는 15도 내외로 식혀서 나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컨트롤이다. 그런데 일반 스테인레스 탱크는 온도를 낮출 방법이 없다. 기껏해야 에어컨을 트는 정도인데, 술이 발효 과정에서 끓어오르면 40도 이상이 된다.

    술 발효는 쉽게 말해, 효모가 당을 먹으면서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배출하는 과정인데, 이때 열을 같이 배출한다. 그런데, 온도가 올라가면 효모가 죽거나 술이 이상하게 되든지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효모도 싱싱하게 살아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잘 배출하려면 적절한 온도유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일정한 온도유지 설비가 갖춰지지 않으면 막걸리가 어떤 때는 맛있고 어떤 때는 맛없는 술이 나온다. 맛이나 품질이 들쑥날쑥하다는 얘기다. 술이 균일한 품질을 내기 위해서는 온도 컨트롤이 필수다."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평주조는 최근 양평군과 지역사회 기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평주조는 아일랜드 더블린의 세계적인 맥주회사 ‘기네스’를 롤모델 삼아 막걸리 업계의 기네스가 되겠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있다. /지평주조 제공
    지평주조는 올해로 창립 94년의 역사를 갖게 된다. 1925년 설립된 지평양조장은 처음부터 막걸리 양조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지붕 위 통풍 장치와 천장 사이에 마련된 왕겨층 공간이 온도와 습도를 자연상태로 조절, 최상의 막걸리 맛을 유지하도록 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평양조장 건물은 문화재 복원 공사 중에 있으며 공사가 끝나면 막걸리 체험장으로 활용될 옙정이다.


    ◇1925년 설립 당시 레시피 따른 신제품 지평일구이오 내놓아

    신제품 지평일구이오를 내놓은 배경은?

    "작년에 연구소를 설립해서 새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 또, 작년부터 대형 유통에서 준프리미엄 막걸리(병당 가격이 2500원에서 3000원 사이 제품) 시장이 꽤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평막걸리는 마트에서 1650원 정도인데, 지평일구이오 병당 가격은 2650원이다. 지평일구이오는 완전히 새로 개발한 제품은 아니고, 기존에 ‘특주’라는 이름으로 한정 생산, 유통하고 있던 제품을 연구소에서 업그레이드 시킨 제품이다. 1925년 지평양조장 설립 당시의 제조법(레시피)과 최대한 같이해, 제품명을 지평일구이오로 붙였다. 기존 지평생막걸리 발효기간이 1주일 정도 걸리는데, 지평일구이오는 최종 발효단계가 30% 정도 더 걸린다. 알코올 도수가 7도로 지평막걸리보다는 좀 더 묵직하고 진한 술이다."

    지평주조 춘천공장에서 지평생막걸리가 생산되고 있다. /지평주조 제공
    첨가물인 감미료는 두 제품이 어떻게 다른가?

    "지평생막걸리는 합성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넣었고, 지평일구이오는 천연감미료인 스테비올배당체를 넣었다. 천연추출물인 스테비올배당체는 아스파탐에 비해 가격이 10배 정도 비싸다.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여러 첨가물을 넣고 관능검사(맛, 향 등의 평가)를 했는데, 스테비올배당체를 넣었을 때 가장 좋은 평가가 나왔다. 1925년 당시 막걸리에는 단맛을 내기 위헤 사카린이 들어갔을테지만 90년도 더 지난 지금 내놓는 신제품 지평일구이오에 소비자들이 꺼리는 사카린을 넣을 수는 없었다."

    신제품도 단맛이 강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달다는 것에는 여러 의견이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달다는 의견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달아서 좋다는 분들이 훨씬 많다는 거다. 지평생막걸리 같은 경우는 더 그렇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적당히 달아서 좋다’는 평가를 주시는 것 같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고, 내부에서 볼 때는 제품의 단맛이 적정한 정도라고 판단을 했다. 매니아층보다는 일반 소비자들 입맛에 맞추었다고 보면 된다."


    첨가물을 전혀 넣지 않은 제품을 내놓을 계획은?

    "감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제품 개발은 끝낸 상태로,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도 적당한 단맛을 내려면 기존 제품보다 쌀 함유량을 늘려야 한다. 그외에도 섬세한 공정이 필요하다. 가격은 소비자가 기준 1만원 정도로 프리미엄제품이 될 것이다."


    중간도매상 사이에서 지평제품 인기가 높은 게 유통마진이 다른 막걸리에 비해 높다는 얘기가 있다.

    "유통마진에 대해 얘기하자면, 우리보다 마진이 더 좋은데도 있고 안 좋은데도 있는 것으로 안다. 지평이 제일 높다고 말씀 드리기는 어렵지만, 낮지 않게 설계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우리는 도매상(대리점) 사장들과 가급적 소통을 자주하면서 상생방안을 최대한 찾으려 애쓰고 있다."

    ◇올 1월 전국유통망 갖춰...향후 10년 고성장 토대 갖춰

    수출 계획은?

    "현재의 생막걸리 기반으로는 유통기한이 짧아 수출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수출 실적은 없다고 보면 된다. 기존 제품이 아니라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제품 개발과 수출까지는 앞으로 2~3년 정도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수출 타겟은 일본, 중국, 미국이 아니라 유럽으로 잡고 있다."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평양조장. 위 사진은 작년 4월에 찍은 사진으로 현재 이 건물은 막걸리 체험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복원 공사 중이다. /박순욱 기자
    올 1월에 완료한 전국 유통망 구축의 의미는?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지평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다. 쉽게 생각하면, 지평이 막걸리의 1등은 아니지만 전국 유통망 막걸리 브랜드 중에서는 1등이다. 지평막걸리와 같이 전국적으로 판매되는 막걸리 브랜드는 몇 안 된다. 업계 1위인 서울 장수막걸리도 지방 유통망은 우리만 못하다. 단일 브랜드로 지평막걸리처럼 전국적인 유통이 이루어지고 높은 매출을 내고 있는 경우는 없다. 이것이 전국 유통망 1등 막걸리 브랜드라고 말씀 드릴 수 있는 근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시작은 수월하게 한 편이지만, 지방이 수도권처럼 활성화 됐는지 봤을 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은, 지역별로 대표 막걸리 하나씩은 꼭 있어서 단일 브랜드로 전국화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전국 유통, 판매가 어느 정도 안정된다고 하면 의미가 굉장히 클 것 같다. 아직까지 성공적으로 안착된 사례가 없어서 더 그렇다. 전국 유통망 구축을 통해 지역을 더 알아가고 우리 제품을 지역화하는 부분에 있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지평 매출이 매년 고성장해왔는데, 지난 10년 성장한 만큼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나갈 자신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국 유통망 구축이다. 시장을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다 세워졌다는 의미이고, 우리가 성장률을 이어갈 수 있는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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