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5% "투자 환경, 해외가 훨씬 낫다"

입력 2019.07.12 03:11

本紙 20대 그룹 설문조사

LG전자는 지난 4월 경기 평택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모두 베트남 하이퐁으로 옮긴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평택 생산 라인이 옮겨가면 LG전자의 베트남 현지 스마트폰 생산 규모는 연간 600만대에서 1100만대로 증가한다. LG전자가 스마트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가 주춤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국내 생산 비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투자 축소, 해외 투자 확대'는 LG전자만의 일이 아니다. 실제 올 1분기 우리나라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작년 동기보다 45% 늘어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1분기 기준 최대를 기록했다.

◇기업 65% "해외 투자 환경이 더 좋다"

본지가 상위 20대 그룹을 상대로 경제·투자 현안에 대해 설문한 결과, 기업들은 '투자의 걸림돌'(복수 응답)로 '대외 경제 여건 악화'(70%)와 '최저임금 인상 등 국내 사업 환경 변화'(45%) 등을 꼽았다.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국내 기업의 수출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생산 비용까지 오르면서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 투자 환경에 대한 질문에 20대 그룹 중 65%는 '해외가 낫다'고 답했다. '비슷하다'(25%)와 '국내가 낫다'(10%)는 응답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았다.

20대 그룹에 물었다
실제 기업들의 국내외 투자는 역전 현상을 보이고 있다. '5년 전과 현재의 국내외 투자 비중 비교' 질문에 응답한 기업 15곳 중 65%가 '국내 축소, 해외 확대'라고 답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한국 경제에 위기의 삼각 파도가 닥치고 있다. 디지털화, 세계 무역 질서 변화, 국내 기업 정책의 변화 등 거대한 변화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사업하기 유리한 곳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국내 기업 환경은 기업인들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정책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투자가 저조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내우외환의 한국 기업

SK하이닉스
는 지난 3월 경기 이천과 충북 청주에 1조7000억원짜리 자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 155조원을 투자해 용인과 청주에 짓는 반도체 생산 라인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조치다. SK하이닉스가 한전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대신 자체 발전소 건설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의 선례를 피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평택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해 송전탑을 설치해 전기를 끌어오려 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5년이나 시간을 끌다가 삼성이 700억원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전선을 지중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LNG 건설도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최근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LNG발전소를 도심에 짓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건설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법규 등 각종 규제에다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기업 투자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주력 산업의 경쟁력도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그룹 중 절반이 넘는 11곳(55%)이 '주력 산업 경쟁력이 경쟁국보다 약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국내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복수 응답)으로 신산업·투자 관련 규제 혁신(7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법인세 인하 등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45%), 주 52시간제 완화와 최저임금 속도 조절 등 정책 변화(40%) 순이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내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만들어내거나,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을 제거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며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약속하는 것처럼, 기업이 신산업을 벌일 때 시장 형성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부양 정책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전히 규제가 많은 바이오헬스 산업에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 철폐를 해, 투자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뿐 아니라 외부 경영 환경 변화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그룹 중 17개(85%) 그룹이 미·중 무역 분쟁으로 경영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1개 그룹은 '영향이 크다'고 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도 대부분의 기업들(75%)이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여기에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더해졌다. 14개(70%) 그룹이 '다소 영향이 있거나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문 응답 기업: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농협, 현대중공업,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부영, LS, 대림, 에쓰오일, 미래에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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