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부동산 대책 유감

조선비즈
  • 이재원 기자
    입력 2019.07.11 06:01

    이달 중순 막을 올리는 뮤지컬 맘마미아는 3년 전 무대에 올려졌던 맘마미아와 ‘같으면서도 다른’ 공연이다. 같은 점은 기본적인 줄거리와 노래들, 상당수의 주연 배우 등이다. 최정원과 남경주, 이현우 등 베테랑 배우들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다른 점으로는 공연 장소와 일부 출연진 등 여럿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부분적으로 연출도 바뀐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극 후반부에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인 ‘해리’가 동성애자임을 알리는 장면이다. 이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매우 놀라는 모습으로 연출됐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연출진은 관람객들이 미디어 등에서 동성애자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사람도 있는 만큼 과거처럼 그렇게 매우 놀란 표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불과 3년전 성공적으로 치른 공연인데도 이런 미세한 부분까지 끊임없이 찾아내 현실에 맞춰 가려고 노력하는 제작진의 모습은 신선해 보인다. 사실 공연뿐 아니라 전자제품부터 호텔 서비스까지 완성도가 높을수록 디테일이 강한 것은 어찌 보면 진리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현실과 어긋난 상태로 그대로 10년째 흘러가는 것들도 많다. 부동산 정책도 그중 하나다.

    정부는 최근 서울 주택 시장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자 새로운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상승 추세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정부는 사전 대응에 나서기로 한 모양이다. 집값이 더 오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니 대책을 고민하는 심정은 공감한다. 문제는 방식과 철학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분양가 통제 방침만 봐도 그렇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 방식이 통한다면야 모르겠지만, 문제는 분양가를 잡는다고 집값이 잡힌다는 보장이 없다는 거다. 집값 상승기에는 분양가에 곧장 프리미엄이 붙어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는 것은 최근 몇년간 수도 없이 경험한 일이다.

    여기에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회사가 사업을 지연하거나 보류하는 방향으로 힘이 작동해 안 그래도 부족한 서울 아파트 공급만 더 줄일 거라는 우려도 귀가 따갑도록 들린다. 분양가에 폭리가 끼어 있어 정의롭지 못하다는, 그리고 분양가를 낮춰야 서민이 낮은 값에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10년 전 생각에 멈춰 있다 보니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주택 공급 방식도 마찬가지다. 집이 모자라다는 아우성이 들리면 모자란 곳에 집을 지을 생각을 해야 하는데 묵은 해법인 신도시만 덜렁 들고나왔다. 물론 수도권 신도시가 공급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교통망을 잘 갖추면 어느 정도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서울 시내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아직 많기 때문이다.

    도심 공급이 절실하다는 것은 최근 몇년 동안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 공인중개업소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과거 도심과 매우 가깝다는 장점에도 주변이 낙후했고 교육 여건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 지역에는 맞벌이가 일반화된 젊은 층이 여전히 몰린다. ‘직주근접’의 장점이 부각했기 때문인데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울시내 공급 대책은 부족하고 그마저도 임대주택이 태반이다.

    가산점 위주로 진행되는 청약제도와 무 자르듯이 자른 대출규제 역시 현실에 맞도록 손질하기는커녕 강화 일변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자료를 보면 지난 5월말 기준 최근 1년 동안 서울의 1㎡당 평균 분양가는 778만6000원, 3.3㎡(1평)로 환산하면 2570만원쯤 된다. 35평형 아파트의 경우 9억원쯤 되는 셈인데, 입지가 조금만 괜찮아도 10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니, 분양가의 60%는 목돈으로 쥐고 있어야 청약에 나서볼 수 있다.

    결국 청약의 혜택을 보는 사람의 상당수는 부모로부터 돈을 물려받은 사람, 고가의 전세를 살던 사람이다. 중저가 주택에서 재산세를 꼬박꼬박 내며 살다 돈을 모아 갈아타기를 하려는 1주택자가 세금 한 푼 안 내고 더 좋은 집에서 전세를 살던 사람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현실과 동떨어진 부동산 정책이 만든 피해자는 차고 넘친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공포감이 가득한 정책을 계속 쏟아냈지만, 결론은 어떤가. 집값은 더 올랐고, 그렇다고 정책 덕을 봤다는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특히 무주택자는 더 오른 집값에 규제까지 겹쳐 내 집 마련이 더 멀어진 느낌을 받고 있다.

    모두를 만족하는 대책이 어디 있겠나.하지만 손발이 맞지 않는 제도나 헛점이 있다면 서둘러 보완해야 하지 않을까. 이 정부가 지켜주겠다던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이 더 꺾이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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