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총괄∙공공건축가…폐쇄적 운영에 현실 반영 안 돼 논란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19.07.11 09:47

    애매한 선정 기준 문제…‘카르텔’ 사단도 논란거리

    서울의 도시정비사업장 가운데 가장 뜨거운 지역인 용산구 한남3구역은 2012년 조합 설립 이후 건축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시 1대 총괄건축가였던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과 공공건축가들의 설계를 반영한 끝에 2018년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사업시행인가 이후 올해 말 시공사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한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일대. /조선일보 DB
    공공건축가는 공공건축물 수준을 높이고 신진 건축가를 발굴·육성하기 위해 서울시가 2012년 2월부터 시작한 제도다. 공공건축물 기획·설계에 참여하는 것부터 대규모 정비사업의 정비계획 수립 자문까지 맡는다.

    서울시 총괄건축가는 서울에서 진행되는 도시개발 사업의 방향성을 잡고 도시의 미래 콘셉트를 설정해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도시의 문화·역사적 맥락과 현재의 특성, 미래의 방향을 고민해 도시 공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일이다. 2014년 9월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1대 총괄건축가를 맡았고, 김영준 총괄건축가를 거쳐 김승회 건축가가 현재 3대 총괄건축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총괄건축가가 도시 전체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공공건축가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공공건축물·정비사업 설계를 맡는다고 보면 된다. 공공건축가가 좀 더 실무적인 위치에 있는 셈이다.

    ◇현실 반영 못하는 공공건축…총괄건축가는 3대째 같은 학교

    한남3구역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총괄건축가는 1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의 진행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비업계와 건축업계가 총괄·공공건축가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건설업계는 이들의 계획과 설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조합원의 사유재산을 재건축·재개발하는 정비사업이 공공에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지난해 공공 주도의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설계안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재개발사업도 5층짜리 저층이 너무 많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국제설계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설계안을 반대하고 있다.

    건축업계에서도 이 제도를 두고 말이 많다. 먼저 특정 학교가 공공 건축업계를 쥐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이 때문에 주류에서 벗어난 건축가의 경우 공공사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선 흔히 공공건축 사단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들의 관계가 매우 단단해, 여기 소속되지 않으면 진입 문턱을 넘기 어렵다"며 "아무래도 공공성이라는 명분을 갖고 움직이다 보니, 다른 관련자들이 보기에 유연하지 않아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총괄건축가 역시 1대부터 3대까지 모두 같은 학교 건축학과 출신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들은 세명 모두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공공건축가 작품이 공공 설계공모 당선작으로

    공공건축가들이 서울시 공공건축물 설계공모에 당선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가 시행한 설계공모를 보면 ‘한남1 고가하부공간 활용 공공공간 조성 지명 설계공모’와 ‘종암사거리 고가하부공간 활용 공공공간 조성 설계공모’, ‘강서구 마곡동 농업공화국 조성사업(가칭) 설계제안 공모’ 등의 당선작으로 공공건축가의 설계안이 선정됐다.

    하지만 이들 설계공모의 심사위원 중 일부는 공공건축가들이었다. 공공건축가의 설계안을 다른 공공건축가가 평가하고 당선작으로 선정했다는 얘기다.

    서울시장이 민간 전문가를 위촉해 임무를 맡기는 총괄건축가와 달리 공공건축가는 선정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에 있는 한 사립대학교 건축학과 강사는 "공공건축가 선정 때 건축가의 실적이 무엇인지 확실히 들여다 보지 않고 지인을 통해 섭외하는 등, 우회적으로 제안이 들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각종 공모전이나 수상경험을 기준으로 우선 선정하고, 수상 경력이 없으면 포트폴리오를 검토해 선정한다"며 "이후 공공건축가 추천위원회에서 사업별로 적합한 공공건축가를 검토해 발령낸다"고 말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는 2012년 77명으로 시작해, 기존 공공건축가 113명과 올해 새로 충원한 135명을 포함해 총 246명이 현재 활동하고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 운영 규칙에 따르면 공공건축가는 신진건축가와 중진건축가, 총괄계획가(MP) 등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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