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도 해결 못해줘요, 부동산에 노후자금 묶이면

조선일보
  • 한화생명 경인FA센터 김명환 FA
    입력 2019.07.10 03:04 | 수정 2019.07.10 17:09

    한화생명 은퇴백서

    요즘 일본에서는 고령자들이 젊은 층보다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더 투자한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엔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안전 자산만 골라 투자했지만, 20여년이 지난 후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이들은 버블 이전 고도 성장기에 주식 투자로 돈을 불려 본 경험도 있는 사람들이다. 젊은 층에 비해 비교적 축적된 자산도 많아 주식 투자에 더 공격적이다.

    일본 은퇴자들에게 주식이 있다면, 한국 은퇴자들에겐 부동산이 있다. 당초 전문가들은 퇴직 후 이렇다 할 소득이 없어진 우리나라 은퇴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부동산을 팔아치우면서 '생계형 매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빗나갔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선 고령층이 오히려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젊은 시절 주식이나 펀드 등으로 돈을 굴려보았지만 큰돈을 벌지 못했거나 오히려 손실을 보았던 이들이 부동산에선 비교적 성공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별 아파트 구입자 비중 변화 그래프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이 작성한 '최근 5년간 연령대별 아파트 구입자 변화' 보고서를 봐도 2015년 아파트 구입자 중 60세 이상은 11만2036명으로 2011년의 7만1254명보다 5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구입자 수 평균 증가 폭인 17%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지만 29세 이하의 아파트 구입 건수는 16.5%, 30~34세는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층 또는 은퇴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은퇴 후에도 자산의 80~90%가 여전히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면 생활에 곤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는 젊은 인구가 유입되는 곳, 신규 공급의 한계로 고령화 영향이 적은 대도시 핵심 권역 등은 추천 대상이라고 말한다. 반면 속칭 대박을 터트렸던 토지의 경우, 현금화가 어렵고 과거처럼 대규모 지역 개발 사업의 수혜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충분한 투자 여력이 있는 경우에만 추천하는 추세다. 높은 임대수익률로 인기를 누렸던 상가 역시 상권 이동과 경기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큰 현 상황에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물론 충분한 투자 여력이 있으면서 상속까지 고려하는 사람에게 상가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자산임은 분명하다.

    최근 3년간 주택 매매 거래는 감소세가 뚜렷하다. 등락을 반복해 오던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13~2015년 사이 매년 15.8~ 18.8%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이 기간 동안 27.3~33.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3년(2016~ 18년)간은 전국적으로 매년 10%씩 주택 거래량이 감소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구조에 진입한 결과라는 견해도 있고, 최근 잇따른 부동산 규제 정책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어찌 됐든 분명한 사실은 주택 거래량이 앞으로도 이 같은 감소세를 보인다면 부동산 투자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기간이 이전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전보다 일찍 은퇴 시점을 내다보고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둬야 하는 이유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 때 부동산을 소득으로 전환(연금화)하는 방법에는 ▲임대를 놓거나 ▲팔고 작은 집이나 전세로 옮기거나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방법 세 가지가 있다. 임대를 하면 소득이 생긴다. 앞으로 가격 상승을 기대하거나, 자녀에게 증여·상속할 계획이 있을 때 택하는 방법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의무 임대 기간(단기 4년, 장기 8년)을 채워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여러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작은 집이나 전세로 옮기는 방법은 당장 일부를 현금화할 수 있어 유용한 방법이나 집이 줄어드는 데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있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반면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며 연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 주택연금은 이런 불편을 해소한 덕분에 출시 이후 가입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 도입 당시 515명에 불과했던 가입자 수는 2017년 4만9815명, 올해는 4월 말 기준 6만444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가입 조건은 완화되는 반면 월 수령 연금액은 줄어드는 추세다. 자세한 가입 조건은 주택금융공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은 2030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남성은 84.1세, 여성은 90.8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앞으로 11년 후 한국 여성은 평균적으로 90년 이상 살게 된다. 60세에 은퇴해도 30년을 더 생활해야 하는 것이다. 똑같이 재산의 80%를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해도 재산이 100억원인 사람은 80억원의 부동산을 보유하며 20억원으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다. 재산이 10억원인 사람은 2억원으로 30년을 살 수 있을까? 은퇴를 앞두고 냉정하고 치밀하게 내 재산 포트폴리오를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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