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한 뒤 후분양?…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구멍은

조선비즈
  • 유한빛 기자
    입력 2019.07.09 16:17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도 분양가 상한제 대상에 포함하는 부동산시장 안정책을 꺼내들자마자, 업계에선 벌써 규제를 피해갈 편법이 나오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서울 집값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분양가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억제하자 준공 이후 분양하는 ‘후분양’으로 방향을 튼 분양 사업장이 늘었다. 택지 가격과 정부가 정한 공사비를 더한 금액으로 분양가격을 제한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민간택지까지 확대 적용되면, 후분양 방식으로도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어렵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사업승인 촉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 경우 타격이 큰 쪽은 서울 재건축사업이다. 조합원들로서는 일반분양의 분양가격이 높을수록 재건축 비용 부담이 줄어들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 규모가 클수록 시공·설계 과정에서 선택지가 많아진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간임대주택제도를 활용해 분양가 상한제를 비켜가는 편법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주택제도는 서울의 급속한 성장으로 주택난이 극심했던 1984년 말 ‘임대주택건설촉진법’ 제정으로 시행됐다. 이후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게를 두는 쪽으로 법이 개정됐지만, 서울에서만큼은 민간 기업이 임대를 목적으로 대규모 주택을 짓는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이중 민간건설임대주택은 임대를 목적으로 주택을 지은 다음, 약속한 임대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일반에 분양하는 방식이다. 단기민간임대주택의 임대의무기간은 4년에 불과해 분양가격을 정하는 시기가 실질적으로 유예되는 셈이 된다. 최근 분양가격을 두고 임차인들의 반발이 잇따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장기임대 분양전환 아파트 사례로 확인할 수 있듯, 임대 기간 중에 주변 부동산 시세가 오르면 결국 분양가격도 높아진다.

    당첨조건이 까다로운 신규 주택청약과 달리 임차인에 대한 제약도 상대적으로 적다. 건설사들이 민간임대주택사업자인 아파트 사례를 보면, 임차인이 다주택자이거나 청약통장이 없더라도 집을 빌릴 수 있다. 민간임대주택이 분양가 규제를 피할 방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정부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현행 주택법상 사업자가 임대를 사업목적에 포함해 사업승인을 받고 지어야만 민간건설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다만 준공 후에도 단지 전체가 미분양인 경우에는 해당 시군구청장의 승인을 받으면 사업계획을 변경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과 매매를 옥죄는 방식으로 집값을 억제할 경우, 정책의 풍선효과가 예상치 못한 곳에나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점을 지적한다. 규제가 완화되면 억눌렸던 주택 거래 수요 때문에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가장 큰 타격은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재건축 사업인만큼, 사업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단지들이 나올 수 있다"며 "이 경우 몇 년 뒤에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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