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세청, 더 달라져야 한다

조선비즈
  • 전재호 경제부장
    입력 2019.07.06 04:00

    국세청에 대해 수도권에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에게서 들은 얘기다. 이 기업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 직원들이 직접 이 회사로 출장을 나왔다고 한다.

    국세청 직원들은 자신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놓으라고 사전에 요구했는데, 직접 와서는 "회의실이 왜 이렇게 좁냐. 의자가 불편하다. 시설들이 별로니 새 것으로 다시 준비해라. 우리가 나와서 조사하는걸 고맙게 생각해야지, 국세청으로 매일 들어오고 싶은거냐. 회사 회의실이 좁으면 근처 건물이라도 임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트집을 잡았다고 한다.

    이 기업은 좀 더 넓은 회의실로 바꿔줬다. 이번에는 "커피 맛이 없다. 냉장고에는 음료수를 가득 채워 놓고 간식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또 관련 서류를 국세청 양식에 맞춰서 다시 준비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담당부서 직원들은 밤을 새우면서 수천장의 서류에 구멍을 뚫고 크기에 맞게 칼로 자르는 일을 해야했다. 주말에 전화해서 "월요일 아침 9시까지 자료 만들어서 자리에 올려놓으라"는 주문도 있었다.

    국세청 직원들이 이렇게 생트집을 잡고 기업을 괴롭힌 이유는 돈 때문이다. ‘내가 너희들을 이렇게 힘들고 귀찮게 할 수 있으니 돈을 가져오라’는 뜻이었다. 결국 이 기업의 경영진은 다른 직원들에겐 비밀로 하고 이 국세청 직원들에게 뒷돈을 건네줬다고 한다. 이후 이들은 더는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세무조사는 마무리됐다. 물론 국세청 직원들이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이 기업은 국세청과 ‘협의’를 통해 세금도 냈다. 이 기업인은 당시 세무조사를 나왔던 국세청 직원들의 이름도 알려줬다.

    이 얘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 기업한테만 이렇게 돈을 뜯어냈을까.’ 우리나라에는 약 58만개의 중소기업과 약 4500개의 중견기업이 있다. 이 기업인은 국세청 얘기를 해주며 혀를 끌끌 찼다.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준이 이 정도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고도 했다.

    이 기업인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지, 국세청은 국민권익위원회의 ‘2018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을 기록했다. 직원 수 2000명 이상인 중앙행정기관 중에서는 유일한 5등급이다. 청렴도 평가는 외부, 내부, 정책고객이 매긴 등급에 권익위가 가중치를 매겨 결정하는데 국세청은 외부 평가에서 5등급, 정책고객 평가에서 4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내부 평가에 참여한 소속 직원들은 1등급을 줬다. 국세청의 자기객관화 능력이 이렇게 떨어진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달 초 김현준 23대 국세청장이 취임했다. 그는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전체 조사 건수와 비정기 조사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다. 불필요한 조사를 줄이는 것도 좋지만, 기업을 괴롭혀 뒷돈을 뜯어내는 직원들부터 관리하는게 어떨까싶다. 최근 몇년간 세무조사를 했던 기업의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뒷돈을 요구했던 직원들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세청도 금품수수 등 범죄행위나 간식요구 등 납세자 불편행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탈을 하는 직원은 2만명 넘는 국세청 공무원 중 일부일수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비리집단으로 오해받지 않도록 더 노력해야한다. 국세청이 스스로 바꾸지 못한다면 외부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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