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가 와도 VR·AR게임 못살리나

조선일보
  • 오로라 기자
    입력 2019.07.03 03:06 | 수정 2019.07.26 15:34

    포켓몬고 이후 기대 모았던 신작 '해리포터'도 흥행 부진

    지난달 28일 '포켓몬고'로 유명한 미국 게임 업체 나이앤틱이 포켓몬고의 뒤를 잇는 증강현실(AR) 게임 '해리포터: 마법사 연합'을 국내에 출시했다. 유명 소설 시리즈 '해리포터'의 명성에 힘입어 포켓몬고에 버금가는 'AR 게임 열풍'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결과는 초라했다. 출시 4일 차인 2일, 이 게임은 구글의 앱(모바일 응용프로그램) 장터 내려받기 순위에서 34위, 매출 순위는 339위에 머무르고 있다. 포켓몬고가 내려받기 1위, 매출 2위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되는 성적이다.

    비단 이 회사 게임뿐만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 콘텐츠의 꽃으로 주목받아 온 AR과 가상현실(VR) 게임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차가운 시장 반응에 한때 뜨겁게 달아올랐던 게임 업체의 투자·개발 열기도 싸늘하게 식었다. 그나마 정부가 AR·VR 콘텐츠 개발에 거액의 예산을 배정했지만, 상당 부분이 콘텐츠 제작이 아닌 AR·VR 체험 시설에 투입되고 있어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소비자·업계 모두 등 돌린 AR·VR

    한때 AR·VR에 관심을 보였던 대형 게임 업체들은 구체적인 투자는 물론, 진행 중이던 게임 개발도 속속 접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VR 기기 제조 업체 오큘러스와 함께 제작 중이던 VR 게임 '블레이드 앤 소울 테이블 아레나'의 개발을 최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2월 GDC(게임개발자콘퍼런스)에서 시연판을 공개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넥슨은 올해 SK텔레콤과 이 회사의 인기 게임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를 VR 게임으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캐릭터 사용 권한을 줄 뿐, 직접 제작에 나서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넷마블 역시 AR이나 VR 관련 게임의 개발 계획이 없다.

    지난 2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 행사를 찾은 관객이 대만 VR(가상현실) 기기 제조 업체 HTC의 '바이브 프로'를 착용하고 VR 레이싱 게임을 해보고 있다.
    지난 2월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9' 행사를 찾은 관객이 대만 VR(가상현실) 기기 제조 업체 HTC의 '바이브 프로'를 착용하고 VR 레이싱 게임을 해보고 있다. VR·AR(증강현실) 콘텐츠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꽃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관련 사업은 소비자와 업계로부터 외면을 당하며 답보 상태다. /블룸버그
    업계 관계자는 "AR·VR 게임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너무 안 좋아 지금은 이 게임들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포켓몬고 후 3년 동안 국내 양대 앱 장터에서 500위 안에 든 VR·AR 게임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R·VR 게임에 뛰어드는 것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가상현실 게임사 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VR 게임 제작 업체 중 88.1%가 직원 규모 29명 이하인 소기업이었다. 업계에선 AR·VR 기기의 기술 발전이 생각보다 더딘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AR 기기는 2014년 구글이 출시한 'AR글래스'가 혹평을 받은 뒤 별다른 제품이 나오고 있지 않다. VR 헤드셋은 오큘러스와 대만 HTC가 신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가격대가 40만~100만원대로 비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스마트폰을 부착해서 사용하는 '기어VR'을 14만9600원에 출시했지만, 2년째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VR은 화질이 높지 않으면 멀미 증상이 심한데, 아직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제품이 없다"고 말했다.

    AR·VR '체험방'에 쓰이는 정부 예산

    이런 와중에 정부는 AR·VR 하드웨어와 콘텐츠 개발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엉뚱한 데 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콘텐츠진흥원을 통해 2017~2018년 2년간 집행한 322억원의 관련 예산 중 3분의 1이 도심형 테마파크 사업, 즉 AR·VR 체험 시설을 만드는 데 지원됐다. 업계가 "국산 게임의 수출이나 사후 관리에 돈을 써달라"고 요구하자 올해는 테마파크 관련 예산이 사라졌다. 문체부는 대신 올해 관련 예산의 절반 수준을 박물관 VR 체험존 구성에 투입할 예정이다. 그새 게임 개발 스타트업들은 수억원을 투입해 제작한 VR 게임들이 사업화에 실패하면서 하나둘씩 문을 닫고, 콘텐츠 부족으로 전국 200여 VR 게임장도 운영난을 겪고 있다. 한 VR 게임장 대표는 "폐업을 앞둔 VR 게임장이 50여 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