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보복] 재계 "경제 파장 경고했지만, 정부는 일본과 외교마찰 지속"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입력 2019.07.02 14:59 | 수정 2019.07.02 15:41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해달라는 경제인들의 호소에도 정부는 귀를 막았습니다. 이번일 만큼은 정부에 대한 섭섭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

    일본 정부의 반도체 등 3개 첨단 재료의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해 재계는 2일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며 탄식했다. 이번 규제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 위안부 재단 해체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복 조치다. 정치에서 촉발된 감정싸움의 불씨가 경제 제재로 번진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지난달 26일 연 ‘기업에서 바라본 한일관계’ 세미나에서 “양국 기업 교류를 통해 신뢰와 협력 회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총 제공
    경제단체들은 한일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한 올해 초부터 경제적 파장을 경고해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4월15일 긴급좌담회를 열고 양국의 경제협력이 얼어붙고 있다면서 민간차원에서라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은 지난 6월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연 토론회에서 "최근 한일간 첨예한 현안으로 경제인 교류마저도 심대하게 악영향을 받고 있고,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양국 정부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경제계 우려의 목소리를 참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외교 채널을 복구하지 않고 마찰을 계속했다. 지난 5월 양국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신중한 언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쳤다.

    사태 진화를 위해 발 벗고 뛴 것은 재계 인사들이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 3월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B20 서밋(G20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민간 경제계 회의)에 참석해 나카니시 히로아키 게이단렌 회장과 만났다.

    일본의 경제 보복 위협 수위는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고조됐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신일철주금에 대해 압류 자산 매각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일본 자민당 내에선 지난 3월부터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불산 플루오르화수소)' 등 핵심 물자에 대해 한국 수출 금지를 검토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재계와 학계는 지금이라도 관계 정상화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가 잃을 게 더 많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30%)에 나서면 연간 최대 2조8000억원에 이르는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5월까지 양국간 교역규모는 9.3% 줄었고, 중간재 교역규모도 8.3% 감소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의 한국 증시 시장참여도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한국 유가증권 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358% 늘었으나, 일본의 순매수 금액은 91.2%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부 기업은 일본에서 판매하는 자사 제품에 한국산 문구를 빼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불매 운동이라도 벌어질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부품·소재·장비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한 번도 (대일본) 무역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며 "양국간 마찰로 한국으로 올 투자가 중국과 대만으로 향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민간 교류 활성화에 나설 계획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 한일 문화교류 행사인 '한일축제한마당 2019'의 한국 측 실행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오는 9월 열릴 한일축제한마당은 양국이 15년째 열고 있는 최대 규모 문화교류 행사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양국 정부는 선린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미래 공동 번영을 위해 조속히 갈등 봉합에 나서주기를 촉구한다"며 "우리 경제계도 경제적 실용주의 입각해 양국 경제의 협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