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또 홈런… 1조 규모 신약 기술 수출

입력 2019.07.02 03:07 | 수정 2019.07.02 11:45

非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

국내 매출 1위 제약사인 유한양행이 1조원 규모의 신약 기술 수출을 성사시켰다. 지난해 폐암 치료제 기술을 1조4000억원에 수출한 데 이은 조 단위 계약이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최근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한 성과가 대규모 기술 수출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경쟁제품 全無한 지방간염 치료 신약 수출

유한양행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에 대해 8억7000만달러(약 1조53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4000만달러(462억원)이며 향후 개발 단계별로 최대 기술료 8억3000만달러를 받는다. 제품이 출시되면 매출에 따른 로열티(기술 사용료)도 받을 수 있다.

유한양행 연구원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유한양행 연구원이 신약 연구를 하고 있는 모습. 유한양행은 기술력을 갖춘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과 손을 잡고 개방형 혁신을 통해 신약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유한양행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아주 적게 마시는데도 간에 지방이 쌓여 간세포가 손상되는 질병이다. 미국 성인의 12%인 약 3000만 명이 이 병을 앓고 있지만 현재로선 전문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약이 없다. 국내에서도 10년 전 1만 명이 안 되던 환자 수가 현재 연간 3만~4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 호르몬과 지방 분해 호르몬의 작용을 촉진하는 항체 단백질 의약품이다. 간의 지방 축적과 염증을 막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화학합성의약품에서 수차례 신약 기술 수출에 성공했지만 바이오의약품 신약을 기술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 따라 유한양행은 동물실험 등 비임상 연구를 맡고, 베링거인겔하임이 환자 대상 임상시험 등 이후 개발을 전담한다. 치료제 개발이 성공하면 베링거인겔하임이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판권을 갖는다.

◇R&D 투자로 단기간에 기술력 확보

유한양행은 최근 8개월 동안 3조원이 넘는 신약 기술 수출의 성과를 올렸다. 지난 1월에는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이번과 같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을 치료하는 물질에 대한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당시 수출한 신약 후보 물질은 알약처럼 먹는 화학합성의약품이었으며, 계약 규모는 7억8500만달러(9072억원)였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얀센바이오테크와 1조4000억원 규모의 폐암 신약 기술 이전 계약을 맺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유한양행의 연이은 대형 기술 이전 성과는 회사가 R&D 전략으로 추진한 개방형 혁신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2010년까지 유한양행은 매출은 늘 업계 1~2위를 다퉜지만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한 자리대로 20%에 육박하는 경쟁사에 뒤졌다. 매출도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도입한 약품을 판매해 올렸다. 회사는 이렇게 해서는 경쟁에서 앞설 수 없다고 보고, 2011년부터 기술력이 뛰어난 제약바이오 벤처 기업들에 과감한 지분투자를 통해 신약 후보들을 확보했다. 유한양행은 제넥신, 제노스코 등 20여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했다.

이번에 수출한 바이오의약품에는 제넥신의 약효 연장 기술이 적용됐다. 지난해 얀센에 수출한 폐암 신약 후보 물질은 제노스코로부터 도입한 것이었다. 지난해 7월 스페인 제약사에 24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도 국내 바이오기업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해 개발했다.

덩달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도 올 들어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했다. 수입 의약품 판매 경험도 기술 수출에 활용했다.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는 "올해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베링거인겔하임과 길리어드는 오랫동안 제품 판매 파트너로 신뢰 관계를 유지했다"며 "이제 신약 공동 연구를 통해 한 단계 높은 협력 관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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