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정비 수주 '3분의 1토막'…전문가 "탈원전 여파"

입력 2019.06.24 13:00

당초 15년 계약에 매출 3조원 기대했지만 ‘5년 + α’로 축소
계약 방식도 총괄 책임 구조에서 사실상 하도급으로 변경
전문가 "韓 원전 신뢰도 낮아진 탓"…정부 "계약, 큰 의의"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장기 정비계약을 따냈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계약 기간과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당초 15년간 원전 정비 업무를 일괄 수주해 인력 파견은 물론 국산 설비를 도입해 최대 3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계약 결과 기간은 5년으로 줄었고, 계약의 내용도 인력 파견 수준의 하도급 계약에 머물렀다. 계약 기간과 내용이 달라지면서 전체 수주액도 당초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인 수천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계약 내용이 달라진 것은 UAE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이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상대방의 신뢰를 잃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첫 수출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전경./주완중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034020)이 바라카 원전운영법인인 '나와에너지(Nawah Energy)’와 정비사업계약을 각각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정비서비스 계약 기간은 5년이며, 양사간 합의에 따라 기간은 연장할 수 있다.

한수원‧KPS는 정비 분야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 정비계획 수립 등 의사 결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주기기 등 전문분야 정비를 수행할 계획이다.

당초 나와는 경쟁입찰을 통해 장기정비계약(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LTMA)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와는 정비를 포함한 바라카 원전운영 전체에 대한 책임을 본인들이 지고 정비사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받는 장기정비서비스계약(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LTMSA)으로 변경했다.

이는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괄 수주 방식에서 쪼개기 방식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LTMA 계약을 체결하면 우리나라가 나와를 대신해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할 수 있기 때문에 계약 규모가 최대 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반면, LTMSA 계약은 나와가 원전정비사업을 총괄하면서 이에 필요한 인력을 우리나라에서 파견받는 것을 의미한다. 원전 정비와 관련된 일감을 누구에게 배분할 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우리나라가 아닌 나와에 있는 것이다. 정기 정비나 원전 오버홀(overhaul·기계 완전 분해 후 점검수리) 등은 경쟁입찰을 통해 우리나라가 아닌 경쟁국이 따낼 여지가 있는 셈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과거 언급된 계약 방식과 실제로 체결한 계약 방식의 차이는 간단히 말해 일괄 수주와 일감 나눠주기로 설명할 수 있다"며 "예전에는 UAE에서 한수원에 일임할테니 알아서 다 해달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UAE가 알아서 운영하고 일감도 나눠줄테니 너네(우리나라)는 우리한테 파견와서 도우라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UAE의 이같은 결정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탈(脫)’원전 정책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원전업계 교수는 "UAE 입장에서는 우리나라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할 것을 계약직으로 채용한 셈"이라며 "각 분야별로 경쟁 입찰에 넘겨 금액을 낮게 부르는 쪽에 사업을 맡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단순히 금액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일괄 수주도 가격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싸게 먹힐 수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UAE가 일감 나눠주기 방식을 택한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우리나라의 원전 신뢰도가 낮아진 게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정 교수는 "과거 UAE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수입할 때도 운영은 그쪽에서 하고 싶어 했다. 자본은 있지만 기술이 부족하니 우리나라 기술을 활용하고 배우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원전 산업을 육성해 우리나라를 원전 수출 파트너로 삼아 해외 수출에 나설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UAE가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빡빡하게 나오는 것은 UAE가 더이상 우리나라를 장기적 수출 파트너로 보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탈원전 정책을 이유로 UAE가 자기들에게 유리한 입장으로 계약을 끌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UAE 측이 계약형태를 바꾼 것은 자국의 원전 규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계약 체결은 한국과 UAE간 원전 협력이 건설뿐만 아니라 설계·운영·핵연료·정비 등 전(全)주기 협력으로 완성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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