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②전운 감도는 맥주시장...마침내 시작된 '카스:테라'의 전쟁

조선비즈
  • 박순욱 기자
    입력 2019.06.21 10:30 | 수정 2019.06.21 11:23

    하이트진로 ‘구원투수’로 등판한 신제품 ‘테라’ 초기 반응 뜨겁다
    39일만에 100만 상자 돌파, 기존 제품보다 초기 판매 서너배 많아
    2012년부터 하이트, 카스에 뒤져, ‘벼랑 끝 승부수’의 절박함에서 탄생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은 맥주 생산 규모가 월 460만 상자(1상자 용량은 10L, 500mL 20병)로 하이트진로 맥주공장 중 가장 생산물량이 많다. 요즘 이 공장에서는 하이트진로가 내놓은 신제품 맥주 테라(TERRA) 생산량이 연일 최대치를 갱신할 정도로 생산라인이 풀가동되고 있다.

    테라는 하이트진로가 지난 3월 21일 ‘청정 라거'를 표방하면서 내놓은 신제품 맥주다. 테라는 전세계 공기질 부문 1위를 차지한 호주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을 100% 사용하고, 발효과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탄산만 100% 담았다. 제품명 테라(TERRA)는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한다. 프랑스어의 포도가 자라는 토양을 말하는 ‘떼루와(Terroir)’, 스페인어로 흙을 뜻하는 떼레노(Terreno)와도 비슷한 말이다.

    ◇출시 39일만에 100만 상자 돌파...기존제품 출시 한달보다 서너배 많아

    지난 17일 오전에 방문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맥주 생산라인에서는 테라 캔맥주 라인이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강원공장 유지훈 품질관리파트장은 "테라 월 생산량이 이달에는 100만 상자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성수기인 7~8월에는 하이트 생산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후에 시작한 테라 병맥주 생산까지 포함해 이날 하루 생산된 테라 맥주량은 3만4000 상자 분량이었다. 500mL 기준으로는 68만병이었다. 그러나, 이는 요즘 테라 하루 판매 물량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강원도 홍천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테라 캔맥주 생산라인이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박순욱 기자
    지난 3월 21일 출시된 테라는 39일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한데 이어, 두번째 100만 상자 판매는 33일만에 이뤄냈다. 200만 상자 판매를 72일만에 돌파한 것이다. 그동안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 등 하이트진로의 기존 제품 출시 첫 달 판매량이 20만~30만 상자 수준임을 감안하면, 기존 맥주의 3~4배 수준에 이르는 폭발적인 초기 반응이다. 지난 5월에는 한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일부 도매처에 물량을 제때 못대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측은 "판매량이 초기 예상 수요를 몇배나 뛰어넘는 바람에 맥주의 주 원료인 맥아 공급이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었고, 지금은 맥아 공급이 원활해 테라 생산이 순조롭다"고 말했다.

    신제품 테라 열풍의 이유는 뭘까? 리얼탄산은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의문들을 가지고 테라에 대해 취재를 시작했다. 테라는 기존 주력제품 하이트와 마찬가지로 라거 맥주다. 라거맥주는 발효공정이 다른 에일맥주에 비해 향과 깊은 맛은 적은 대신, 깔끔하고 시원한 청량감이 특징이다. 테라는 원료와 발효공정을 차별화해, 하이트보다 청량감이 더 뛰어나다는 게 하이트진로측의 설명이다. 갈색병 대신 국내 최초로 녹색병을 쓴 것도 ‘시각적인 청량감'을 주기 위해서였다. 글로벌 맥주 브랜드인 하이네켄이 대표적으로 그린병을 사용하고 있다. 테라를 마셔본 사람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청량감 끝판왕'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호사가들은 맥주시장에 ‘카스:테라의 전쟁(카스와 테라의 치열한 승부)’이 시작했다고 벌써부터 난리다.

    강원도 홍천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전경. 하이트진로 3개 맥주공장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하이트진로 제공
    한편에선, 신제품 출시에 맞춰 진행된 마케팅에 힘입은 ‘반짝 열기'라는 지적도 있다. 원료와 발효공법을 차별화했다지만, 기존 하이트와 맛에서도 별 차이가 없는, 똑같은 라거맥주를 신제품으로 내놓음으로써, 맥주 매니아층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이들은 테라를 ‘또 하나의 소맥(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음용형태)용 맥주'라고 폄하한다. 수제맥주를 선두로 쌉싸름한 향을 강조하는 에일맥주가 요즘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하이트진로측의 의견은 달랐다. 하이트진로 오성택 마케팅실장(상무)는 "국내 맥주시장의 98%가 레귤러 라거맥주이기 때문에 맥주의 본원적 경쟁력 차원에서 신제품도 라거맥주를 내놓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청정맥아 100%, 리얼탄산 100%...테라, ‘청량감’이 훨씬 더해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을 방문한 날, 테라 생산라인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위생 모자, 가운을 걸치고, 위생 덧버선까지 ‘완전무균’ 상태 복장을 갖춰야 했다. 마침 500mL 캔맥주가 생산되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공장 직원이 컨베이어벨트를 돌고 있는 테라 캔맥주 하나를 꺼내, 맛을 보여주었다. 생산일자 같은 데이터 코드도 아직 찍히지 않은 정말 ‘갓 생산’된 맥주였다. 컨베이어벨트 진동 때문인지 캔을 딸 때, 약간의 거품은 있었지만, 한모금 마시니 ‘이 맛이 맥주구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가슴 속까지 시원했다. ‘청량감의 끝판왕’이란 말에 수긍이 갔다.

    하이트진로측 관계자들이 ‘청정라거’ 테라 출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테라의 주 원료인 호주 골든트라이앵글산 맥아는 일반 맥아보다 고소한 맛이 더 하다는 것이 하이트진로의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연구소 주류개발1팀 이동현 책임연구원은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은 보리 생육에 최적의 일조량과 강수량으로 유명한 지역이며, 비옥한 검은 토양이라 이 지역의 맥아를 쓴 맥주는 맛이 고소하고 풍부하다"고 말했다.

    호주 골든트라이앵글은 호주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삼각지대로, 호주 중앙동부의 비옥하고 광활한 대규모 농업지대를 일컫는다. 정식 행정지명은 아니고, 농업지대 전체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어 ‘골든트라이앵글’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특히 현무암 기반의 비옥한 검은 토양은 건강한 보리 생육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 지역은 데이터 농법, 차량통행 제한, 토양 교란 최소화, 야생동물과의 공존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청정라거’ 테라의 맥아(보리) 원료 공급지역인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농업지대. 현무암 기반의 비옥한 토양으로 보리가 자라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하이트진로 제공
    테라의 또 하나의 차별화는 ‘리얼탄산'이다. 맥주 맛의 핵심은 탄산이다. 찬 맥주를 마시면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청량감을 주는 것이 바로 탄산 때문이다. 맥주를 따를 때 생기는 작은 거품이 눈으로 보는 탄산이다. 맥주뿐 아니라 스파클링와인에서도 탄산이 품질을 좌우한다. 고급 샴페인의 경우, 잔을 비울 때까지 미세한 거품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러나 맥주는 샴페인만큼 탄산(거품)이 오래가지는 못한다.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탄산이 밖으로 새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유지 압력이 맥주의 경우가 샴페인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탄산은 맥아(싹이 난 보리)를 발효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자연탄산을 맥주병이나 캔에 병입할 때까지 잘 유지하는 것이 맥주 생산공정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그러나 대형 발효탱크 내에 탄산이 가득차면, 압력이 커져 탱크가 폭발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정 이상 탄산이 쌓이면 밸브를 열어 소량의 탄산을 밖으로 분출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다. 이럴 경우 빠져나간 탄산만큼, 외부에서 만든 인공탄산을 나중에 주입하게 된다. 대개 5~10% 정도의 탄산을 외부에서 채우는 맥주들이 많다.

    그러나, ‘리얼탄산' 맥주 테라는 외부 탄산을 전혀 넣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탄산이 대량 발생하는 발효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 자연적으로 생기는 탄산이 거의 유출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소량 빠져나가는 리얼탄산을 별도로 저장하는 기술과 장비도 새롭게 도입했다.

    그렇다면, 리얼탄산이 맛에 주는 효과는 뭘까? 연구소 이동현 책임연구원은 "외부 탄산을 전혀 넣지 않는 테라는 다른 제품보다 거품이 훨씬 조밀해 탄산이 오래 유지되기 때문에 마실 때도 청량감이 오래 지속된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측이 테라를 소개하면서 ‘청량감’을 강조하는 이유다. 테라 녹색병 어깨 부분에 토네이도 모양의 양음각 패턴을 적용, 휘몰아치는 맥주의 청량감을 시각적으로도 보여줬다.

    ◇ "테라 출시 일년 만에 두자릿수 점유율 달성이 목표"

    2년여에 걸쳐 테라 개발을 진두지휘한 하이트진로 오성택 마케팅실장(상무)은 "테라는 원료, 공법부터 패키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완전히 차별화했으며, 청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고품질의 ‘대한민국 대표맥주’로 인정받을 있도록 소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신제품 테라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하이트진로의 마케팅실장 오성택 상무. /하이트진로 제공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오상무는 2000년 광고회사 이노션의 전신인 금강기획에 입사한 뒤 2009년 하이트진로로 이직, 10년간 상품 광고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왔다.

    -신제품 테라 초기 반응이 뜨겁다.

    "역대 맥주 브랜드 중 최단기간 100만 상자(10L, 500mL 20병)을 돌파했다. 지난 3월 21일 출시됐는데, 39일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찍었다. 두번째 100만 상자 판매는 첫 100만 상자 돌파보다 빠른 33일만에 이뤄져 200만 상자 판매가 72일만에 돌파했다. 하이트는 물론 경쟁사 제품을 포함해서 국내 어느 맥주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테라 판매 목표치는?

    "출시 일년만에 두자릿수 점유율을 달성하는게 목표다. 10%대에 진입한다는 것은 1600만 상자(500mL 병으로 환산하면 32억병)정도 판매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내년 초 정도면 10%대 진입 여부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맥주 성수기인 7, 8월을 지나보면 가능 여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테라 출시 일년이 되는 내년 3월쯤 10% 진입이 목표다."

    -테라를 내놓게 된 계기는?

    "회사의 맥주사업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던 것이 사실이다. 주력제품인 하이트 맥주가 카스에게 2012년에 선두 자리를 빼앗긴데 이어 몇년째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맥주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회사 내부에서 내놓았는데, 신제품을 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는 판단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럼, 신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내놓을 것인가? 구체적인 고민을 한 것이 5년전부터였다.

    그래서 신제품으로 처음 내놓았던 것이 2년 전 발포주 ‘필라이트’였다. 필라이트는 가정 시장에 교두보를 확보하는 정도의 성공은 거뒀지만, 본원적 경쟁력 측면에서는 레귤러 라거맥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교두보(필라이트)를 통해서 레귤러 라거맥주인 지금의 테라를 내놓게 됐다. 테라 프로젝트는 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맥주사업은 어쩔 수 없이 레드오션(경쟁이 치열해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시장)인데, 레드오션에서 생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1등이 되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맥주 시장의 본원적인 경쟁력 측면에서 레귤러 라거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결론이 테라를 낳게 된 것이다."

    ◇ "테라, 대한민국 대표맥주로 키우겠다...하이트 시장 일부 잠식은 불가피"

    하이트진로의 주력제품인 하이트는 출시 3년만인 1996년부터 2011년까지 16년 동안 국내 맥주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2012년 카스에게 국내 맥주 1위 자리를 빼앗긴데 이어 2014년부터는 영업적자로 돌아서면서 5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하이트맥주의 시장점유율도 한때 50~60%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에는 25% 안팎으로 떨어졌다.

    하이트진로가 어떤 회사인가? 전신이 조선맥주인 하이트진로는 10여년간 하이트의 가파른 상승세에 힘입어 2005년 부동의 1위 소주업체인 ‘참이슬’의 진로까지 인수, 2011년 국내 최대 종합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로 거듭났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해부터 하이트맥주의 추락은 시작됐다. 소주부문에서는 여전히 참이슬이 확고한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맥주사업 부문에서는 주력인 하이트가 경쟁 브랜드인 카스에 밀려 2012년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이트가 카스에게 밀린 것은 이전에 없던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것) 트렌드’ 때문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폭탄주는 맥주에 위스키를 섞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장기 경제불황, 알콜 도수 높은 고도주 기피 등의 시대흐름을 타고 위스키 대신 소주에 맥주를 타서 마시는 소맥이 애주가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경쟁업체인 오비맥주는 이런 흐름을 제때 읽고 ‘카스처럼(카스와 처음처럼을 섞어 마시는 음용행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카스 판매에 열을 올렸지만, 하이트진로는 자사의 맥주 ‘하이트’와 소주 ‘참이슬’ 이름을 아무리 조합해 봐도 소맥 칵테일 ‘카스처럼'만큼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쉬운 이름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이트진로측은 "맥주 품질의 차이보다는 점점 커지고 있는 소맥용 시장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보고 있다. 경쟁업체의 ‘카스처럼’ 마케팅에 밀렸다는 것이다. 물론 카스의 선전은 ‘소맥 시장’ 때문만은 아니다. 지속적인 품질개발과 더불어 젊은층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소맥으로 맥주를 마실 경우 대부분은 소주 한병에 맥주를 두세 병 마시기 때문에 소주보다는 맥주 소비가 압도적으로 많다. 소주 ‘처음처럼’을 판매하는 롯데측은 맥주시장에 후발주자로 가세해, 클라우드(kloud) 맥주를 만들어 ‘구름처럼(클라우드에 처음처럼을 섞어 마시는 것)' 붐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클라우드는 소맥용 맥주로는 독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반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0.5% 높은 클라우드는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맥주가 나왔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소맥용으론 대중화되지 못했다.

    하이트진로도 하이트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맥주시장 1등을 유지하면서도 신제품들로 점유율을 더 키우려고 했으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6년 맥스, 2010년 드라이피니시d를 내놓았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상승세는 오래 가지는 못했다. 당시는 하이트가 1위를 지키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신제품을 무조건 띄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회사 내부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테라는 탄생 배경 자체가 전혀 다르다. ‘호시절’에 태어나지 못했다. 하이트가 ‘확고한 2등'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나온 ‘승부수’가 테라다. 그전에 나온 제품들과는 ‘절박함’이 완연히 다르다. 1위와는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인 3위 롯데가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하이트진로가 맥주사업의 명운을 걸고 내놓은 ‘기사회생용 카드’다.

    -테라 개발 기획 의도는?

    "테라를 ‘대한민국 대표맥주’로 키우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표맥주가 되려면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 한국사람이 가장 즐겨 마시는 맥주는 레귤러 라거맥주다. 그러니, 신제품이 너무 튈 수가 없다. 기존 제품과도 차이점을 도드라지게 하기도 어려웠다. 제품 개발에 앞서 국내 12개 라거군 맥주를 대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수십번에 걸쳐, 수천명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선호하는 맥주'에 수렴하는 이상적인 지점이 찍혔다. 지금의 레귤러 라거보다는 더 청량해야 하고, 쓴 맛은 좀 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청량감, 쌉싸름한 정도 등 여러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맥주로 정한 목표점을 찍어놓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주질을 개선해왔다.

    그런데 술 품질을 높이려면 맥주의 원료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맥주의 주 원료인 맥아를 좀 더 좋은 것으로 써보자고 판단했다. 그럼, 마실 때 청량감이 더 좋은 맥아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연구를 계속했다. 북반구부터 남반구까지 좋은 맥아를 구하러 발품을 팔았다. 직접 현장에 가기도 했고, 자료조사를 통해 알아보기도 많이 했다.

    그러면 왜 호주산 맥아로 정했냐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환경성과지수 1위 국가가 호주다. 가장 공기가 맑은 나라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좀 부족했다. 호주 내에서도 더 청정한 지역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현지인들로부터 조언을 얻었고, 120년 역사를 가진 농업전문 컨설팅업체로부터도 자문을 구해, ‘호주 내에서도 가장 청정한 지역'을 찾아낸 것이다. 사실 우리도 테라 개발 전에는 호주에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이 있는 줄 몰랐다.

    그래서 추천받은 호주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을 찾아보니, 우선 토양부터가 영양분이 많은 검은 색이라, 맥아가 성장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이었다. 그래서 이 지역의 고퀄리티 맥아로 맥주를 만들면 우리가 기대하는 품질의 맥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너무 앞서갈 수는 없고 딱 ‘반 템포’ 정도만 앞서 가자는 생각에서 테라를 만들었다. 테라는 하이트보다 청량감이 뛰어나다."

    -테라를 ‘대한민국 대표맥주로 키우겠다'고 했다. 그럼 하이트는?

    "철저히 시장에 맡긴다는 전략이다. 기본적으로 하나의 브랜드가 모든 고객 타겟을 커버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레귤러 라거 군에서도 세그멘테이션(세분화)이 생길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하이트 주 음용층이 20% 정도 된다. 하이트를 주로 찾는 이 고객들은 단번에 신제품으로 갈아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천천히 카니발리제이션(기존 주력제품의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 될 여지는 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성수기를 앞두고 전국의 맥주축제에 참가하는 등 신제품 테라 프로모션 행사를 적극 펼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테라와 참이슬을 합친 소맥용으로 ‘테슬라'라는 이름이 벌써 유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소맥용을 염두에 둔 제품이라는 지적에는?

    "맥주는 맥주 자체의 퀄리티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본원적인 경쟁력이다. 맥주에 소주를 탄다든지 혼용하는 것은 철저히 소비자의 몫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 소맥문화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테라가 소맥용으로 선호된다면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2013년에 내놓은 에일맥주 ‘퀸즈에일’은 5년 뒤인 2018년에 단종됐다. 한국맥주의 다양성을 위해 에일맥주를 다시 출시할 계획은?

    "퀸즈에일을 단종시킨 것은 대중적 시장성이 없어 우리가 기대했던 성과를 못냈기 때문이다. 이건 한마디로 대중성의 문제다. 국내 맥주시장의 98%가 라거맥주 시장이다. 에일맥주 시장은 1~2%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에일맥주의 품질력이 있다고 판단이 되더라도 시장성이 안되니까 영업이익이 안 나온 것이다. 기본적으로 맥주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이 담보되지 않으면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가 없다.

    퀸즈에일은 소량 판매였지만 처음에는 손해를 보면서 계속 생산했다. 퀸즈에일을 선호하는 매니아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은 기업이 이윤을 포기할 수 없으니까 부득이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뜨고 있는 수제맥주에 대해서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 제품을 내놓을 시점은 좀더 시장상황을 봐서 결정할 방침이다."

    -맥주 주세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됐다. 가격 인하 효과는?

    "수입맥주는 편의점에서 ‘네 캔(500mL)에 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국산맥주는 수입맥주보다 세금이 더 많아 네 캔을 만원에 팔지 못해왔다. 현재 주세 하에서는 편의점 가격이 500mL 한 캔에 2700원 정도(대형마트에서는 500mL 한 캔이 1800원대로 편의점과는 가격 차이가 크다)인데, 주세법이 개정되면 2500원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주세가 종량세로 시행되면 국산맥주도 편의점에서 ‘네 캔에 만원’ 판매가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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