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할인으로 전력사용 늘면 전기 부족할 수도"

조선비즈
  • 안상희 기자
    입력 2019.06.20 06:00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의 누진제 구간을 여름철에 한시적으로 확대 적용해 전기료를 할인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요금 할인으로 전력 사용이 늘면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기료 할인으로 한전이 약 3000억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돼 적자가 커질 수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관합동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는 18일 제8차 누진제 TF 회의에서 올해부터 매년 7~8월에 누진제 구간을 확장하는 안을 최종 권고안으로 확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제시했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여름 일시적으로 시행한 누진제 구간 확대 방안을 상시화하는 것이다.

    현행 누진제는 1구간(200kWh 이하)에 1kWh당 93.3원, 2구간(201∼400kWh)에 187.9원, 3구간(400kWh 초과)에 280.6원을 부과한다. 개편안은 1구간 상한을 200kWh에서 300kWh로 올려 사용량 300kWh까지 1kWh당 93.3원을 매긴다. 2구간은 301∼450kWh, 3구간은 450kWh 초과로 조정된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민이 다세대 주택에 설치된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조선일보DB
    ◇ 전력 사용 증가 전망… "예비율 한 자릿수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인하되면 전력 사용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7~9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5.4% 줄었으나, 전력 사용량은 13.6% 증가했다. 전기요금 할인으로 부담이 줄자 에어컨을 더 오래 켜는 등 전력 사용을 확대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최대 전력은 9만2478MW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전력 예비율은 7.7%로 2013년 12월 이후 최저치였다. 정부는 여름철 전기료 인하 조치에도 전력 예비율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탈원전 정책으로 전력 공급이 넉넉하지 않아 올해도 작년과 비슷하게 전력 예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양자공학과)는 "당장 올 여름 예비율에는 문제가 없어도 향후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더 빨리 늘어날 것으로 보여 5년 뒤에는 전력이 부족할 수 있다"고 했다.

    나주에 위치한 한전 본사./조선일보DB
    ◇ 한전 매출 연 4000억원 감소 추정…한전, 로펌에 배임위반 문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지난해 기준으로 1629만가구가 월 1만142원의 할인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전기료 할인 금액만큼 한전의 재정부담은 커진다. 한전이 연간 부담해야할 금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2847억원에 이른다.

    한전의 재무상황은 이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악화했다.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적자(영업손실 6299억원를 냈다.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 대신 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 발전을 늘린 것이 원인이다. 한전 부채비율은 2016년말 143%에서 2019년 1분기 173%로 증가했다. 한전의 차입금은 2014년 62조8000억원에서 삼성동 부지매각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2016년 53조6000억원원으로 감소했으나, 탈원전 정책으로 2018년 말 61조원으로 다시 늘었다.

    정부는 이번 누진제 개편안을 발표하며 한전의 부담을 덜어줄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3일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한전이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부담할 예정"이라며 "국회 동의를 얻어 정부가 어느 정도 재정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한전 지원 방안을 추진했지만, 해당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것을 감안하면 올해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정부의 상시적 누진구간 확대로 한전은 매년 4007억원씩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은 오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전기요금 개편 최종 권고안을 토대로 전기요금 공급 약관을 개정한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누지제안이 모두 한전에 부담을 주고 있어 이사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개편안이 의결될 경우 경영진을 배임 행위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 21일 로펌 두 곳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배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의뢰했다. 한전 소액주주들이 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 경우 승소 가능성과 이를 임원배상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도 질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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