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 뒷골목을 핫플레이스로… 재생건축의 마법

입력 2019.06.19 03:06

[땅집GO]
단독주택 외관 그대로 살리고 마당에 새 건물 지어 계단 연결…반지하는 출입구 넓혀 1층처럼

지난 17일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교차로에서 궁동공원 방향으로 큰 길을 따라 300m쯤 걸어가자 차량 한 대가 겨우 오갈 만한 너비 5m 비좁은 골목이 나타났다. 요즘 '뜨는 동네'로 주목받는 이곳엔 지상 2층짜리 상가주택이 줄지어 있었다.

골목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외관이 독특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된 낡은 2층 주택과 현대식 콘크리트 2층 건물이 나란히 서 있었다. 특이한 점은 두 건물이 계단과 다리로 이어져 있다는 것. 이 건물은 큰길에서 떨어진 후미진 골목인데도 카페·스튜디오 등으로 꽉 들어차 빈 공간이 없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재생 건축 공법으로 리모델링한 지상 2층 상가주택.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재생 건축 공법으로 리모델링한 지상 2층 상가주택. 낡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 마당이 있던 곳에 철근 콘크리트로 새 건물을 올리고 두 건물을 계단과 공중 다리로 연결했다. /김리영 기자
이 건물을 기획한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는 "최근 유행하는 재생(再生)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옛것을 남겨둔 채 기존 건물과 조화를 이루도록 증축해 공사비는 줄이고 세입자와 건물주 만족도는 최대한 높였다"고 했다.

◇"나쁜 입지를 극복하는 재생 건축… 공사비도 저렴"

이 건물은 원래 마당이 있는 평범한 지상 2층 단독주택이었다. 대지면적은 283㎡. 건물주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주택을 증축해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바꿀 생각이었다.

연희동 재생 건축 투자금과 임대수익률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입지가 좋지 않았다. 대로변이 아닌 후미진 골목이었던 것. 고민하던 건물주는 연희동 일대에서만 70여 개의 건물을 리모델링한 김 대표를 찾았다. 김 대표는 "연희동처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구석진 입지여도 손님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임대료가 싸고 불리한 입지를 보완할 수 있는 건물 자체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재생 건축을 제안했다. 기존 건물은 헐지 말고 비어 있던 마당에 건물을 증축하는 아이디어였다. 재생 건축은 건축비가 저렴하다. 실제 연희동 건물 재생에는 4억7500만원이 들었다. 신축의 60%에 불과하다. 그만큼 임대료도 낮출 수 있다. 재생 건축은 신축 건물보다 눈에 확 띄고 옛것에 대한 감성을 자극해 손님 유치에도 유리하다.

◇7개 점포가 한눈에… '열린 설계'

이 건물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기존 벽돌집 외관은 그대로 살리면서 마당에 철근 콘크리트로 새 건물을 올려 확연히 대비되는 건물을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두 건물을 계단과 다리로 이어 하나처럼 보이도록 했다. 건물 밖에서는 모든 점포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차별화된 설계는 또 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중정(中庭)을 만들고 반지하층부터 2층까지 건물 외벽에 계단을 만든 것. 새 건물과 기존 건물을 잇는 공중 다리 덕분에 모든 점포가 테라스형 상가처럼 탁 트인 개방감을 확보했다. 증축한 건물은 경사 지붕 형태로 만들고 기존 건물보다 층고를 더 높였다.

◇모든 임차공간을 대로변 상가 1층처럼

김 대표는 반지하 공간에도 마법을 부렸다. 일반적으로 반지하는 세입자에게 인기가 떨어진다. 이 건물은 다르다. 반지하라도 출입구 앞에 마당 같은 공간을 만들어 1층처럼 느껴지도록 했다.

김 대표는 옛 건물의 외부 마감을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건물 구조만 보강하고 노후한 부분만 살짝 손봤다. 증축한 건물이 튀어 보이지 않도록 색깔은 회색 등 무채색을 주로 썼다.

독특한 디자인과 열린 설계 덕분에 이 건물은 층별 임대료에도 큰 차이가 없다. 점포 7개에서 받는 월 임대료는 1005만원, 연간 1억2000만원이다. 일반적인 상가와 별 차이가 없다. 주택 구입 비용과 공사비, 보증금 등을 감안한 순수 투자비는 11억8500만원. 투자 수익률은 연 10%로 서울 평균(5~6%)보다 배 가까이 높다. 김 대표는 "신축 건물은 준공 후 6개월쯤 지나야 세입자를 모두 맞추는데 이 건물은 3개월 만에 모두 채웠다"고 했다.

최근 화려한 신축보다 재생 건축을 선호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김 대표는 "디자인이 뛰어난 신축 건물이라도 오래된 건물이 가진 특유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흉내 낼 수 없다"며 "옛것의 가치와 효율성을 모두 갖춘 재생 건축이 대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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