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최고 권위 모바일 컴퓨팅 학회, 韓 개최 공신…"인재 나오는 계기될 것"

조선비즈
  • 장우정 기자
    입력 2019.06.18 14:52 | 수정 2019.06.18 17:18

    김민경 삼성전자 상무·모비시스 공동학술대회장 단독 인터뷰
    "사물인터넷 시대, 가전·스마트폰 다 있는 삼성전자가 경쟁력"

    17일 오전 8시 5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다이아몬드홀로 가기 위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ㄷ’ 자로 길에 늘어선 줄이 에스컬레이터까지 맞닿아 있었다. 21일까지 5일간 열리는 모바일 컴퓨팅 부문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대회 ‘모비시스(MobiSys 2019)’에 참가하기 위해 등록을 기다리는 줄이었다.

    미국컴퓨터학회(ACM)가 주관해 올해로 17회째를 맞는 모비시스가 한국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는 대회 첫날부터 22개국에서 학자·연구원·기업인·학생 등 450여명이 몰려 당초 예상했던 참가인원 300~350명선을 훌쩍 넘어섰다. 수십명의 참가자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고, 발표장 뒤편에 서서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주로 미국 학계·기업·연구자들의 축제였던 모비시스가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한 주역은 삼성전자 김민경 상무다. 올해 모비시스 공동학술대회장을 맡은 김 상무는 미국 IBM에서 근무했을 때부터 쌓아놓은 커뮤니티를 활용해 한국 학회 개최를 주도했다.

    올해 모비시스 공동학술대회장을 맡은 김민경 삼성전자 상무가 모비시스 개막 첫날인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예상 참가인원을 넘어선 열기에 그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큰 것”이라며 웃었다. /박상훈 기자
    17일 오후 모비시스가 열리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다이아몬드홀 옆 별도 인터뷰룸에서 김 상무와 만났다. 그는 " 한국은 스마트폰과 인프라가 발달돼 있어 환경이 좋은 데 반해 모바일 운영체제(OS) 인재들이 거의 없는 형편"이라며 "이번 학회가 한국 연구자들이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건대 컴퓨터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2016년 삼성전자에 합류하기 직전에는 미국 IBM 왓슨 연구소에서 모바일·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 대해 연구했다. 삼성전자에서는 가전사업부에서 연구·개발(R&D)을 맡다가 올해 삼성리서치 인공지능(AI)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모비시스가 한국에서 최초로 열렸다.

    "모비시스는 전통적으로 OS 만드는 사람들이 모이는 학회다. 주로 움직이면서 쓰는 기기, 이를테면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에서 와이파이(무선인터넷)나 RFID(무선 인식 전자태그)를 사용하는 것, 사람·사물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것 등을 주제로 다뤄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 구글, 리눅스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분야다 보니 미국 중심으로 학회가 운영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학회에 활발히 참여하기 시작한 것도 삼성전자에 합류하기 전 미국 IBM에서 근무할 때였다. 커뮤니티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학회 측에서 한국에서 올해 모비시스를 개최하면 어떻겠냐고 먼저 제안해 왔다.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모비시스에서 논문 심사를 함께 해 왔던 송준화 카이스트 교수와 공동 학술대회장을 맡아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한국은 스마트폰과 인프라가 발달돼 있어 환경이 좋은 데 반해 OS 인재들이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번 학회가 한국 연구자들이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행사 시작이 예정보다 30분 정도 지연될 정도로 참석자들이 몰렸는데.

    "보통 모비시스 참석자 수는 300~350명선이다. 그런데 올해 450명을 넘어서 일찌감치 등록을 막아버렸다. 기록이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학회장뿐 아니라 정재연 삼성전자 상무, 니콜라스 레인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등 삼성 관계자들이 총출동했다.

    "삼성전자 소속이어서가 아니라 인재들이 삼성과 연관돼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레인 교수는 옥스퍼드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국 케임브리지 삼성 AI센터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18일 기조연설을 맡은 신강근 미국 미시간대 교수도 삼성 리서치 자문 교수다.

    삼성전자가 2017년 11월 ‘삼성 리서치’를 출범하고 이후 세계 곳곳에 AI 센터를 마련하면서 산학 협력이 본격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학계에서도 AI를 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데이터가 있는 기업과 협력하거나 기업으로 아예 소속을 옮기려는 수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 개발을 위해 2017년 11월 삼성 리서치를 출범시킨 데 이어, 작년에는 세계 곳곳에 AI 센터를 마련하고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작년 1월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영국, 러시아, 캐나다 몬트리올과 토론토, 미국 뉴욕 등 총 6곳에 해외 AI 센터를 구축했다.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AI 전 분야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글로벌 AI 센터는 삼성 리서치 조승환 부소장이 큰그림을 잡고 방향성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비시스에 참석한 국내·외 22개국 450여명의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삼성리서치 AI센터에서 자체 AI 서비스인 ‘빅스비’팀에 있으면서 ‘MDE(멀티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를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TV, 스마트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시장점유율도 높은 것 아닌가. 이런 기기들을 잘 엮어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AI 음성 비서 ‘알렉사’에 "콜라 사고 싶어"라고 했더니 6개가 묶인 팩이 얼마고, 배송은 어떻고 상세설명을 줄줄이 읽더라. 쇼핑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사고자 하는 품목 사진, 간단한 정보를 ‘눈’으로 보기 원한다. MDE는 소비자들의 상황에 따라 어떤 답은 스피커로, 어떤 답은 TV로 주는 식으로 디바이스에 국한되지 않고 이를 매끄럽게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선행 기술이니 예시를 들어보겠다. 지금은 집에 사람이 어디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그걸 알 수 있는 세상이 온다고 해보자. 내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다가 침실로 오면 방 TV가 저절로 켜져서 드라마를 계속 보여줄 수 있다. 거실 TV는 자동으로 꺼진다. 지금은 하나도 구현이 안 되는 기술이다."

    -MDE의 핵심은 모비시스에서 주로 다뤄진 ‘사물인터넷(IoT)’으로 요약될 것 같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IoT 경쟁력이 있나.

    "구글을 생각해보자. 구글이 집으로 들어오려면 소비자가 컴퓨터를 켜고 브라우저를 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집에 진입점이 없다고 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TV, 스마트폰, 냉장고 등 다양한 제품이 이미 집에 다 있기 때문에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 그간 서서히 진화해오던 IoT 기술은 이제 당장 다 구현될 수 있는 수준으로 무르익고 있다. 인재들도 삼성으로 몰리고 있다. 재밌는 변화가 나올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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