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체, 고객 유치 '쩐의 전쟁'

조선일보
  • 오로라 기자
    입력 2019.06.18 03:07

    돈 풀어 점유율 확대 나서

    지난 14일 저녁 약 한시간 동안 전국 GS25 편의점을 찾은 고객들은 카드 결제가 안되는 불편을 겪었다. 간편 결제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이날 오후 9시 GS25에서 '토스 카드'로 결제하면 1인당 5000원까지 구매 금액을 100% 돌려주는 이벤트를 열자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몰려 결제 시스템이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토스 카드는 토스가 BC카드와 손잡고 만든 선불카드다. 업계 관계자는 "이 행사를 홍보하는 온라인 퀴즈 행사에만 12만명이 참여했다"면서 "전체 이벤트에 10억원 가까이 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들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으며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용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payback), 캐시백(cashback) 포인트 적립 등은 물론이고 거액의 상금을 나눠 갖는 퀴즈 게임, 확률에 따라 현금을 주는 이벤트도 열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핀테크 업체의 내실을 악화시켜 결국 고객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용자 확보 총력…혜택 경쟁 불붙어

    간편 결제 서비스를 하는 주요 업체 대부분은 현금성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자사 간편 결제 앱 '카카오페이'에서 '한 달 쓸 돈 한 번에 충전' 이벤트를 선보였다. 한 달치 쓸 돈을 모두 카카오페이로 충전해 놓고 쓰면 무작위 추첨으로 최대 200만원을 돌려 준다. 네이버도 올 초부터 간편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에 5만원 이상을 충전하면 충전 금액의 2%를 추가로 적립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10만원을 충전하면 2000원, 100만원을 충전하면 2만원이 포인트로 들어온다.

    핀테크 업계 현금 혜택 마케팅 정리 그래픽

    인터넷 쇼핑몰 쿠팡도 지난달 간편 결제 서비스인 '쿠페이'에 돈을 충전하고 상품 결제에 사용하면 최대 5%를 적립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NHN페이코는 지난 5일 삼성카드와 제휴한 '페이코 탭탭 삼성카드'를 선보이면서 이 카드를 페이코 모바일 앱에 등록해 실물 카드가 아닌 페이코 앱으로 결제하면 금액의 5%를 적립해주고 있다.

    이들이 현금성 이벤트를 벌이는 이유는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한 간편 결제 서비스 업체는 "돈을 미리 넣어두면 페이 서비스의 이용 빈도가 크게 늘어난다"면서 "카드 등 기존 결제 서비스에서 고객을 뺏어오는 동시에 사용액도 늘리는 데 캐시백·페이백만 한 마케팅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적자 기업들 과도한 마케팅 비용 우려도

    핀테크 업체들은 IT(정보기술)를 이용한 신종 금융 서비스로 여태 없었던 신(新)시장을 창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며 빠른 성장을 이어왔다. 업계 관계자는 "하지만 혁신에 기반한 시장 창출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면서 "결국 누가 시장을 장악하느냐가 생존을 결정하게 되면서 돈을 뿌려가며 고객 유인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격적 마케팅은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9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토스는 영업 손실 규모가 444억7000만원에 달했다. 쿠팡은 물류 서비스 확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지난해 1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핀테크 업체들은 현행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업'에 해당해 최소 자본금 규모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들의 페이 서비스에 충전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돈이 갑자기 사라져도 돌려받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페이의 미상환 잔액은 1298억8900만원, 토스는 586억600만원이었다. 타 업체에 쌓인 미상환 잔액까지 합하면 2000억원이 넘는 돈이 간편 결제 업체들에 쌓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국내 핀테크 업체들의 수익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 불분명하다"며 "당장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해도 장기간 외부 자본 투자에만 의존하다 보면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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