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맘껏 놀아보라며 홍보한 '규제 샌드박스', 정작 블록체인·車공유 등은 심사대상서도 제외

조선일보
  • 강동철 기자
    입력 2019.06.17 03:07

    논란·갈등 우려되는 업종은 회피… 통과 기업도 또다른 규제에 막혀

    현(現) 정부의 규제 개혁 대표 상품인 '규제 샌드박스'는 각 부처에서 온갖 성과 사례 발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이 첨예한 규제는 아예 논의조차 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란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규제를 없애주는 제도다.

    대표적인 분야가 블록체인 송금 서비스다. 가상 화폐에 기반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모인'은 지난 1월부터 세 차례나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지만 심사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다. 기획재정부·법무부 등에서 "가상 화폐 사업은 규제 샌드박스의 심사 대상에도 포함시킬 수 없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 공유도 규제 샌드박스에서 번번이 제외되고 있다. 지난 2월 차량 공유 스타트업 벅시와 타고 솔루션즈는 공동으로 대형 택시·렌터카용 승합차를 활용한 합승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했다. 다른 스타트업 코나투스는 목적지가 같은 승객들끼리 택시 합승하는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2건 모두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카풀이나 타다 논란이 민감한 상황에서 어떤 형태의 신규 운송 서비스 도입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에 올랐지만 실제로는 규제 완화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마크로젠은 지난 2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25종의 질환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는 조건을 달았다. '인천 송도의 경제자유구역에 거주하는 성인 2000명에게만 서비스를 하라'는 것이다. 반쪽짜리 규제 개혁인 셈이다.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 직접적 위해가 없는 사안이라면 원칙적으로 승인한다는 것을 전제로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해달라'고 한 말을 믿고 이제 좀 바뀌나 했지만 부질없는 기대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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