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마켓컬리’는 어디?…새벽배송 왕좌 쟁탈전

입력 2019.06.16 08:00

[이코노미조선]

마켓컬리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100억원대였지만, 4년이 흐른 지금은 8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왼쪽 큰 사진부터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차량, 삼삼해물, 정육각, 오늘회. /각사
요리를 좋아하는 30대 워킹맘 김한결씨는 매일 밤 매번 다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켜 장을 본다. 김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주말 집 근처 대형마트 한곳에 들러 필요한 일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봤지만, 지금은 장보기의 90% 이상을 앱으로 해결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정육, 채소, 수산물, 수입 식자재 등 물품별로 구매처가 다 다르게 구분돼 있다. 모두 밤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배달해주는 ‘새벽배송’ 업체다. 새벽배송의 원조 마켓컬리가 키워놓은 시장에 2세대 업체들이 등장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을 열고 키운 대표 주자이자 터줏대감으로 꼽힌다.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 ‘눈 뜨기 전’까지 음식료품을 배달해주는 ‘배송 혁명’으로 2015년 서비스 초창기부터 맞벌이 가구, 30대 주부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특히 압구정 현대백화점, 청담 SSG마켓 등 고급 식자재를 취급하는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제품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차세대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주목받는 지금은 저변이 더 넓어지고 있다. 30대에 집중돼 있던 이용자층은 40~60대로 확산하고 있다. 작년 3월 8000건이었던 하루 평균 주문량은 올해 4월 3만 건으로 급증했다.

이 시장은 헬로네이처·쿠팡 등 온라인 배송 1세대부터 신세계·롯데 등 대기업까지 뛰어들며 판이 커졌다. 2015년 100억원이던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작년 4000억원에 이르렀다. 올해는 8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참전한 2세대 새벽배송 업체들은 당일, 혹은 익일 배송은 기본인 데다 각자 개성과 무기가 뚜렷하다.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는 곳은 유기농·친환경 식료품 전문 업체 ‘오아시스마켓’이다. 2011년 오프라인 매장에서 시작한 업력 9년 차 베테랑이지만, 온라인·모바일 시장에는 지난해 5월 진출한 ‘신생’ 업체다. 본격적으로 온라인 영업을 시작한 2018년 8월 이후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월 기준 온라인 부문 매출이 22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약 8개월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오아시스마켓이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프라인에서 쌓은 노하우가 강점으로 작용했다. 2011년 경기도 광주에 첫 매장을 열면서 ‘우리소비자생활협동조합’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제품을 공급받았다. 이후 분당·강남·서초 등에 잇따라 매장을 열면서 지역 사회에서 프리미엄 유기농 생협 매장 기반을 쌓았다. 오아시스마켓은 이렇게 키운 38개 직영 오프라인 매장과 재고 관리를 유기적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제품이 품절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재고를 보충하는 식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제2의 물류센터’가 된 것이다.

경쟁사 마켓컬리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오아시스마켓에는 호재였다. 실제로 올해 1월 8억원이던 오아시스마켓 온라인 매출은 2월 10억원, 3월 22억원대로 급증했는데, 이 기간 마켓컬리에서는 배우 전지현을 영입해 TV 광고를 송출했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펼치지 않았는데도 이 기간 매출이 급증한 것은 경쟁사 광고 덕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품목 하나에 집중해 각을 세우는 새벽배송 업체도 있다. 온라인 정육 스타트업 ‘정육각’이다. 육류 도축 4일 안에 각 가정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초(超)신선’이 콘셉트다. 창립자 김재연 대표가 생각한 ‘최상의 맛’을 내는 타이밍 ‘4일’을 잡기 위해 정육각은 복잡한 축산 유통 구조를 단순화했다.

◇주문 즉시 고기 썰어 배송까지

김 대표는 마트 등 시중에 유통되는 돼지고기가 도축된 지 최소 10일이 넘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마트 ‘떨이’ 매대에 오른 상품은 유통 기한이 도축 후 43~45일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이를 단축하기 위해 정육각은 직접 육가공 공장을 설립했다. 농장에서 통고기를 받아와 정육각 공장에서 가공해 바로 배송하는 식으로 유통 과정을 단순화했다.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돼지고기 600g을 주문하면, 주문받은 정육각 공장에서 바로 통고기를 잘라 배송한다. 이 밖에도 정육각은 당일 도계한 닭고기, 당일 산란한 달걀, 당일 착유한 우유, 부위별로 숙성시킨 소고기 등도 판다. 재구매율이 80%에 달한다.

정육각은 축산·유제품에만 한정된 제품 구색에서 오는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배송 단축을 계획하고 있다. 식료품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종합 쇼핑몰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정육각은 서울 기준 당일 낮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 8시 전에 도착하는 당일배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7월 중 서초·강남·송파에서 주문 한 시간 이내에 배송하는 퀵배송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후 퀵배송 시스템 적용 권역을 서울 전체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물투데이’는 주부의 니즈를 정확히 꿰뚫었다. 건강한 반찬 나물을 밥상에 올리고 싶지만, 손질 과정이 귀찮아 조리를 꺼리는 주부를 위한 ‘데친 나물 정기 배송’ 서비스다. 쉽게 무르는 나물 특성을 고려해 주문 다음 날 나물을 데쳐 바로 배송한다. 70~80종을 취급한다. 창업 2년 만에 회원은 1만 명으로 늘었고, 재구매율은 60%에 달한다. 월매출이 2017년엔 1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연매출 2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사기 힘든 수산물을 취급하는 업체도 있다. ‘오늘회’는 오후 3시까지 주문하면 오후 7시 전에 배송하는 당일배송 시스템으로 신선도가 생명인 회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민어·농어 등 일반 회부터 딱새우회·성게알·고노와다(해삼 내장) 등 고급 수산물까지 총 200종을 취급한다.

수산 도소매 업체 ‘삼삼해물’은 마켓컬리에 입점해서 배송망 덕을 보고 있다. 음식점 도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주였지만, 마켓컬리·이마트몰·쿠팡 등 온라인 채널에 진출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58억원 중 온라인 매출이 40%에 달한다. 새벽배송 업체 입점이 주요 성장 통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마켓컬리에 납품하던 신생 업체 관계자는 "마켓컬리에 입점했다는 것 자체가 ‘보증수표’로 통한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 배송망 자체를 지원하는 업체도 눈에 띈다. 새벽배송 전문가 이성일 대표가 만든 스타트업 ‘팀프레시’다. 새벽배송과 냉장배송에 특화돼 있다. 20%는 직접 구매한 차량으로, 나머지 80%는 개인 기사와 계약해 서비스를 운영한다. 지난해 7월 사업을 시작한 이후 약 10개월 동안 총 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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