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선진화] 상장 주관사에 허위 재무제표 적발 의무…업계는 불만

조선비즈
  • 김유정 기자
    입력 2019.06.13 10:30

    "외부감사인이 이미 했는데 왜 우리가 또 하나"

    올해부터 상장 준비 기업을 대상으로 한 회계감리(IPO 감리)가 폐지되고 ‘재무제표 심사’로 전환되면서 카카오게임즈 같이 IPO 감리 단계에서 상장이 좌절되는 기업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장주관사(증권사)가 상장 준비 기업의 재무제표 적절성을 점검할 책임이 강화되면서 상장주관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계 기관의 역할을 분담하겠다는 취지인데, 증권업계에선 IPO 업무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부담이 커지게 돼 난색을 표하고 있다.

    13일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한국공인회계사회, 기업, 회계법인, 학계 전문가 등과 회의를 열고 ‘회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당장 올해 상장 신청을 한 기업부터 재무제표 심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재무제표 심사 제도는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모니터링해 오류가 있는 경우 신속한 정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IPO 감리를 하던 시기에는 오류가 발견되면 이를 제재하기 위해 감리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야 했는데 재무제표 심사 제도는 이 같은 절차를 밟지 않고 회계 오류만 수정하면 된다.

    재무제표 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상장 신청을 한 기업 중 기업 규모, 재무 실적 뿐 아니라 주요 재무 지표의 동종업종 평균과의 차이, 주식분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무제표 심사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 선정 기준은 하반기에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올해는 기존과 동일한 기준으로 기업을 선정해 재무제표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상장 신청 기업 중 60%에 대해 IPO 감리를 진행하는 것이 규정이었는데, 해당 규정이 폐지되면서 올해는 이보다 적은 기업들이 재무제표 심사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제표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도 3개월 이내로 정해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일정으로 상장을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상장주관사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상장주관사가 기업의 재무제표를 포함해 발행인의 중요 사항에 대한 ‘허위 기재 및 기재 누락’ 사항이 없는지를 적발해야 하는 책임을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을 현행 20억원에서 대폭 상향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상장주관사가 상장 준비 기업의 재무제표 적정성에 대해 확인한 내역을 상장 심사 신청 시 거래소에 제출하도록 했다.

    이 같은 방안에 증권업계는 다소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실사 단계에서 재무제표를 기본적으로 보고는 있지만 외부감사인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보는 것이고 금융당국의 감리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에게 역할을 분산한다는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며 "결국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 IPO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부담만 가중돼 IPO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20여곳이 넘는데 연간 IPO 인수 수수료 규모가 지난해 기준 700억원(공모 규모 2조8000억원 중 평균 수수료율 2.5%)에 그쳤다"며 "IPO 사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데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점검 의무까지 부과한다면 IPO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유인 요소가 줄어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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