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선진화] 제재 위주인 '감리' 줄여 기업·감사인 부담 경감

조선비즈
  • 김유정 기자
    입력 2019.06.13 10:30

    오류 정정해 올바른 감사 유도하는 ‘재무제표 심사’ 시행
    지정 감사인, 재무제표 수정할 때 前감사인과 소통해야

    금융당국이 기업의 사소한 회계오류는 즉시 정정하고 제재하지 않는 ‘재무제표 심사 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심각한 회계기준위반이 발견된 경우에만 감리하기로 했다. 특히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올해 시행됨에 따라 감사인이 전기 재무제표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 전기 감사인 및 기업과 충분히 소통했는지, 관련 지침을 준수했는지 등을 점검할 방침이다.

    또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감리할 때 감사의 미흡한 점을 적발해 제재하는 것보다 그동안 기업의 특성에 맞게 합리적인 감사 절차를 설계하고 꾸준히 잘 이행했는지를 주로 살펴보기로 했다. 감사 시즌 때만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감사보다는 연중 상시 감사 문화를 정립하겠다는 취지다.

    1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회계법인, 학계, 금융감독원, 거래소 등 관계 기관과 함께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회계 감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 규정 및 거래소 규정은 예고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10월까지 개정을 마치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회계 감리 → 재무제표 심사...기업 회계 충격 줄어든다

    먼저 금융당국은 기업의 회계 문제를 점검할 때 기본적으로 재무제표 심사 방식을 채택하되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감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재무제표 심사는 기업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보고 오류가 있는 경우 신속한 정정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감리는 회계기준 위반 사항을 적발해 제재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재무제표 심사는 기업의 올바른 회계처리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재무제표 심사 조직과 감리 조직을 분리하고 재무제표 심사기간을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에 마치도록 하는 등 세부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상장 준비 기업의 경우 일정 요건에 따라 기업을 선정해 재무제표 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자산 1조원 이상인 곳은 금감원이, 그 외 기업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맡아 재무제표 심사를 한다. 재무제표 심사 대상 선정 기준은 기존 IPO 감리 대상 선정 기준보다 더 정밀하게 만들어 IPO 감리 때(전체 상장 준비 기업 중 60%)보다 더 적은 수의 기업이 재무제표 심사를 받게 된다.

    한국거래소와 상장주관사도 상장 준비 기업의 재무제표가 적정한지 점검할 책임이 강화된다. 상장주관사가 기업 실사를 부실하게 할 경우 부과되는 과징금을 대폭 상향할 방침이다.

    ◇감사인 변경 후 ‘비적정 의견’ 내기 까다로워진다

    금융당국은 기업이 회계 오류를 스스로 정정하는 부담을 덜어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회계 기준 위반에 회사의 귀책사유가 없다면 재무제표 심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예컨대 모호한 회계기준에 대해 회계기준원이나 국제회계기준위원회(산하 기관 포함)가 입장을 제시하거나 금융위가 감독 지침을 공표함에 따라 재무제표를 수정하게 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변경된 외부감사인이 전기 재무제표의 정정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외부감사인이 전기 외부감사인과 충분한 소통을 했는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가 도입되면서 외부감사인 교체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회계 오류 정정에 대한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감사인이 전기 재무제표 정정을 요구할 경우 해당 감사인이 ‘전기 오류 수정에 관한 회계감사 실무 지침’을 제대로 준수했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이 지침에는 변경된 감사인, 전기 감사인, 기업 등 3자가 소통한 내용을 문서화하도록 하는 등의 항목이 담겨 있다.

    한편으로 재무제표 심사 결과 회계기준 위반 동기가 ‘과실’인 경우 별도 조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재무제표 정정 규모가 큰 경우에는 경고·주의 조치가 나올 수 있다. 위반 동기가 ‘고의·중과실’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감리를 거쳐 제재하되 자진정정임을 감안해 조치 수준을 1단계 감경키로 했다.

    ◇연중 상시 감사 유도...중소 회계법인 부실 감사 막는다

    금융당국은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를 감리하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는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회계기준 위반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점을 적발해 제재하는 것이 감사보고서 감리의 목적이었다. 그러다보니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모든 계정과목에 대해 강도 높은 감사 절차를 밟아 기업의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으로는 외부감사인이 ‘회계감사기준의 취지’에 따라 감사 절차를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일관되게 이행했는지를 점검할 방침이다. 예컨대 ▲계정 금액이 재무제표 이용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한지 ▲기업 경영 위험 요소 및 회계처리 내부통제 수준 등에 대한 검토 결과 집중 감사해야 할 사항으로 볼 수 있는지 등 감사보고서 감리 시 중점 점검할 감사 절차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위험 요소를 면밀하게 파악한 후 기업의 내부통제 수준이나 각 재무정보의 위험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중 감사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으로 외부감사인과 기업 내부감사기구 간 소통을 강화해 연중 상시 감사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양측의 논의 사항을 분·반기 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했다. 또 외부감사인은 기업이 계속 기업의 불확실성 관련 사항을 재무제표를 통해 적절히 공시했는지에 대한 평가 결과를 분·반기 검토 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했다.

    아울러 외부감사인이 스스로 감사품질을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금감원에 보고하는 ‘자체평가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외부감사인 대표는 매년 감사품질관리 수준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개선 계획을 포함한 결과물을 감독기관에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중소회계법인 상당수가 독립성이나 감사시간 집계 시스템 등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 반복적으로 지적을 받았는데 자체평가제도를 통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6명에 불과한 금감원의 외부감사인 감리 인력을 18명으로 3배 증원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공인회계사회에도 외부감사인 감리 전담부서를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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