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삼성전자냐 중소기업이냐...사업부 매각에 삼성전기 직원들 ‘희비’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9.06.13 06:00

    삼성그룹 직원들 사이에는 "삼성은 삼성 ‘전자’와 ‘후자’로 나뉜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삼성전자가 그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대우 또한 좋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최근 후자였던 삼성전기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일부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모(母)기업 삼성전자로 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다른 부서 직원들은 더 작은 중소기업으로 적(籍)을 옮기게 됐습니다.

    전자로 이동하는 입장에선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중소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이들은 명함에서 ‘삼성’이라는 글자가 사라지게 돼 울상입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삼성전기는 최근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전장용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5세대 이동통신(5G) 모듈에 집중하는 경영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4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PLP(Panel Level Package) 사업을 삼성전자(005930)에 양도하기로 결의한 것입니다.

    삼성전기가 PLP 사업을 삼성전자에 넘긴 배경엔 ‘돈’이 있습니다. 삼성전기(009150)는 2015년부터 PLP 기술 개발에 나서 지난해 사업화에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투자 여력이 큰 삼성전자가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삼성전기 입장에선 PLP 사업 양도 대가로 받은 7850억원을 재무 상태 개선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이에 앞서 무선충전사업부를 코스닥 상장기업 켐트로닉스에 매각했습니다. 매각대금은 210억원. 삼성전기의 모바일 무선전력전송 사업과 근거리 무선통신(NFC) 코일 사업이 포함됩니다.

    켐트로닉스는 전자부품과 공업용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373억원 수준으로, 매출 1300억원 규모인 삼성전기 무선충전사업부 인수는 ‘통 큰’ 투자였습니다.

    일단 증시는 사업구조 개선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합니다. PLP 사업 양도 소식을 알린 4월 30일 하락세를 보였던 삼성전기의 주가가 장중 4%가량 반짝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무선충전사업 인수 소식이 알려진 4월 19일 켐트로닉스(089010)주가는 장중 12%선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기 본사 전경. /삼성전기 제공
    그러나 직원 입장에선 희비가 엇갈립니다. 삼성전기는 매각에 앞서 인사 면담을 진행중인데, 500~600명 수준인 PLP 사업부 절대 다수가 이동을 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무선충전사업부 인력들은 난감한 처지입니다. 인수 계약엔 100여명의 삼성전기 인력 양수가 포함돼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이들을 위해 위로금을 준비할 계획이지만, 회사에 남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앞서 삼성그룹은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며 비슷한 문제를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 삼성테크윈 임직원들은 ‘깜짝 매각’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현재는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매각 당일까지 매각 사실을 전혀 몰랐던 직원들도 시위에 나서는 등 당시 반발이 거셌다"면서도 "한화 또한 재계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인데다 의리를 강조하는 기업 문화로 직장 안정성이 삼성보다 양호해 만족도가 높다"고 했습니다.

    켐트로닉스쪽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평입니다. 넘어간 인원이 ‘특급 인력’ 대우를 받겠지만, 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관측입니다. 켐트로닉스는 탄탄한 중견기업이지만, 직장 안정성이 대기업인 삼성전자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른 30대 삼성 계열사 직원의 말입니다. "계열사라 해도 남들은 ‘삼성 다닌다’고 말한다. 삼성맨으로 통하다 중소기업 사원이 되는 꼴이다. ‘명함 값’이 떨어지는데 연봉을 높여준다고 능사가 아니다."

    회사 결정에 따라 미래가 휙휙 바뀌는 직장인의 삶은 고달픕니다. 근로자도 회사의 일부인데, 충분한 존중과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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