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높인 이주열…금리인하 시기, 2분기 성장률이 관건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19.06.12 13:24 | 수정 2019.06.12 14:02

    8개월 만에 인하 시사…경기회복 기대 당분간 접은 듯
    인하 시 4분기 유력…성장률 낮을 경우 3분기도 가능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지 8개월 만에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리정책의 방향을 튼 건 대내외 경제여건의 악화가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어서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불황 장기화에 한국의 경제 지표가 연일 악화되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당분간 접은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의 금리인하 움직임도 한은의 등을 떠밀었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 시기로 쏠리고 있다. 올해 남은 네 번의 금융통화위원회 중 언제 금리를 내릴지 벌써 설왕설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내달 발표될 연간 성장률 전망치와 2분기 성장률이 관건이다. 현재로썬 4분기 인하가 유력하지만 예상보다 성장률이 낮게 나온다면 3분기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제69주년 기념식에서 하반기 이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총재의 기념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로 가는 데 접근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의 기념사는 지금까지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일축해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설명회에서 조동철 금통위원이 인하 소수의견을 내자 이 총재는 "소수의견 일 뿐 시그널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올해 들어 시장금리가 대폭 내려가는 등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 때도 "시장이 앞서간다. 금리인하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해 왔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한 건 미·중 무역협상, 반도체 불황 장기화 때문이다. 당초 5월중으로 예상됐던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무산됐고, 2분기로 전망됐던 반도체 회복 시기도 지연되고 있어서다. 이 총재는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분쟁이 점점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 반도체 경기도 상반기가 다 지나갔는데 당초 예상보다는 회복시기가 지연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5월 금통위 이후 불과 10여일 사이 발표된 경제지표가 일제히 부정적으로 나타나면서 경기부양이 절박해진 상황이다. 4일 발표된 1분기 성장률 잠정치가 -0.4%로 속보치(-0.3%)보다 더 떨어졌고 바로 다음날인 5일에는 4월 경상수지가 7년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또 11일 발표된 통관기준 6월 1~10일 수출(103억달러)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6% 감소했다.

    0%대 저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는 것 역시 한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가 통화정책의 지표로 삼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역시 석 달 째 0%다. 경기악화로 인한 총 수요위축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상황이다.

    글로벌 저상장·저물가 흐름에 주요국 중앙은행도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개방경제국인 호주의 중앙은행이 지난 4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과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전기요금, 의료비, 통신비 등 관리물가를 제외해도 물가 상승률이 1%대를 넘지 못한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불가피하다"며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경기회복을 언급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금리인하 시기는 3분기 보다는 4분기가 유력해보인다. 여전히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세 등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그간 부동산 시장 자극, 가계부채 급증 등 금리인하가 부를 수 있는 부작용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이 총재는 이번 기념사에서도 "(통화정책에)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하겠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경제지표가 더 악화될 경우 좀 더 이른 시기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내달 18일 금통위와 같은 날 발표되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현재 2.5%에서 큰 폭으로 하향되거나 2분기 성장률이 쇼크수준인 1.0% 이하로 나타날 경우 3분기 중 금리인하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금통위 내 매파(통화긴축 선호)인 이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7월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더 늘어날 수 있다. 5월에 이미 소수의견을 냈던 조동철 위원 외에 신인석 위원이 소수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7월 18일, 8월 30일, 10월 17일, 11월 29일 등 총 네 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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