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4%' 만성화되나…구조조정·자영업 위축에 일자리 창출 ‘뚝’

입력 2019.06.12 11:24 | 수정 2019.06.12 11:37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4%대 실업률이 이어지면서 만성적 고실업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평상시 3%대 실업률을 유지하다가 학교 졸업 시즌인 2~3월에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뛰는 패턴이 깨지고, 이제 4%대 실업률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기준)’로 고착화될 것이란 얘기다. 제조업 구조조정 등이 계속되면서 신규 실직자가 줄지 않고 있는 데다, 자영업 위축 등으로 일자리 창출 역량이 깎여나갔기 때문이다.


/조선일보DB
통계청은 12일 ‘2019년 5월 고용동향’에서 5월 실업률이 4.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매년 5월 기준으로 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5월(4.1%) 이후 가장 높다. 게다가 4.0% 이상 실업률이 5개월 동안 지속된 것도 200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114만5000명을 기록한 실업자도 5월 기준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실업률 통계는 1999년 6월부터 직전 4주간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을 실업자로 보고있다. 결국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실업난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고실업률 장기화를 경기 침체 등의 요인 때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4% 이상 실업률이 나타난 것은 2010년 1월~2010년 3월의 3개월 뿐이었다. 설 명절, 각급 학교 졸업, 겨울 추위 등의 요인으로 1~3월의 실업률은 다른 기간보다 높다. 지금까지는 2~3월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뛰더라도 4월 이후로는 실업률이 3%대로 낮아지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2월 4.7%로 치솟은 뒤 낮아지긴 했지만 계속 4% 대를 유지하고 있다.

◇구조조정 당한 30~50대 남성, 재취업도 어렵다

실업자 증가는 크게 세 가지 경로로 이뤄진다. 먼저 기존 취업자의 실직이 늘어나는 것이다. 제조업 구조조정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실업자가 취업을 하는 게 예전보다 어려워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경제활동인구인 사람들이 일자리를 알아보면서 실업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 실업률이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기존 취업자의 실직 증가다. 5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동기 대비 7만3000명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8년 4월 이후 1년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조선업에 이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산업이 어려움에 빠진데다 경기 침체로 제조업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직업별 취업자를 따져도 ‘장치, 기계조작, 조립종사자’가 10만9000명 감소했다. 해당 직업 취업자는 1년 4개월 연속 줄고 있다.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역량이 떨어지면서 실업자가 근로자 또는 자영업자로 취업하는 길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5월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취업자가 1만6000명 줄면서 1년 1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30~50대 남성 고용률이 30대(92.6%)는 0.7%포인트(p), 40대(93.4%)는 1.0%p, 50대(89.0%)는 1.3%p씩 각각 하락한 것은 30~50대에 실직한 남성들이 신규 취업을 하지 못하는 것을 시사한다.

자영업 취업자수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5월 자영업 취업자수(158만4000명)는 전년동기 대비 4만1000명 감소했다. 자영업 취업자수는 2018년 6월 이후 12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김지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한종석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1월 한국경제학회가 발간하는 코리언이코노믹리뷰(KER)에 게재한 ‘한국에서 실업자 유입 및 유출에 대한 재평가(Reassessing the Inflows and Outflows of Unemployment in Korea)’에 따르면 1986~2014년 노동시장에서 매월 평균 취업자의 1.6%가 실업자가 되고, 실업자의 48%가 취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실업자가 취업자가 되는 규모는 매월 비교적 일정한 반면, 취업자가 실업자가 되는 규모는 경기에 따라 달랐다. 그리고 실업률 변동은 기존 취업자의 실업에서 발생했다. 현재 실업률 상승이 몇 달간 계속되는 것이라면 경기 침체와 제조업 구조조정 때문이라 할 수 있지만, 4%대 실업률이 고착화됐을 경우 일자리 창출 능력(실업자의 취업)이 그만큼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일자리 찾아 나선 60대, ‘실업자 군단’ 편입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58년 개띠’로 일컬어지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실업자가 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가 구직에 나서면서 실업자에 편입되는 게, 60세 이상 노인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남녀 연령별 실업자를 따지면 올해 1~5월 늘어난 실업자 5만8000명 가운데 ‘60~64세 남성’이 1만7000명에 달했다. 그 다음을 차지하는 것은 ’50-59세 여성(1만5000명)’과 ‘65세 이상 여성(1만4000명)’이었다. 실업자 증가의 60.3%(3만5000명)가 60세 이상 노인에서 발생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고령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나서면서 상당수는 취업자가 되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실업자가 된 인원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회복지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실업률이 높아질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오랫동안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장기 실업자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실직 기간이 오래되면 그만큼 재취업이 힘들지는 악순환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노동시장에서 몇 달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장기 실업자 비중이 작았는데, 향후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 경우 정부의 각종 사회복지 부담도 증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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