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고용률 상승'…17시간 초단기 일자리만 활발

입력 2019.06.12 10:39 | 수정 2019.06.12 14:49

제조업 취업자·40대 고용률 하락 추세 뚜렷
주당 17시간 미만 초단기 일자리 증가 두드러져

지난달 우리나라 15~64세 고용률이 67.1%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고용사정이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일자리와 초단기 일자리만 호황을 보이고 있고, 우리 경제의 중추인 3040세대 취업자는 감소하고 있다. 정규직 등 질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제조업도 취업자수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근로시간으로 봐도 ‘초단기 알바(아르바이트의 줄임말)’가 집중된 주당 17시간 미만 취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고용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고용형태가 불안정한 취업자 중심으로 고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고용시장 구조가 여전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64세 고용률(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은 67.1%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p) 늘었다.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9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전체 고용률은 61.5%로 전년비 0.2%p 증가했으며 2017년 5월과 동일한 수준이었다. 지표로는 나아졌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에서 인형탈을 쓴 아르바이트생이 물을 마시고 있다. /김지호 기자
우선 양질의 일자리가 몰려 있는 제조업과 금융 및 보험업 등의 취업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7만3000명이 줄었는데, 전달(-5만2000명)보다 감소세가 더 커졌고 지난해 4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 및 보험업 역시도 시중은행이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있고 보험업도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는 여파로 전년 같은 달보다 4만6000명이 감소했다.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취업자 증가를 견인한 건 정부 재정이 떠받치는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2만4000명)과 단기직 위주인 숙박 및 음식업(6만명)이었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월 대비 8만~10만명 늘어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음식점업에서 취업자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통계청 제공
연령대별로 보면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3040세대, 특히 40대의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 5월 40대 고용률은 전년비 0.7%p 떨어져, 2018년 2월부터 16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었고 30대 고용률도 보합이었다. 재정일자리 수혜를 받는 50대와 60대의 고용률은 각각 0.2%p, 1.1%p 증가했다. 청년층 고용률은 증가하긴 했지만 단기직 위주로 늘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는 악화됐다. 15~29세 고용률은 0.9%p 늘었지만 15~19세가 0.8%p 올라 견인을 주도했고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에 뛰어들어야 하는 20~29세는 0.1%p 느는 데 그쳤다.

정 과장은 "청년층의 경우 보통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등에 유입되는데, 지난달에는 본격적인 취업시즌이 아니다 보니 음식점업 위주로 취업자수가 많았다"면서 "지위별로도 보면 상용직보다는 임시직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취업시간대별로 봐도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66만6000명(15.6%) 늘었고, 36시간 이상은 오히려 38만2000명(-1.7%) 감소했다. 특히 ‘초단기 알바’ 일자리로 분류되는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무려 35만명(23.9%) 늘었고 18~35시간 취업자수도 31만6000명(11.3%) 증가했다. 주당 1~17시간 취업자 수는 지난 4월(36만2000명)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었는데, 5월에도 그에 못지 않은 수준으로 급증했다.

설상가상 실업률은 4%로 조사기준이 변경(구직기간 4주)된 2000년 이후 5월 기준 역대 최고며, 5개월 연속 4%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위기가 왔던 1999년 6월∼2000년 5월 12개월 연속 4%대를 기록한 이후 최장이다. 경기가 개선돼 일자리가 늘면 구직활동 증가로 실업률도 같이 높아진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를 보면 딱 들어맞는 설명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1599만2000명)는 전년비 3만6000명 늘었는데, 이중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는 196만3000명으로 20만3000명이 증가했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단시간 취업자 위주로 늘었다는 점에서 건전한 고용개선 상황으로 보기 어려우며,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는 3040세대가 주춤하다는 점에서 성장잠재력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 "정책적 측면에서 지표의 부정적인 측면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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