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졸속 추진에 ESS 잇단 화재… 5개월 조사하고도 원인·책임 소재 못밝혀

조선일보
  • 안준호 기자
    입력 2019.06.12 03:08

    [탈원전 2년의 늪]
    재생에너지 확대 위한 필수 장치… 정부 보조금·할인혜택 주자 난립

    ESS 보급 현황
    2017년 8월 전북 고창 풍력발전소 ESS(에너지 저장장치)를 시작으로 지난 5월까지 전국에서 23건 발생한 ESS 화재는 배터리 결함보다는 부실한 설치·운영 관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탈(脫)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양적 팽창만 좇다가 빚은 인재(人災)라는 것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민관 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위원회가 5개월여 실시한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화재 원인이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고, 향후 ESS 운영 안전 대책조차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SS는 상황에 따른 발전량 차이가 큰 태양광·풍력발전 전기 혹은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정부는 2017년 1.6% 수준인 태양광·풍력발전 비율을 2040년 35%까지 늘리겠다면서, 보조금을 증액하며 ESS를 늘려왔다.

    조사위는 이날 ▲배터리 보호 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통합 제어 미흡 등 네 가지 이유 때문에 화재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배터리 제품 자체 결함보다는 ESS 설치부터 운용·관리까지 총체적 부실이 연쇄 화재의 근본 원인임을 실토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ESS 운영·관리 업체는 해외와 달리 영세 업체가 많다"며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정책으로 ESS 보급이 급격히 늘면서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화재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배터리 제조업체와 시공·설계업체 등) 사업자 간 법정에서 가릴 문제"라고 한발 뺐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정부가 차마 자신들이 최소한의 안전 기준도 없이 국민 세금을 뿌려가며 무리하게 ESS 보급을 밀어붙였음을 자인하기 힘들어 애매한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위원장을 맡은 김정훈 홍익대 교수도 이날 발표장에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대규모 ESS 시스템을 적용하다 보니 미처 몰랐던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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