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에 관대할거란건 순진한 생각"

조선일보
  • 신은진 기자
    입력 2019.06.12 03:08

    글로벌 투자사들 "삼성 투자, 법적 불확실성 지속될 것" 잇단 보고서

    "(삼성그룹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 같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분석회사인 CLSA는 지난달 29일 삼성그룹에 대한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와 정치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법적 불확실성을 예상해야 한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IR(투자자 관리)팀에는 "여러 명의 삼성전자 핵심 경영진이 구속됐고, 이 부회장도 조만간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는데 사실이냐" "앞으로 삼성 경영에 문제는 없는 것이냐"는 등의 국내외 투자자들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해외 주요 거래선에서도 컴플라이언스(준법 경영) 이슈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여러 차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요인이 불확실성 증대"라며 "특히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시계(視界) 제로인 삼성그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들 "삼성그룹 불확실성 지속"

    해외 증권사나 투자분석회사는 현재 삼성의 검찰 수사를 불확실성과 비용으로 간주했다. CLSA는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의 경우 심각한 저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현재 삼성그룹을 둘러싼 검찰 수사 등의 불리한 영향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에 대해 투자할 경우 '순자산가치 대비 심각한 저평가'와 '현재의 불확실성'을 비교 평가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LSA는 "현 정부가 한국 경제에 대규모 투자를 한 삼성그룹에 관대할 것으로 보는 것은 2020년 총선을 앞둔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순진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이 한국 정치 상황에 심대한 영향을 받는 기업임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김연정 객원기자
    글로벌 투자회사의 삼성에 대한 평가
    계속되는 검찰 수사가 비용 측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호주계 글로벌 증권사인 맥쿼리 증권은 지난 4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석보고서에서 "분식회계 이슈로 법적 비용과 회계 서비스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지난해 4분기부터 발생하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흑자 전환이 당초 올 3분기에서 4분기로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연말 세계적인 투자자문사인 JP모건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보고서에서 "금융위로부터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당해 형사적 처벌과 벌금을 받을 수 있다"고 썼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투자 기피 대상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년 전에 비해 27% 하락했고, 삼성물산은 25%, 삼성전자는 10% 이상 떨어졌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당초 계획대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주가도 높고 리스크도 적었을 것"이라며 "뇌물 수사로 시작해 분식회계에 이어 증거인멸로 수사 초점을 바꿔가며 집요하게 삼성을 수사하는 것 자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1년에 150회 이상 압수 수색, 계열사 간 업무 조율 임원들은 구속

    삼성그룹에 대한 불확실성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간 업무 조정을 담당하는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팀)는 현재 개점 휴업 상태다. TF를 이끌고 있는 정현호 사장은 11일 검찰 조사를 받았고, 앞서 3명의 삼성전자 부사장이 구속됐다. 일본경제신문이 발행하는 영문 매체인 니케이 아시안 리뷰는 최근 "실적 악화로 고전하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한 기회를 포착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최고 경영진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돼 사업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전자계열 간 협업이 중요한 시점에 조율 업무를 하는 임원들이 대거 구속된 것도 큰 악재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1년 동안 150회 이상의 압수 수색을 받았다. 영장 발부 횟수는 이보다 적지만, 한번 발부된 영장으로 여러 차례 압수 수색을 나오기 때문에 "삼성그룹이 1년 중 절반 가까이를 압수 수색 당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검찰 수사를 받아본 기업이라면 모두 알겠지만, 일단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방어하는 데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어 투자 등 장·단기 경영 전략은 모두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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