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별관공사 꼬리무는 소송전…2023년 입주도 가물가물

조선비즈
  • 조은임 기자
    입력 2019.06.12 10:00

    계룡건설·삼성물산 "낙찰자 지위 확인해달라" 가처분 제기
    최악의 경우 본안소송·계약이행금지 가처분 이어질 수도
    한은도 공사지연 손해배상 검토…월 임대료로만 13억 지출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를 둘러싼 소송전이 본격화되면서 최악의 경우 4년 뒤인 2023년까지도 완공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낙찰자인 계룡건설과 차순위인 삼성물산(028260)이 낸 가처분 소송의 결과가 빠르면 이달 중 나오는데 결과에 따라 본안소송을 비롯한 계약이행을 금지하는 가처분 소송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공공입찰의 총 책임자인 조달청의 업무 미비로 총 사업비 3600억원에 이르는 중앙은행의 건축공사가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12일 한은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한은 통합별관 신축공사 입찰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 '낙찰예정자 지위확인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리가 지난 5일 진행됐다. 삼성물산은 감사원의 감사결과 계룡건설의 입찰이 무효가 된 만큼 차순위인 삼성물산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인 이상 유효한 입찰이 진행됐을 때 계약체결 이전에 입찰무효 등으로 낙찰자 결정이 취소된 경우 차순위자가 낙찰받도록 한 기획재정부의 계약예규를 근거로 들었다.

    구(舊) 한은 본관 및 별관/한은 제공
    이에 조달청은 예정가격 초과로 낙찰자의 입찰을 당초대로 취소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고수했고,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조달청에 각각의 주장을 보완한 의견서를 14일까지 제출할 것을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별개로 계룡건설이 제기한 '낙찰예정자 지위확인 등 가처분신청'의 결과가 이달 중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계룡건설은 당초 입찰 공고에는 예정가격 초과에 대한 기준이 없었다며 원래 조달청 입찰 결과대로 낙찰자 지위를 회복하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계룡건설은 동시에 한은에도 계약합의 절차 속행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처분 소송을 두고 차순위자인 삼성물산이 공사를 맡게 되거나 조달청이 재입찰을 진행하게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계룡건설의 낙찰이 무효처리 된 상황에서 재판부가 이와 배치되는 결론을 낼 확률은 적다는 것이다. 또 조달청이 한은 별관공사 논란을 계기로 지난달 말 혁신안을 내고 예정가격 초과입찰을 명확하게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고려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가처분 소송 결과에 불복해 추가적인 법정다툼이 진행될 경우 한은 별관공사의 착공시기가 최소 1년 이상 더 미뤄질 수 있다. 예를 들면 차순위자인 삼성물산이 한은 별관공사건의 계약을 맡게 될 경우 계룡건설이 낙찰예정자 지위확인을 위한 본안소송과 계약이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함께 제기하는 경우다.

    만약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때 까지 착공은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예정 공사기간이 최소 30개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23년 중에나 준공이 가능하다. 이것도 본안소송과 공사 기간을 최소한으로 계산한 것이라 2023년 중 준공이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일단 공사가 진행되면 추후 본안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는 것으로 인정되더라도 공익을 고려해 종국판결로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는 사정판결이 나올 수 있어, 일단은 공사진행을 못하도록 하는 가처분 신청이 제기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더라도 본안소송이 진행되는 와중에는 시공사의 지위가 불안해 공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총 사업규모 3600억원의 한은 통합별관 건축공사가 법정다툼으로 얼룩지게 된 건 조달청의 업무 미비에서 시작됐다. 조달청은 2017년 12월 한은 별관 공사 낙찰자로 낙찰예정가(2829억원)보다 3억원 높은 금액(2832억원)을 써 낸 계룡건설을 1순위로 선정했다. 차순위는 삼성물산으로, 입찰예정가보다 589억원 적은 2243억원을 적어냈다. 조달청은 삼성물산의 기술점수가 낮아 계룡건설을 선정했다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조달청에 입찰결과가 부당하다는 이의를 신청했고, 시민단체까지 나선 끝에 감사원 공익감사가 진행됐다. 감사원은 지난 4월 예정가보다 높은 입찰가를 낸 업체가 선정된 것은 국가계약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조달청에 적절한 처리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한 동시에 관련 업무를 맡은 직원 1명을 정직처분하고 3명은 경징계 이상 징계를 내릴 것으로 요구했다. 조달청은 차순위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대신 입찰무효를 결정하고 예정가격 초과입찰을 불허하는 새로운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한은은 건설업체들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결과가 나오는 대로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한은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2017년 5월부터 서울 세종대로에 위치한 삼성본관 1~17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데 매월 임대료가 13억원이다. 연 단위로 150억원을 쓰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1일 기자간담회에서 "통합별관 공사가 1년 이상 표류하면서 차질이 많이 생겼다"며 "조달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향후 조치는 조달청의 입장을 지켜보고 한은이 응당해야 할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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