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한전 소액주주들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한전 적자 심화"

조선비즈
  • 안상희 기자
    입력 2019.06.11 14:36

    11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공청회서 비판 쏟아져

    "3가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은 모두 한국전력(015760)의 적자로 귀결된다."(한전 A 소액주주)
    "30년 전 3만원이던 한전 주가가 지금 2만5000원대다. 정부의 사기극 아니냐. 왜 한전 주주가 돈을 대야 하느냐."(한전 B 소액주주)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공청회 질의응답 시간. 질문자로 나선 한 중년 남성이 지갑에서 1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꺼내 책상 위에 내리쳤다. 그는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인 장병천씨다.

    장 대표는 "이런 공청회를 두번 다시 하지 말아라. 패널들의 모든 출연료는 내가 전액 부담할 테니 한전은 적자를 부담하지 말아라"고 소리쳤다. 공청회장 뒤에선 남성 2명이 ‘한전 부실경영 책임지고 김종갑 사장 즉각 사퇴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 공청회 좌장인 김진우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은 질서를 지켜달라고 했지만, 한전 소액주주들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전 주주들이 뿔난 이유는 이달 3일 민·관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3가지 누진제 개편안 때문이다. 개편안은 모두 전기요금 인하를 담고 있는데, 요금을 깎아준 만큼 한전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개편안은 ▲현행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별도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누진구간 확대안) ▲7~8월 여름철에만 누진 3단계를 폐지하는 방안(누진단계 축소안) ▲연중 단일 요금제안(누진제 폐지안)이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의 적자를 강제로 요구하는 정부와 회사의 부실을 좌시하는 한전 경영진을 상대로 직무유기와 배임 등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번 기회에 누진제 요금체계를 완전히 철폐하고 전기 사용량만큼 요금을 부담하는 대신 에너지 취약계층에 에너지 바우처(이용권)를 지급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공청회에서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가 누진제 개편안이 한전의 부실을 초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왼쪽 위는 그가 “패널들의 모든 출연료는 내가 부담할테니 한전은 적자를 부담하지 말아라”며 던진 100만원짜리 수표 2장./안상희 기자
    ◇ 난처한 한전 "개편안 모두 부담"…이사들도 걱정 많아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시한 3가지 전기요금 할인 방안이 실현되면 한전의 부담은 최소 961억원에서 많게는 2985억원까지 늘어난다. 지난해에도 정부가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한전이 3587억원을 부담했다. TF는 3가지 누진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한전의 부담을 덜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공기업인 만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한전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지난해 6년 만에 적자를 냈고, 올 1분기에는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대신 발전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와 신재생을 늘린 것이 원인이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공청회가 끝난 후 "주가가 엄청 떨어져 주주들의 입장을 이해하며 난감하고 면목 없다"면서 "3가지 안 모두 한전에 부담을 주고 있어 이사들도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초 3가지 개편안이 발표됐을 당시 "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주주 이익도 대변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달 말 열릴 한전 이사회에서는 누진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인례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는 "누진제 개편을 이야기하면서 심화될 한전의 적자를 국민의 세금으로 막을지, 한전 경영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한경 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전은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비자 각자가 전기를 사용한 만큼 요금을 내는게 합당하다"고 말했다.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공청회장. (위)한 소액주주가 토론자들에게 한전 부실을 책임지라고 소리치고 있다. (아래)공청회장 입구에서 한전 소액주주들이 ‘한전 적자를 강요하는 산업부는 무능한 부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안상희 기자
    ◇ 전력수요 감축 주도 에너지 전문가,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도 앞장?

    일각에서는 이날 공청회 패널이 편향적으로 구성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공청회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좌장을 맡은 김진우 전 원장은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만든 워킹그룹(전문가그룹)의 총괄위원장이었다. 패널로 참석한 강승진 산업기술대 교수와 박종배 건국대 교수 역시 워킹그룹에서 각각 수요분과장, 공급분과장으로 활동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한 에너지전공 학자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전력 수요를 감축하자고 주장한 전문가들이 이번에는 수요 증가를 부추기는 누진제 완화 공청회를 차지했다"면서 "소비자 측을 대변하는 패널을 제외하고 모두 정부측 인사를 모아놓은 공청회가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날 김 전 원장은 정부측 대표인 박찬기 산업부 전력시장과장에 한전의 재정부담 해소 방안 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다.

    TF는 전문가 토론, 온라인 의견수렴, 공청회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산업부와 한전에 1개의 권고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한전은 권고안을 토대로 전기요금 공급약관 개정안을 마련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정부에 인가 신청을 한다. 정부는 전기위원회 심의를 걸쳐 이달 중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