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투자전략과 정반대로 가는 국민연금 채용정책

조선비즈
  • 전준범 기자
    입력 2019.06.11 11:30

    최근 몇 년간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관련 의사결정에는 2개의 뚜렷한 방향성이 존재한다. 하나는 해외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 다른 하나는 주식·채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투자 다변화로 대내외 위험 요인에 신속히 대응하고 장기 수익률을 높이려는 의도다. 우리 국민의 노후자금 675조원을 책임지는 조직이 응당 취해야 할 투자 태도로 보인다.

    문제는 채용 전략이다. 투자 전략은 길을 제대로 찾아가는데, 그 전략을 실제로 구사해 수익을 창출해내야 하는 전문가 영입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역 줄퇴사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일자리가 절실한 신참급에게 기회를 더 제공하려 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 업무에 ‘전문인력 양성’ 문구를 추가한다든지 상위 직급의 결원 만큼 하위 직급을 더 임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하는 식이다.

    노련한 시장 전문가들의 지방(전주) 이전 기피현상을 감안하면 투자경험이 전무한 사람이라도 뽑아서 키워보려는 국민연금의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직의 투자 방향성이 해외와 대체투자 강화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사정만 이해하고 넘어갈 순 없는 노릇이다.

    국민연금 같은 대형 연기금은 미리 정해놓은 자산군별 비중에 따라 투자를 집행한다. 이때 주식이나 채권은 포트폴리오에 맞춰 어느 정도 기계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대체투자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자산 비중을 정해놨다고 투자가 저절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대체투자는 큰 수익이 예상되는 딜을 누가 먼저 발견하고, 소개받고, 따내느냐의 싸움이다. 매력적인 투자건이 제 발로 국민연금을 찾아오게 만드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 이는 결국 해당 기관에 대한 대외 신뢰도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내로라하는 베테랑이 많은 조직과 아직은 한창 배울 게 많은 신참들로 채워진 조직 가운데 어느 쪽으로 좋은 딜 제안이 먼저 들어갈 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국민연금이 능력있는 민간 경력자를 데려오지 못하는 건 이 기관이 정치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입지를 정해주고, 정치가 리더를 결정하고, 정치가 투자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는 구조에서는 어떤 전문가도 자신을 희생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해결책은 간단하지만 누구도 손대려고 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미래와 우리 노후가 안쓰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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