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목전 재건축단지, HUG 분양가 통제에 셈법 복잡해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19.06.12 06:07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바꾸면서 일반분양을 앞둔 서울 재건축 단지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입지가 좋고 수요가 많아 일반분양가를 주변에 공급된 단지보다 높게 받으려던 재건축 조합과 건설사의 계획은 실현하기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욕심대로 분양가를 책정하기 위해 후분양으로 공급하자니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당분간 분양을 미루며 시장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근 서울 신축 아파트 분양가는 HUG 규제에도 계속 올라가고 있다. GS건설이 4월 서초구 방배동에 공급한 ‘방배그랑자이’ 분양가는 3.3㎡당 4657만원으로 고급주택을 제외하고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약 2년 전 인근에 공급된 ‘방배아트자이’ 평균 분양가가 3.3㎡당 3798만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3.3㎡당 1000만원 정도 올랐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서울 분양가는 1㎡당 778만 4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79% 상승했다. 전국 평균치(7.21%)를 2배가량 웃돈다.

    분양을 앞둔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이런 분위기를 타려고 했지만, HUG가 주변 시세 수준으로 분양가를 제한하면서 일반 분양가를 높이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입지가 좋은 데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됐던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골머리를 앓게 됐다.

    강동구 둔촌동에 들어서는 1만2032가구짜리 ‘둔촌주공아파트’가 그런 사례다.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 물량이 5000여가구에 달해 올해 재건축 시장 최대어로 평가됐지만, 최근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아파트로 평가되고 있다.

    비교 사업장 지역을 어디까지로 볼지 등 HUG의 기준이 애매모호해 일단 둔촌주공의 비교 사업장 자체가 불확실하긴 하지만, 만약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지 1년이 넘은 사업장이 된다면 지난해 6월 강동구에 공급된 ‘고덕자이’ 분양가 기준을 따라야 한다. 고덕자이의 일반 분양가는 3.3㎡당 2445만원이었는데, 이를 감안하면 둔촌주공 일반분양가는 3.3㎡당 2570만원 정도가 된다. 둔촌주공 조합원 평균 분양가만 3.3㎡당 2752만원이고, 조합은 일반분양가로 3.3㎡당 3500만원 이상을 준비했는데, 만약 이런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수지타산이 안 맞게 되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나 인근에 있는 ‘올림픽선수기자촌’이 비교 사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다. HUG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원칙적으로 비교 사업장은 동일 자치구 안에서 정하지만, 대단히 예외적으로 인접 행정구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삼성동 상아아파트2차 재건축(래미안 라클래시)과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서초그랑자이) 등도 비슷한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일원대우 재건축인 ‘디에이치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인 3.3㎡당 4569만원에, ‘서초그랑자이’는 방배그랑자이 기준에 맞춰야 한다. 서초그랑자이의 경우 분양보증심사를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HUG는 24일 분양보증 발급분부터 변경된 분양가 기준을 적용한다.

    후분양을 하는 단지가 늘 것이라는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지만, 막대한 금융비용으로 조합이 추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현재 재건축 단지 중 후분양을 추진하는 곳은 신반포4지구(래미안원베일리)와 반포주공 1·2·4주구와 과천주공1단지 등이 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광명의 경우 분양단지 때문에 기존 아파트 시세가 오르고 이후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가 또 오르는 악순환이 되풀이된 적이 있었는데, 이런 사례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일반분양가를 높이려던 강남 재건축 단지 등은 욕심을 꺾고 그대로 분양을 강행할지 아니면 후분양을 추진할지 기로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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