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100% 수입하던 '금구류' 최초 국산화

입력 2019.06.11 03:08

[명문 장수기업 탐방] [1] '세명전기공업' 권철현 대표

"100% 일본 기업에 의존해왔던 금구류(金具類)를 한국 최초로 국산화했다는 것이 가장 큰 자부심입니다."

4일 부산 사상구 세명전기공업 본사에서 권철현 대표가 송전탑에 들어가는 송전용 금구류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4일 부산 사상구 세명전기공업 본사에서 권철현 대표가 송전탑에 들어가는 송전용 금구류의 용도를 설명하고 있다. 세명전기공업은 국내 최초로 금구류를 국산화한 기업이다. /부산=강동철 기자
지난 4일 부산 사상구에 있는 세명전기공업 본사에서 만난 권철현(51) 대표는 "국내에서 금구류 개발·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곳은 우리 회사가 유일하다"며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해외 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1962년 설립한 세명전기공업은 송·배전용 금구류와 고속철도용 금구류, 섬유 직기용 기기를 생산한다. 작년엔 매출 190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금구류는 송전탑과 초고압 전선을 연결해주는 부품이다. 강풍이 불어도 전선이 끊어지지 않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세명전기공업은 한국 최초로 154㎸, 345㎸, 765㎸ 금구류 등을 국산화한 기술 기업이다.

전파상에서 금구류 전문 기업으로

세명전기공업은 권 대표의 부친인 권재기 회장이 부산 토성동 한국전력 부산지사의 길 건너편에서 시작한 전파상 '세명전업상사'가 시초다. 권 회장은 전봇대용 변압기 밴드, 볼트 등을 한전 부산지사에 판매하다가 금구류 국산화에 나섰다. 금구류는 볼트 같은 부품보다 훨씬 수익성이 높았지만 당시엔 전량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는 부산 학장동에 작은 공장을 세우고 스스로 금형을 깎아 1969년 154㎸ 금구류를 국산화했다. 이어 1984년에는 초고압 송전탑에 많이 쓰였던 345㎸, 1997년에는 765㎸ 금구류까지 개발했다.

세명전기공업은 송전용 금구류에 이어 고속철도·지하철용 금구류 개발에도 도전했다. 고속철과 지하철은 운행하면서 전기를 공급받는 구조다. 전차 선로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과 이를 지탱하는 금구류가 필요하다. 세명전기공업은 1999년 처음 철도용 금구류를 독자 개발해 현재 서울·부산 등 주요 광역시 지하철과 시속 350㎞ 이상 달리는 고속철로에 공급하고 있다.

금구류를 개발하면서 얻은 철강 가공 노하우를 활용해 신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강철을 두드리고 깎아 수천t의 실을 감아두는 커다란 실패를 만든 것이다. 주로 동남아시아로 팔려 의류·섬유 공장의 생산 라인에서 핵심 장비로 쓰인다.

"미래는 기술과 해외에 있다"

권 대표는 "처음에는 아버지한테서 가업을 물려받지 않을 생각도 했다"고 한다. 건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다른 기업에서 일하던 권 대표는 부친의 부탁에 결국 부산으로 내려와 회사를 승계했다. 권 대표가 주력한 부분은 해외 진출, 신사업 확장이었다. 그동안 송전용 금구류 개발·양산을 통해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도용 금구류, 섬유용 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현재 국내 전력 산업이 포화되면서 내수 시장만으론 성장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국내는 전국 전력망이 구축 완료된 상황이라 노후 부품의 교체 수요 외에는 시장이 거의 없다"고 했다.

권 대표는 "결국 타개책은 연구·개발(R&D)과 해외 시장 공략"이라고 했다. 세명전기공업은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본사에 사내 연구소를 별도로 설립해 매년 매출의 2~5%씩 투자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LS전선과 손잡고 대만전력청에 345㎸ 금구류를 공급하고, 터키·인도네시아·인도 등 해외에 섬유 직기용 기기를 납품하고 있다. 권 대표는 "해외를 뚫지 못하면 성장하기 어렵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신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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