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근로자들 "민노총 눈치 보는 집행부 못믿겠다"

입력 2019.06.08 03:06

"월급은 회사가 주는데… 정당성 없는 전면파업 수용할 수 없어"
"고객을 볼모로 잡는 집행부 안돼" 지난달에만 68명 노조 이탈

"월급은 회사가 주는 것이지 노조가 주는 게 아니다. 파업을 하는 최소한의 정당성도 없는 전면 파업 지시는 수용 못 한다."

7일 오후 3시 르노삼성 부산공장. 야간 근무조 출근자들이 하나둘씩 공장으로 출근했다. 3시 45분 교대 시간이 지나자 오전 근무조 출근자들이 우르르 퇴근 버스에 올라탔다. 앞서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5일 오후 5시 45분을 기점으로 모든 노조원을 대상으로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당일 야간조에서 절반 정도가 근무한 데 이어 전면파업 지시 후 사실상 첫 정상 근무일인 이날도 부산공장엔 전체 근로자 2252명 중 1532명이 정상 출근했다. 출근율은 68%. 조합원만 따져봐도 출근율이 61.2%에 달했다. 조합원 3명 중 2명이 집행부의 파업 지침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노조원이 아니라 민노총 눈치 보는 집행부"…심화되는 勞勞 갈등

이날 출근한 근로자들은 "현 집행부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노노(勞勞)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노조 집행부는 회사와의 임단협에서 처음엔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가 잠정합의가 이뤄진 뒤엔 ①파업 기간에도 100% 임금을 줄 것 ②파업에 동참했던 노조원들에게 더 많은 격려금을 줄 것 등을 요구했다. 회사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어긋날 뿐 아니라, 조합원 간 차별을 조장한다"고 거부하자 전면 파업에 나선 것이다.

르노삼성 근로자 68%, 노조의 파업 지침 거부한 채 출근 - 7일 오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이날 부산공장엔 전체 근로자 2252명 중 68%에 해당하는 1532명이 정상 근무했다. 앞서 5일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출근한 한 조합원은 “파업을 강요하는 ‘강경 집행부’에 지쳤다”며 “회사와 동료, 협력업체들을 지키기 위해 출근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근로자 68%, 노조의 파업 지침 거부한 채 출근 - 7일 오전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차량을 조립하고 있다. 이날 부산공장엔 전체 근로자 2252명 중 68%에 해당하는 1532명이 정상 근무했다. 앞서 5일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지만, 조합원들이 이를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출근한 한 조합원은 “파업을 강요하는 ‘강경 집행부’에 지쳤다”며 “회사와 동료, 협력업체들을 지키기 위해 출근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엔진공장의 한 조합원은 "집행부가 조합원의 이익을 대표하기보단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정치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노총 가입'을 공약해 지난해 11월 당선된 박종규 노조위원장을 꼬집는 발언이었다. 박 위원장이 일했던 조립공장의 출근율은 38.7%에 그칠 만큼 파업 참여가 많았지만 엔진공장은 94%, 차체공장은 98%가 출근해 파업을 사실상 거부했다. 노조 자체 공고에 따르면, 5월 중에만 노조에서 스스로 탈퇴했거나 집행부에 의해 노조에서 제명된 인원이 68명에 달한다. 현 노조 출범 이후 노조를 나간 인원은 100명을 넘는다.

글로벌 경쟁하는 직원들 "파업 안돼"

글로벌 경쟁에 노출돼 있는 부서에선 이번 파업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이날 오전 엔진공장엔 조합원 96명 중 90명이 출근했다. 엔진 공정을 관리하는 한 근로자는 "엔진은 개별 부품이라 중국 등 해외 공장에서 수입해 대체할 수 있어 무리한 파업을 하다간 바로 일자리를 잃는다"며 "세상에 출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엔진공장은 당초 계획한 320개 엔진 전량을 생산했다. 파업에 따른 손실이 없었던 것이다.

같은 시각 차체공장엔 103명 중 101명이 출근했다. 차체공장은 평일엔 내수용 차체를 생산하고, 주말엔 애프터서비스를 위한 부품 공급과 신차 테스트를 주로 한다. 이곳의 한 조합원은 "지난 5월 초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파업을 하더라도 고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애프터서비스 부분은 주말 특근으로 허용해 달라'고 하자 '그럴 경우 파업 동력이 떨어지니 일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고객을 볼모로 잡는 노조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면담 직후 노조를 탈퇴했다. 회사 관계자는 "누군가 자신의 밥그릇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과 글로벌 경쟁에 직접 노출된 사람의 '시각 차이'가 이렇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 '이대로면 2~3개월 더 못 버틴다'

파업 동력은 한풀 꺾였음에도 여파는 적지 않다. 이날 회사는 차량 320대를 생산할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완성된 차량은 80대 정도에 그쳤다. 생산 라인 인력 배치 등을 조정하느라 오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한 라인에 줄지어 공정을 하는 식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하나의 공정이 지연되면, 이후 공정 전부 일을 할 수 없다. 파업 여파는 협력 업체와 지역 경제에 더 세게 불고 있었다. 공장 바로 앞 70석 규모의 국밥집은 오후 12시 반에 손님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장 박모(47)씨는 "파업이 빈번해지면서 매출이 20~30% 줄었다"고 했다. 르노삼성 1차 협력사 250여개 업체는 지난 1분기 전부 적자를 냈다. 차 문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대표는 "일감이 없어 최근엔 1주일에 3일만 일한다"며 "앞으로 2~3개월 정도는 버티겠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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