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욱의 술기행] ①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두 번의 탱크발효로 절반 가격 신제품 개발 성공"

조선비즈
  • 박순욱 기자
    입력 2019.06.07 10:30

    오미자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 신제품, 1, 2차 탱크발효 공법 적용
    생산기간 현행 3년에서 1년으로 줄여 제조원가 크게 낮춰
    ‘2차 병 발효' 정통샴페인 공법 현제품은 9만원대, 신제품은 4만원대

    "샴페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에까지 수출한 한국의 스파클링와인 오미로제."
    경북 문경의 우리술 업체인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가 2011년 세상에 내놓은 ‘오미로제’는 유기농-무농약 오미자를 정통 샴페인 공법으로 제조한 세계 최초의 오미자 스파클링와인이다. 이 대표가 도움을 청한 프랑스 샴페인연구소에서조차 ‘오미자는 신맛이 강해 발효가 어렵다'고 했지만 지치지 않는 열정 끝에 2년여만에 그가 세계 최초로 오미자 발효에 성공한 것이 2008년말. 그로부터 또 거의 3년이 지나서야 오미로제가 출시됐다. 발효와 숙성만 3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오미로제는 포도로 만든 로제와인보다 더 장밋빛에 가깝고, 풍부한 과일향에 로즈마리 같은 허브향도 은은히 풍긴다.

    이듬해인 2012년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특별만찬주로 선정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경북 문경의 오미나라 양조장 입구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오미로제로 건배하는 모습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연간 생산되는 3만병이 다 팔릴 정도로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경북 문경에 있는 오미나라 양조장 입구. 문경새재IC에서 차로 5분 거리다. /오미나라 제공
    그러나, 오미로제 원료인 국산 오미자 가격이 워낙 비싼데다 생산기간이 3년이나 걸리는 정통 샴페인 공법으로 만들다 보니 한병 가격이 10만원에 가까운 점이 대중적 확장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프랑스의 유명 샴페인도 저렴한 제품은 4만~5만원이면 살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미로제 가격은 결코 ‘착하다'고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오미로제를 만든 이종기 대표 역시 이런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가격을 지금의 절반보다 더 싼 4만원대로 낮출 수 있으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오미로제를 편하게 즐길 수 있을텐데."

    오미나라 이종기 대표는 “한국 술에는 한국 옷을 입혀야 한다는 생각에서 올 초 오미로제 라벨을 전통 문양을 본따 새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오미나라 제공
    5년전부터 시작된 이종기 대표의 오랜 고민이 드디어 결실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쯤에는 가격을 4만원대로 크게 내린 오미로제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10만원대 제품과 비교해, 오미자 원료는 똑같이 들어가되, 발효와 숙성기간을 기존의 3년에서 1년으로 줄일 수 있어 생산원가를 크게 낮추었다. 정통 샴페인 공법으로 만든 기존 제품은 ‘오미로제 결'로 새 이름을 붙였고, 연말에 나올 신제품은 ‘오미로제 연'이라 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오미나라 양조장을 오랜만에 찾아갔다. 이곳은 오미자 양조장, 숙성고, 시음장 등을 갖춘 오미자 테마파크로 외국으로 치면 오미자 와이너리인 셈이다.

    ◇1, 2차 탱크발효한 신제품 ‘오미로제 연’으로 이름붙여

    오미로제에 새 이름을 붙인 배경을 이종기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미로제 신제품이 나오면 가격과 제조공법이 다른 오미로제 두 제품이 병행하게 되기 때문에 구분지을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존 제품을 ‘오미로제 결', 신제품을 ‘오미로제 연'이라 지었다. 이름만 바꾼게 아니라 병 라벨 디자인도 새롭게 했다.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백자 철화끈무늬 병’에서 라벨 모양을 새로 땄다. 보물 제1060호인 이 백자 병은 조선 중기 작품으로, 철화안료를 사용해 병의 목을 한바퀴 돌고 밑으로 늘어뜨렸다가 끝에서 둥글게 돌린 모양의 끈무늬가 특징인데, ‘오미로제 결’ 새 라벨에도 밑으로 늘어뜨린 끈 모양을 부각시켰다.

    신제품 ‘오미로제 연’(4만원대)과 프리미엄 제품 ‘오미로제 결'(9만9000원). 신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제조기간을 3분의 1로 줄여 원가를 크게 낮추었다. /박순욱 기자
    오미로제 새 이름인 ‘결’, ‘연' 역시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결은 맺어준다는 뜻이고, 연은 인연을 말하는 것으로, 사람들 사이에 끈끈한 인연을 맺어줘서 소통이 잘 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종기 대표는 양조장을 찾은 기자를 먼저 오미자 발효탱크실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전에 없던 새 발효탱크가 5개나 있었다. 이 탱크들은 신제품 ‘오미로제 연’을 2차 발효시키는 것으로, 2017년에 새로 들여온 것들이었다.

    ◇9만원대 ‘오미로제 결'은 샴페인처럼 2차 발효는 병입 후에 진행

    정통 샴페인 공법은 탱크발효를 한번만 거친다. ‘오미로제 결’은 물론 고급 샴페인들은 1차 발효는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하고, 2차 발효와 숙성은 병입 후 진행된다. 오미로제 결의 경우, 9월쯤 오미자 수확 후 짠 즙을 1년 정도 탱크 발효시킨 뒤, 시중에 판매되는 750ml 병에 옮겨 담아 다시 1년 이상 발효과정을 거친다. 그 후 병 속의 효모찌꺼기를 빼내고 추가로 숙성을 거친 후 세상에 나오게 된다. 2차 병발효 과정에서는 효모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병을 지속적으로 흔들어주는 리들링(Riddling) 과정과 찌꺼기를 빼내는 디스고징(Disgorging)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간이 많이 소요된다. 오미로제 결은 원료는 포도가 아닌 오미자를 쓰지만, 제조공법은 정통 샴페인공법을 그대로 따른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 무니에르 등 세 종의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든다. 이중 피노누아는 레드와인용 포도품종이다.

    프리미엄 제품인 오미로제 결. 정통 샴페인 공법으로 만들어 발효와 숙성을 더한 생산기간만 3년이 걸린다. /오미나라 제공
    그러나, ‘오미로제 연’은 1, 2차 발효를 모두 탱크에서 진행한다. 그래서 오미나라가 2차발효용 탱크를 새로 들여온 것이다. 이종기 대표는 "탱크발효의 장점은 2차 발효시간을 크게 단축시킨다는데 있다"고 말했다. 발효탱크 내부가 자동차 타이어 압력의 두배 수준인 5~6기압을 유지해 다량의 스파클링와인 원액을 한꺼번에 충분히 발효시킨 뒤 병입해 약간의 숙성만 거치면 완성된다. 전체 생산기간이 3년에서 1년으로 3분의 1로 줄어든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을 비롯해 고급 샴페인을 만드는 양조장들은 생산기간이 많이 걸리는 정통 샴페인 공법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고, 저렴한 스파클링와인을 만드는 곳들은 ‘오미로제 연’처럼 1, 2차 발효를 탱크에서 진행해, 제조원가를 크게 낮춘다. 2차 탱크발효 방식은 개발자의 이름을 까서 ‘샤르마(Charmat) 공법'이라고 한다.

    ’오미로제 연’의 2차 발효탱크를 이종기 대표가 가르키고 있다. 2017년 말에 들여왔지만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아 이 대표가 부분적으로 개조하면서 점차 발효 완성도를 높여나간 끝에 올 연말쯤,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박순욱 기자
    2차 발효는 스파클링와인의 가장 큰 특징인 거품을 만드는데 가장 영향을 미치는 공정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의 대중적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Prosecco)역시 1, 2차 발효를 ‘오미로제 연’처럼 발효탱크에서 거친다. 스파클링와인을 열었을 때 올라오는 거품은 발효탱크의 기압과 관계가 깊다. 프로세코 2차 발효 시 기압은 3기압 정도로 정통 샴페인(5~6기압)보다는 낮아 마개를 열었을 때 거품 올라오는 시간이 샴페인보다는 짧다. 그러나 오미로제 연은 2차 발효탱크 기압이 샴페인과 같은 6기압을 유지하고 있어 거품이 오랫동안 지속돼 상큼한 맛의 풍미를 더해준다.

    올 연말에 나올 ‘오미로제 연’은 국내 최초로 샤르마 공법으로 만드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럼, ‘오미로제 결’과 ‘오미로제 연'은 맛과 향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종기 대표는 "오미로제 연은 발효, 숙성이 짧은 만큼 오미로제 결보다 깊은 맛은 덜하지만, 더 산뜻, 상큼하다"며 "격식 있는 행사에는 오미로제 결이 어울리고, 친구들끼리 편안한 파티에는 가격 부담이 적은 오미로제 연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알콜 도수도 차이 있다. 오미로제 결은 12도, 오미로제 연은 10도로 조금 낮다. 결은 가격이 9만9000원, 연은 4만원대로 잡고 있다.


    <샤르마 공법>
    스파클링와인(Sparkling Wine)의 대량 생산방법이다. 커다란 탱크에서 발효시킨 뒤 나중에 압력을 가해 병입하는 방식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Tank Method, Bulk Method, Cuve Close{불어로는 (Closed Tank)란 뜻}라 불린다. 병 속에서 다시 한 번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방법(Méthode Champenoise, 또는 Fermented in this Bottle)과는 달라 라벨에 "Charmat" 또는 "Bulk"라고 표시해야 한다. 전통적인 제조방법으로 만든 샴페인보다는 거품이 더 크다. 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 이 공정을 만든 사람 Eugene Charmat(위젠 샤르마)의 이름을 따서 Charmat(샤르마)라 불린다. [출처:네이버]

    이곳 오미나라의 주력 제품에는 오미로제 외에 고운달, 문경바람이 있다. 고운달은 2016년 6월에 나온 오미자 증류주. 와인을 증류하면 브랜디(프랑스식 표현은 꼬냑)가 되듯이, 오미자 와인을 세번 증류해서 나온 것이 오미자 증류주다. 이 무채색의 술을 오크통이나 항아리에서 3년 정도 숙성을 해서 완성시킨 술이 고운달이다. 국산 증류주 중 가격이 가장 비싼 편이다.

    오미자 와인을 증류시켜 만든 증류주 ‘고운달’. 달 항아리 모양의 병에 술을 담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오미나라 제공
    고운달은 ‘위스키 마스터 블랜더(Whisky Master Blender)' 이종기 대표의 특기를 십분 살린 술이다. 그가 만든 위스키가 한둘인가? 국내 위스키 시장 1, 2위를 다투는 윈저, 골든블루가 다 그의 작품이다. 그밖에도 섬씽스페셜, 패스포트, 씨그램진 등이 다 그의 코, 혀를 거쳐 세상에 나온 술들이다. 이 대표는 1980년 서울대 농화학과를 나와 지금까지 40년 가까이 ‘술 독’에 빠져 살고 있다.

    고운달은 만들 때부터 병 모양에 ‘우리 전통’을 입혔다. 한국의 달 항아리에서 병 모양을 본땄다. 그리고 병이 납작한 병을 편병이라고 하는데, 고운달은 달항아리 모양에 옆에서 보면 납작한 뽐새다. 달항아리와 편병은 둘 다 반쪽을 만들어 붙여 전체를 완성하는 구조다. 반쪽을 붙여 완성한다는 면에서 ‘화합’을 뜻한다고 한다. 고운달 병은 이렇게 만들었다.

    그러나, 오미로제는 국산 병이 아니다. 프랑스 스파클링와인 병을 수입해 쓰고 있다. 다만, 병 라벨은 올 초 ‘백자 철화끈무늬 병’을 본따 한국 옷을 입혔다. 이종기 대표는 "국내 병을 쓰려면 최소 주문량이 10만병 이상이어야 하는데, 아직은 수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할 수 없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과증류주, 골든블루가 납품받아 신제품 곧 내놓기로..지역경제와 상생

    사과증류주 ‘문경바람’은 오미나라의 효자상품이다. 오미나라 작년 매출이 10억원 정도였는데, 문경바람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미나라와 기술협약을 체결한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가 오미나라로부터 사과 증류주 원액을 공급받아 ‘제2의 문경바람'을 8월쯤 내놓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미나라 판매1위 제품인 사과증류주 ‘문경바람’. 문경의 사과로 만들어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미나라 제공
    이렇게 될 경우 오미나라의 사과 수매량이 연간 50t에서 250t으로 다섯배로 껑충 뛸 것이라는 게 이종기 대표의 기대 섞인 전망이다. 문경바람은 문경지역의 사과를 원료로 만든 지역특산주인데, 이런 지역특산주 면허가 없는 골든블루는 오미나라와 협약을 맺음으로써, 지역특산주를 판매할 수가 있게 된다. 판매 능력이 있는 대형 주류업체와 영세 지역특산주 업체가 손잡고 지역경제(사과농가)를 돕는 ‘상생모델’의 실천이다. 이 대표는 "국산 사과는 매년 공급량이 수요를 넘어서는데, 장기보관은 비용면에서도 여의치 않기 때문에 술 같은 가공식품 원료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다양한 증류식 소주들이 소비자들 입을 즐겁게 하고 있는데, 특히 문경바람은 사과 특유의 향이 살아있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역차별 받는 국산 술… 외국술은 수입원가에 과세, 국산 술은 마케팅-물류비용까지 과세

    올 초부터 주류업계 최대 이슈는 ‘주세 개편’이었다. 현행 종가세를 종량세로 바꾸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맥주와 막걸리만 내년부터 종량세로 전환하고 소주를 비롯한 다른 술은 여건을 봐서 점차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제품 가격에 세금을 물리는 현행 종가세를, 술 양에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 바꿀 경우, 전통술처럼 제품 원가가 높은 제품일수록 가격인하 효과가 크다. 그러니, 이번 정부의 발표는 약주, 와인, 증류주 등을 주로 만드는 전통술 업계에는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이종기 대표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종량세 전환이 맥주, 막걸리 등 부분적으로만 이뤄졌다.

    "많이 아쉽다. 종가세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쇠퇴하고 대부분 종량세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종가세를 유지했던 일본의 경우, 1997년에 종량세로 바꾸고 나서 사케를 비롯한 니혼슈(일본술)가 약진하고 있다고 일본에서 자평하고 있다. 일본 쌀이 세계에서 제일 비싼데, 그것도 50% 깎아내고(도정) 만든 사케가 종가세 체제에서는 세금을 엄청내야 하지 않았겠나? 그런데 종량세로 바뀌니까 원료 비중이 낮은 술들과 비슷하게 세금을 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그래서 종량세 전환 이후에 일본술 전체가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엄밀한 종가세도 아니다. 차별이 있다. 국산 제조 술은 역차별당하고 있다. 국내서 생산되는 술 제품에 대해서는 제조원가에다 유통비, 마케팅비 다 합산해서 과세 표준을 삼고 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제품은 수입원가에만 과세하고 있다. 그 뒤에 이뤄지는 광고, 마케팅, 유통비 등은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굉장히 심한 역차별이다. 종가세 현 체제에서 국산 제품과 수입 제품에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느 나라가 외산 제품보다 자국산 제품에 불리하게 세금을 매기고 있는가? 외산제품처럼 하려면 우리도 제조원가에만 세금을 매기고 홍보, 유통, 물류비는 세금을 매기지 말아야 한다.

    오미나라 양조장의 중류 시설. /오미나라 제공
    현행 종가세 제도는 한국을 수입 주류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자국산이 역차별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주는 태생적으로 생산원가가 높은 국산 농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세금도 비례해서 많이 부과하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종량세를 채택하면 재료나 물류비 등 가격에 관련되는 업무가 필요없게 된다. 현행 종가세 제도 하에서는 영세, 소규모 전통주 업체에게 주세 행정에 소모되는 인력이 대규모 업체나 외국 양조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커서 불리하다.

    종량세제는 주류를 조세원으로 보는 관점에서, 국민복리 후생 관점에서 보는 선진화된 제도다."

    ◇정부, 1991년 외국에 술시장 개방하고 18년 지나서야 전통주진흥법 만들어

    -증류주들이 새로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희석식소주에 비해서는 여전히 점유율이 낮다.

    "첫째, 제도 탓이 제일 크다. 100년 동안 한국 술들이 묶여 있었다. 1970년대까지 희석식소주 외에는 술 자체가 거의 없었다. 1991년에 술시장이 개방돼 외국술들이 몰려들어왔는데, 당시 한국 술시장은 전통술이 거의 맥을 못추는 상태, 무방비였다. 우리 술이 ‘홈그라운드’의 잇점을 하나도 살리지 못한 실정이었다.
    이미 맥주, 위스키, 와인 같은 외국 술이 수십년 전에 들어온 상태에서 후발주자로 전통술들이 시장에 진입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부분 영세업체로 홍보, 마케팅 비용이 부족했다. 게다가 이미 사람들은 외국산 술맛에 길들여져 있는 상태였다. 술 시장이 한참 왜곡돼 있는 상태였다. 새 제품을 알리기가 너무 힘들다."

    오미나라 양조장의 숙성고. 만병 이상의 오미로제가 주인을 기다리며 잠을 자고 있다. /오미나라 제공
    -한국은 왜 세계적 명주가 없나?

    "최근 100년여 동안 한국이 처한 시대적 상황 탓이 크다. 전통술 발전의 싹을 잘라버리는 여러 규제가 잇따라 공표, 시행됐다. 우선, 1909년에 일본은 순종을 협박해 주세법을 공표하게 했다. 술에 세금을 처음 매기게 한 것이다. 그리고 1938년에 국가총동원령이 발령된다.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전쟁을 위해 쓸 수 있도록 못을 박고, 우리 농산물로는 술을 아예 못 빚게 한 것이다. 그때 희석식소주가 번창하게 된다. 술이란 것은 그 지역의 농산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 그런 개념이 없어지게 된다. 대신 어디에서 난 건지도 모르는 외국산 원료로 만든 술이 대세를 장악했다. 원래 농업과 술은 한 몸체인데, 그 이후 농업과 술은 분리하게 된다.

    1965년에는 양곡령이 나온다. 쌀을 비롯한 곡식으로 술을 못빚게 했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76년에야 양곡령이 풀려 쌀막걸리가 등장한다. 당시는 정부가 극도로 술 제조 면허와 제조를 억압했기 때문에 술 제조 면허를 새로 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 상태에서 1991년 술 시장은 개방됐다. 모든 주류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전통주진흥법이 제정된 것은 수입개방으로부터 18년이 지난 2009년이다.

    우리 술이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술 수입개방을 먼저 하고, 수입술이 충분히 자리잡은 연후인 2009년에야 전통술에 대한 규제를 풀기 시작했다. ‘전통술 르네상스’는 2010년 이후다. 정부가 국산 술은 묶어두고 외국술 먼저 시장을 풀어준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든 술에 관한 한, 세금 거둬들이는데만 혈안이 돼 있었고 우리 술 발전은 안중에 없었다. 이런 여건에서 세계 술시장에 당당히 내놓을 우리술 제품을 내놓기는 정말 어렵다. 현행 종가세 체제 아래서는 더욱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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