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의 파업 거부하고… 르노삼성 노조원들, 공장 정상 가동

입력 2019.06.06 03:07

강성 노조인 차 업계선 이례적… 회사는 존폐 위기에 처했는데 벼랑끝 전술 지도부에 반감
'노조의 폭주' 막은 르노삼성 조합원들, 회사 빨리 정상화되길 원해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에게 무기한 전면 파업 지침을 내렸으나, 조합원 상당수가 이를 거부하고 공장을 정상 가동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노사 갈등에 이어, 노노(勞勞) 분열까지 일어나면서 르노삼성 사태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르노삼성 임단협은 생산량의 절반(연간 10만대)을 차지하는 수출 물량 확보가 걸려 있는 문제로, 올해 상반기 내에는 마무리를 지어야 본사로부터 수출용인 위탁 생산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 노조는 5일 전 조합원들에게 "오후 5시 45분부터(야간조 시작 시각)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노조가 전면 파업을 선언한 것은 2000년 르노삼성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부산공장 직원들은 절반 이상이 출근해 공장을 정상 가동시켰다.

노조 집행부가 전면 파업을 내렸는데, 조합원들이 거부해 공장이 정상 가동된 것은 한국 노동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경총 관계자는 "노조가 특히 초강성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지금 르노삼성은 회사 존폐 위기에 처해 있어 이 같은 '반란'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노조 지도부가 실리를 추구하지 않는 벼랑 끝 전술을 벌이자 상당수 조합원에게 반감을 산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11개월간의 장기간 임단협 끝에 겨우 도출한 합의안이 지난달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그런데 부결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는 '합의안을 거부해도 좋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등 일종의 '이중 플레이'를 펼치기도 했다. 명분 없는 파업이 이어지며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집행부의 입지가 좁아지자, 앞에서는 합의를 해놓고 뒤로는 반대를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이다.

부결 후 노조는 잠정 합의에서 기본급을 동결하고, 1770만원의 일시 보상금을 받기로 했던 합의를 무시한 채 "기본급을 더 올려달라"며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재협상 시작에 앞서 지난달 4일간 노조 간부 34명을 지명해 파업을 벌였고, 지난달 27일부터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현 노조를 이끌고 있는 박종규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 르노삼성 지회를 만들었다가 직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해 조직이 커지지 않자, 일반 기업 노조에 다시 가입한 뒤 작년 말 위원장에 당선됐다. 이후 '모범 노조'로 꼽혔던 르노삼성 노조를 '강성 노조'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이번 전면 파업 불발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노조원 A씨는 "투표가 부결된 건 생산 라인 직원들이 아닌 정비 직원들의 반대 때문이었고, 부산공장 조합원들은 찬성이 더 많았다"며 "대다수 공장 직원은 하루빨리 협상이 마무리돼 회사가 정상화되고 수출 물량을 확보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교 세종대 교수는 "집행부가 파업을 선언해도 10% 정도 직원들이 남아 일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다수가 지침을 거부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현장 노동자들은 이번 사태는 르노삼성의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 현실을 등한시한 지도부의 터무니없는 폭주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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