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에 낚였나?…경기도 수상한 토지거래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9.06.07 10:47

    "좋은 땅이 나와서 연락드렸어요. 제3테크노밸리가 들어서고 교통망이 좋아서 가치가 계속 오를거 같은데 미리 사두면 좋을겁니다."

    최근 경기도 일대 땅을 놓고 ‘수상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일대 토지 거래 건수만 316건에 이른다. 이 일대 땅은 지난 1~4월에도 지분 형태로 무려 1360여건이 거래됐다.

    팔린 땅들을 보면 대부분 산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여있다. 면적 3636㎡ 짜리 임야는 2억6027만원에, 1001㎡짜리 임야는 7242만원, 330㎡짜리는 2366만원, 83㎡는 1980만원 등으로 아주 잘게 쪼개져 팔렸다. 밸류맵에 따르면 최근 매각된 금토동 산 73번지 한 필지에만 등기등록자가 3280명에 달한다.

    이달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 일대에서도 101건의 토지 지분 거래가 이뤄졌다. 용도가 자연녹지와 그린벨트인 임야였다.

    모두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이 대거 지분 거래로 매각된 거로 보아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획부동산이 개입된 토지 거래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매각 주체는 수십여개의 법인이지만, 실제로는 각 회사가 연결돼 있어 거대한 하나의 조직이 일으킨 거래로도 의심된다.

    조선DB
    이들은 판교의 지역성 호재를 이용해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임야를 무더기로 판 것으로 보인다. 기획부동산들은 특정 호재를 노리고 땅을 매입하기보다는 우선 전국 단위로 움직이며 일단 무더기로 땅을 확보한 뒤 지역 호재를 미끼로 토지를 실제 값보다 비싸게 쪼개 판다. 이 일대를 노린 기획부동산은 올해 준공 예정인 판교제2테크노밸리와 2023년까지 조성할 예정인 제3테크노밸리,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개통 등을 주요 홍보 문구로 앞세웠다.

    안산 상록구 일대에서 일어난 101건의 지분 거래도 계약일이 이달 1~20일 사이로, 정부가 지난 7일 수도권 3기 신도시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중규모 택지로 안산 장상과 용인 구성, 안산 신길2, 수원 당수2를 추가 지정한 이후 지분 거래가 대거 발생했다. 정부의 개발계획이 투자 미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동 밸류맵 팀장은 "기획부동산은 온갖 호재를 미끼로 광고한다"며 "최근 매각된 토지를 보면 산 꼭대기인 데다 호재성 뉴스가 있는 지역과는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했다.

    또다른 기획부동산 주의 지역으로 꼽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일대의 경우 ‘용인시 2035도시기본계획’, ‘제2경부고속도로’를 미끼로 활용해 지분 투자를 유도했다. 세종시 전의면 일대 임야에 대한 거래도 ‘LED산업단지’, ‘양곡리 황토테마파크’, ‘전의역’, ‘세종롯데골프장’ 등 인근 개발 호재를 내세웠다. 경기도 평택시 일대 땅도 ‘고덕국제도시’, ‘평택브레인시티’, ‘미군기지이전사업’ 등을 엮어 지분 투자를 유도했다.

    이 팀장은 "투자자들이 ‘언젠가는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에, 또는 번지도 잘 모를만큼 잘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거래를 한 뒤 뒤늦게 피해를 호소하고 법적 분쟁을 벌이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원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기획부동산이 개발 가능성이 낮은 토지의 지분 거래를 유도할 때는 개발 정보를 애매하게 주거나, 계약서나 확인서에 ‘위 내용은 변동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등 법적 분쟁 시 피해나갈 장치를 마련해놓기 때문에 피해가 인정되거나 형사처벌을 적용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기획부동산도 지번 등 토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투자자에게 알려주기 때문에 부동산 투자 시 등기부등본 확인과 현지 답사 등을 통해 직접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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