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신형 쏘나타에 한국타이어 대신 수입 타이어 장착
1분기 영업이익 1401억원…24.1% 감소
주가도 지지부진…최근 1년 17% 떨어져
국내 타이어업계 1위 한국타이어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 침체로 수요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최근 주가마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타이어는 국내 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최대 고객사였던 현대자동차가 올해 출시한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타이어는 이들 차량의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사에서 제외돼 실적 개선에 아무런 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
3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24.1% 급감한 140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078억원으로 29.8% 줄었다.
지난해 실적도 부진했다.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6조7954억원으로 전년대비 0.3% 줄었고 영업이익은 7037억원으로 11.3% 감소했다.
실적 부진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면서 주가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한국타이어 주가는 전날보다 2.6% 하락한 3만5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말 4만150원을 기록한 후 올해 들어 10% 넘게 내렸다. 최근 1년간 하락률은 17%에 이른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신차용 타이어 수요는 북미가 전년대비 9%, 중국이 15% 각각 감소했다. 교체용 타이어(RE) 수요도 북미와 중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해외 판매 비중이 큰 한국타이어 역시 완성차 시장 정체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문제는 안정적인 수익 확보의 기반이 돼야 할 ‘안방’에서도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출시한 신차에 한국타이어는 수입 타이어업체들에게 밀려 제품을 거의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들 신차가 국내 시장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큰 인기를 누리면서 상대적으로 공급사에서 제외된 한국타이어는 더욱 쓰린 속을 달래야 하는 처지가 됐다.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지난해 말 출시한 대형세단 G90 부분변경 모델에 수입 타이어업체인 미쉐린과 콘티넨탈의 제품을 장착했다. 현대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에도 미쉐린과 일본업체인 브리지스톤의 타이어가 적용됐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쏘나타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업체도 수입사인 굿이어와 미쉐린, 피렐리를 선정했다. 다만, 현대차는 가솔린 모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LPG 차량에는 국내 업체의 타이어를 쓰기로 결정했는데 이마저도 한국타이어가 아닌 금호타이어(073240)와 넥센타이어(002350)가 선정됐다.
한국타이어가 현대차의 신차용 타이어 공급에서 계속 소외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지난 2014년 제네시스 차량에 공급한 한국타이어의 품질 논란 이후 두 회사 사이에 생긴 앙금이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당시 제네시스 차량에서 진동과 소음이 발생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빗발치자, 현대차는 차량에 탑재된 한국타이어 제품이 한쪽 측면만 마모돼 문제가 생겼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타이어는 결국 현대차의 요구대로 문제가 생긴 제품을 전량 교체해줬지만, 제네시스의 고급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만든 당시 일을 현대차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현대차는 이후 출시한 제네시스 G80과 신형 그랜저 등 주요 신차에 한국타이어 대신 미쉐린 등 수입 타이어를 기본 장착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5년 전의 제품 하자 문제로 한국타이어를 신차용 타이어 공급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아니라고 일축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에 탑재될 타이어를 결정하는 것은 철저하게 제품의 품질과 가격, 소비자들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뤄진다"며 "현재 추진하는 제품 고급화 전략에 따라 수입 타이어의 공급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