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에 함유된 성분이 식약처 허가를 받았던 약물과 다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허가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에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사용했다고 기재했으나 실제로는 신장세포(293유래세포)를 사용했다. 식약처는 2016년 품목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가 허위였다는 이유로 인보사의 국내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을 형사고발 한다고 28일 밝혔다.
인보사는 관절염 통증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 치료 방식으로 연골을 만들어주는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한번 손상된 관절 연골은 스스로 재생하지 못하기 때문에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환부에 주입해 증상을 완화한다. 쉽게 말해 연골이 없는 사람을 위해 연골 재생 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과거엔 관절염을 치료하려면 인공관절수술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한데 코오롱이 사용한 신장세포(293세포)는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와 완전히 다른 성분이었다. 293세포는 본래 숨진 태아 신장에서 유래한 세포로 증식력이 왕성해 단백질이나 유전자 실험에서 자주 사용됐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신장세포는 강한 세포 증식력 때문에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인체에는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이다. 코오롱은 당초 사람의 손가락 관절에 있는 연골세포와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3 대 1로 섞어 인보사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관절 치료제에 연골세포 대신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엉뚱한 성분이 들어간 것이다. 인보사를 투여했던 환자들은 상상도 못 했던 소식에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 식약처가 이날 인보사 허가취소에 더해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인 형사고발까지 진행하겠다며 강력하게 대응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는 3707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뒤바뀐 성분으로 인한 문제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의약품 개발 분야 전문가는 "인보사 구성 성분이 다른 성분으로 뒤바뀐 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충격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환자 부작용이 아직 발견되진 않았지만, 의약품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늦게 강력 대응에 나선 식약처도 부실 허가에 대한 비난 여론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코오롱이 허위로 자료를 제출했다고는 하나 이를 걸러내지 못한 식약처의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약품을 투여한 피해자가 발생했고, 세계 시장에선 한국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약 허가를 받으려는 회사가 제출한 자료 신뢰성 확보에 더 집중하겠다"며 "연구개발 단계부터 허가, 생산 및 사용에 이르는 전주기의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