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銀 손발 안맞는 금융당국… "핀테크 산업에 찬물 끼얹었다"

입력 2019.05.28 03:11

文대통령·금융위, 금융 혁신 주문했는데… 뚜껑 열어보니 불발

"(인터넷 전문 은행) 예비 인가자의 사업계획 상세 브리핑이 28일 은행연합회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제3 인터넷 은행 신청자에 대한 심사 결과가 발표되기 이틀 전인 지난 24일,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보도 자료를 냈다. 두 곳 중 최소 한 곳은 인터넷 은행 예비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금융위 내부에선 "두 곳 모두 인가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파다했다. 하지만 이틀 뒤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가 주도하는 '토스뱅크'와 키움증권 주도의 '키움뱅크'가 모두 퇴짜를 맞은 것이다.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의 주주 구성
"금융 혁신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해왔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최 위원장은 심사 결과에 대해 "전혀 예상치 못했다"면서 "(당일) 오전에 결과를 듣고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인터넷 은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규제를 풀어서 활성화해야 한다고 국회에 관련 법안 통과를 주문했던 사안이다. 작년 9월 '앓던 이' 같던 은산(銀産) 분리 규제까지 완화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3·4호 인터넷 은행 도입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그런데 어쩌다 또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걸까.

◇"토스·키움 탈락은 핀테크 열기에 찬물"

최소 한 곳은 될 거라고 봤던 금융위 기대와는 달리, 인터넷 은행 심사를 맡은 외부평가위원회는 토스뱅크와 키움뱅크에 낙제점을 줬다. 토스뱅크의 경우, 대주주인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아직 적자 기업인 데다 앞으로 들어올 투자금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특히 토스에 돈을 댄 해외 벤처캐피털 등이 쉽게 투자금을 뺄 수 있는 구조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 대주주가 되려면 재무적인 건전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토스는 자본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안정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키움뱅크는 사업 계획 자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고 한다.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자영업자 맞춤형 대출' 등의 서비스를 간판으로 내세웠지만, 기존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외부평가위 심사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키움뱅크는 준비 자체가 부족했다는 인상을 줬다"고 했다.

금융위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인터넷 은행을 추가로 인가해 금융권 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수차례 말하며 인터넷은행 참여를 독려해왔다. 하지만 정작 외부평가위가 "둘 다 부적합" 판정을 내려버리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금융위는 인가해 줄 것처럼 기대감을 부풀리고 외부평가위원회는 뒤통수를 때린 격"이라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당국을 믿고 금융 혁신에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평가 결과 2개의 신청 업체들에 큰 하자가 있었다면, 사전에 꼼꼼히 준비시킬 책임도 금융 당국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발 안 맞는 금융 당국

핀테크 업계 1위 토스가 주도하는 토스뱅크와 키움증권과 하나은행, SK·롯데그룹 등이 연합한 키움뱅크가 동시에 낙방하자 일각에서는 외부평가위 구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외부평가위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 기구인데, 윤석헌 금감원장이 교수 시절부터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둔다는 취지로 금융 당국은 외부평가위원 명단을 어떻게 뽑는지 등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대표는 "금융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인 금감원과 금감원장의 성향이 위원들에게 영향을 준 것 아니냐"며 "나중에 문제 터지지 않는 쪽에만 집중해서 심사를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예비 인가 때 외부평가위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중립을 지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정말 금융 혁신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일단 탈락시키고 재신청하라고 하는 것보다 부족한 점을 채우는 것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해주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라며 "금융위가 너무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여야 정치권은 이번 결정에 대해 실망감과 함께 강한 유감의 뜻을 표시했다. 국회 정무위 최운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숱한 논란에도 법을 통과시켜 혁신 성장의 의지를 보였는데 성과가 안 나고 있다. 당내 실망도 크고 정부에 대한 불만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 간사인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은 "키움과 토스가 모두 탈락한 것은 시민단체 입김에 휘둘린 금감원의 반대가 작용한 측면이 크다"며 "향후 정무위 회의에서 금감원을 집중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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